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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일의 썸머 Jul 07. 2020

쓸모있는 폰트 사용법

올바른 선택이 필요한 폰트


당신이 지금 당장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면..


당신에게는 지금 아주 억울한 일이 생겼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법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아주 곤란한 상황에 빠져있어서, 당장 변호사를 선임해야만 한다. 가까운 친구에게 현재 당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 친구는 각각 서로 다른 4장의 명함을 건네주면서 이 중에서 한 명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한다.


4장의 명함을 받아들었더니, 그 4명의 변호사의 이름과 일하는 회사는 우연히도 같고, 오직 다른 것은 그 각각의 변호사가 그 자신을 설명하는 수단으로써 명함에 새겨진 폰트(글자체)만 서로 다르게 선택했다는 것이다.


당신은 그 명함들을 보고, 당신의 억울함을 해결해줄 유능한 변호사를 선별해야만 한다. 과연 당신은 누구에게 전화를 할 것인가?


이 질문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폰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당장 내 방안의 놓여진 물건들에 새겨진 제품로고들을 살펴보자. 그 제품들에 새겨진 로고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 말이다. 전자제품에 새겨진 로고에 사용된 폰트들은? 화장품 용기에 새겨진 폰트들은?


당신이 폰트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다고 한다면, 그 제품에 사용된 폰트들은 적절하게 사용되어졌다고 생각하는가? 적절하게 사용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 적절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이미 폰트의 사용법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학습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명함만보고 변호사의 유능함을 판별하여 연락을 취해야한다면, 나의 경우는 (a)와 (b) 둘 중에서 선택을 할 것이다. 그 이유는 (a)와 (b)는 세리프의 대표적인 글자체로, 세리프는 학문이나 지식과 관련된 경우에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믹만화와 캐쥬얼한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d)는 절대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아주 곤란한 상황을 해결해줄 변호사는 지식이 많은 유능한 사람일 것이라 기대하지, 코믹만화의 유쾌함은 지금의 곤란한 상황을 풀어나가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물론 마블 시리즈에 등장하는 많은 히어로들이 현재 처한 어려운 상황을 단번에 풀어줬으면 하는 판타지는 품을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학점이 달라질 이야기


4장의 명함에 사용된 폰트는 다음과 같으며, 각각의 폰트에 짧은 설명을 덧붙이니 참조하기 바란다.


(a) : Georgia

(b) : Times New roman

(c) : Trebuchet

(d) : Comic sans


(a) '조지아'의 경우는 1993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작되었고, 세리프(sarif)의 대표적인 폰트로, 폰트가 가지고 있는 우아함때문에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글자체이다.


(b) '타임즈 뉴 로만'은 1931년 영국에서 창간된 '타임스'라는 신문의 타이틀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사람들에게 신뢰성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로써 신문과 같은 매체에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글자체이다.


(c) '트레뷰쳇'은 1996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작된 글자체로, 투석기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글차제를 개발한 디자이너는 웹상에서 공간의 제약을 받지않고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글자를 투석기에 빗대어 '트래뷰쳇'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하였다.


(d) '코믹산스'는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작되었고, 공개된 초반에는 손으로 쓴 것 같은 자연스러움과 글자체의 귀여움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너무 과도하게 대중적으로 사용되어 격식을 차려야하는 상황에서는 어울리지 않은 글자체로 캐주얼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각각의 폰트의 탄생배경과 스토리들을 알면, 더욱더 쓸모있는 폰트를 사용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4가지 글자체중에 (a), (b), (c)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세라 하인드먼의 '폰트의 맛'에 언급되어 있는데, 어느 한 대학생이 글자체를 달리하여 제출한 과제물에 따라서 학점이 달라진 것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이 학생의 학점이 달라진 변수가 글자체 단 한 가지였다고 확정지어 말할 수 없겠지만, 그 학생이 발견한 사실은 (a) '조지아', (b) '타임스 뉴 로만'을 사용하여 제출한 과제물이 (c) '트레뷰세트' 글자체를 사용한 과제물보다 학점이 더 좋았다는 사실이다.


이 사례에서 세라 하인드먼이 강조하고 싶었던 사실은 폰트의 적재적소 사용법일 것이다. 우리가 어떤 옷을 입을지는 T.O.P (time, occasion, place)에 따라서 적절한 선택을 해야하듯이, 폰트 역시 T.O.P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사용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운대로 쓸모있게 폰트 사용하기


이번 포스팅에서는 적재적소에 알맞은 폰트를 사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하고 싶었다. 결혼식에 참석할 때, 혹은 중요한 면접자리에 흰티와 청바지를 입는 것보다는 단정함을 보여주는 정장을 입는 것이 더 알맞은 행동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폰트 역시 대중적으로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는 적절한 사용법이 있는 것이다. 물론 '폰트'라는 것이 창의성이 발현되는 디자인의 광범위한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 독창적 사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글자체는 인간이 글자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책을 인쇄하는 기술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그만큼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이 만들어 낸, 정형화된 글자체의 사용법을 잘 알고, 그에 알맞게 사용한다면 디자인의 '기본'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폰트'에 대한 매거진을 발행하기로 생각한 것도, 폰트 혹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지식이 많아서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에 처한 것이, 이 매거진을 발행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되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려는 욕구가 분출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에 대한 욕구는 더 팽배해질 것이라 생각된다. 나 역시 직접 디자인한 것을 제품화하려는 과정에서, 적절한 폰트의 사용법을 잘 몰라서 많은 시간들을 소요했던 기억이 있다. 전문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폰트 혹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조금의 지식이 있었다면 목적지에 다다르는 길을 그렇게 많이 돌아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짧게 밝혀두었지만, 이 매거진은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디자이너적 욕구를 가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함이다.


배운것을 잘 쓸모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참고자료]

타이포그래피 교과서, 안그라픽스, 2018

폰트의 맛, 홍디자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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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일의 썸머' 인스타그램]

http://www.instragram.com/jihe.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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