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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나뮤나 May 03. 2024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온다

탱크 / 김희재

재밌는 소설을 읽고 싶을 때가 있는데, 다 읽기 전까지는 어떤 소설이 재미있는 소설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2-3시간 남짓하는 영화를 보고 아... 재미없다 하고 허탈해하는 느낌과 하루 종일 책 한 권을 다 읽고 아... 재미없다 하고 허탈해하는 느낌은 깊이가 다르다. 그러니 재밌는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때 어떤 소설을 집어 들을까 하는 결정은 중요해진다.


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다. 어떤 소설이 재미있는 소설이란 말인가.


일단 노벨 문학상 수상작은 피하자. 거기는 재미와는 상관이 없는 세계다.

참신한 소재나 사회문제에 대한 문학을 원한다면 부커상 수상작들을 찾아보자. 실패할 확률이 확 줄어든다.


하지만 여전히 재. 미. 를 느끼고 싶다면 동시에 한국 작가들의 글맛을 느끼고 싶다면 다양한 종류의 한국 문학상에 눈을 돌려보자.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젊은 작가상, 한겨레문학상 등등.

그중에서도 심사위원의 이름을 살피고 내가 좋아하는 심사위원의 수상작 평을 읽어보자. 그러면 시간 대비 재미 가득 소설을 찾을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말이 길다. 그렇게 찾은 소설이 "탱크"라는 말을 하려고 한 것이었다.


탱크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2023년 한겨레 문학상으로 결정된  소설이다. 재미있다.


간절한 마음들이 갈 곳을 잃고 모여드는 곳. 밀도 높은 간절한 마음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맴도는 곳. 차곡차곡 쌓이는 마음들은 속도를 더하고 결국 파괴를 향해 나아가는 곳. 그곳은 탱크다.


간절한 마음은 갇힐 수 없다. 그 마음은 힘이 있다. 방향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탱크 안에 갇힌 마음들은 파괴력이 된다. 자칫 균형을 잃은 힘으로 인해 세계가 소멸된다.


이부언니의 견고한 믿음으로 한국에 들여오게 된 기도의 장소 탱크는 동생의 관리로 운영된다. 어느 건조한 겨울 탱크가 위치한 산에 불이 난다. 탱크 안에는 세계의 소멸을 맞이한 두 명의 청춘과 그 순간을 목격해야 하는 한 명의 여인이 있다. 이부언니의 믿음과 선택으로 인해 펼쳐진 미래는 그 시점에 우연히 혹은 필연으로 만나 이들의 삶의 방향을 사정없이 흩어버린다.


누구의 선택이고, 누구의 믿음이고, 누구의 과거이며, 누구의 미래인가.


공허함 속에서 누구는 희망을 선택하고 누구는 절망을 선택하며 누구는 아무 선택도 하지 않는다.


그런 선택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는 시간의 간섭을 받을 때만 드러난다. 당장의 선택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쓸쓸한 기도와 간절한 외침이 어딘가에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렇게 존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낮아진 마음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더 큰 상처를 통해 기존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에서 생명이 자라나는 세상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많은 바람들과 아쉬움이 남는 김희재의 탱크.


역시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하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문학상 수상작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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