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더니 더 예뻐졌네?"
예쁘다는 말은 제게 너무나 낯섭니다.
저는 외모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습니다.
남동생과 같이 있어도 '고놈, 참 예쁘게 생겼네.'라고 했지만
제게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작은 한 마디의 칭찬과 관심에 목말랐던 걸 보면,
자존감이 참 낮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옷'은 제게 특별은 존재였습니다.
'우와, 이 옷 예쁘다. 어디 거야?'
이런 말들은 어깨를 으쓱으쓱 하게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저는 옷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옷가게 앞에서 서성거리며
피아노 콩쿠르에 입을 원피스를 직접 고르는 9살 시절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누구보다 먼저 트렌드를 앞서가고 싶었고,
옷으로 특별해지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잡지를 보았고,
잡지사 에디터까지 되었지요.
박봉 월급에 옷 사는 게 감당이 되지 않아
빈티지 마켓에서 쌀포대 자루 가득 2만 원에 옷을 사기도 했고요.
도시락 싸다니며 식비를 아껴
옷을 사곤 했습니다.
점점 제 패션 스타일에 사람들은
'우와 이 옷을 입다니 대단한데'
'헉.. 이 옷은 좀 아니지 않아?'라고 했어요.
너무나 튀고,
너무나 트렌디하고,
너무나 빈티지하고,
극단을 달리는 제 스타일에
사람들은 놀라거나 대단하다고만 했어요.
나와 어울리고, 내가 좋아하는
나다운 스타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다운 스타일'을 찾게 됐어요.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가 되면 스타일을 잃었는데
스타일이 생긴다고?'
'네.. 엄마는 나다운 스타일을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시간입니다.'
아이가 내 모든 걸 다 가지고 간 후에야
저는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어요.
그 전에는 유행하는 거, 패셔니스타가 입고 다니는 거
따라 입는 사람이 저였어요.
그러면서 '나는 스타일리시해'하며 지낸 거죠.
한 번도 '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고 지냈어요.
그런 제가 엄마가 되고, '내가 사라지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니
악착같이 '나'를 찾는 시도를 하게 됐어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내 감정상태가 어떠한지, 어떤 삶을 살아가길 원하는지'
그제야 질문하고, 고민했습니다.
'옷'을 좋아하는 건 맞았고,
'스타일'은 제 것이 아니었어요.
그랬기에
매일 다른 옷들을 입어도
'예쁘다, 멋지다, 어울린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 없었던 거죠.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사이
'패션'에 만큼은 자부심이 있던 저도
별 수 없는 두리뭉실한 아줌마가 되더라고요.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아이의 눈만 보고,
아이의 욕구에만 신경 쓰다 보니
점점 우울해지고 눈물만 났어요.
그땐 몰랐어요.
'나'의 존재를 점점 희미해져 갔기 때문인 줄..
밥을 먹어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고,
아기는 울기만 하고,
오후 5시만 되면 너무 두려웠어요.
회사 다닐 땐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니 기뻤는데..
엄마가 되고 오후 5시가 되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달렸는데..
새벽에도 잠 한 숨 못 자고 똑같이 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턱 막혔어요.
산후우울증이라는 게
출산 후 엄마에게 오는 '감기'같은 거라고 들었어요.
누구에게나 다 찾아오고,
또 쉽게 떠나간다고요.
그런데 이건 산후우울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사라지는 시간'
'나를 잃어버린 시간'
딱 그거였어요.
내가 사라지려고 하니
내 영혼이 자꾸 말을 걸어요.
'너 누구니?'
'여긴 어디니?'
'너 계속 이러고 살아야 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면 되는 거였어요.
'나'를 찾아 나서면 되는 거였어요.
그런데 어디서도 그 얘기를 해주지 않았어요.
육아서 베스트 문장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이렇게 던져만 주고
방법은 얘기해 주지 않아요.
아기가 이런 행동을 하고, 울음은 보이면
이런 기분이고, 이런 뜻이야 하는 건 굉장히 친절히 알려주는데요.
엄마가 이런 행동을 하고, 저런 기분이 들면
~한 상황이니 ~~ 하게 대처해라. 이런 내용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써보려고 합니다
초보 엄마들이 육아가 힘든 건 갑자기 '자신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자신을 아이에게 다 내어주어 자신을 챙길 겨를이 없으니까요.
이 브런치 글은 엄마가 자신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도록 독려합니다.
이미 시중에는 많은 스타일링 북이 있지만
화려한 연예인과 모델들을 앞세워 외모 가꾸기를 알려줍니다.
따라 해 보려고 하면 엄마에게는 한계가 많습니다.
이 글을 통해 엄마에게 나다운 매력을 찾는 길을 알려주려 합니다.
아무리 외모를 치장해도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습니다.
외면은 내면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감정상태가 어떠한지'인식하게 되면,
내면의 자존이 차올라 외면에도 빛이 나게 됩니다.
우울증 엄마에서 내면을 일으키고
외면과 조화를 이루며
진정한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는 저의 이야기를
얘기해 보려 합니다.
저 같은 초보 엄마들에게 '기분 좋은 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다운 스타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라도 될 수 있다면
참으로 보람 있고 감사할 것입니다.
아이가 잠든 사이에 숨죽여 씁니다.
허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