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자칫 사랑한후에 오는 것들이라고 읽기 쉽지만, 또 그렇게 기억하게 되기 쉽지만 한 자 한 자 손을 짚으며 소리 내 읽으면 알게 된다. 이 이야기의 제목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다.
사랑과 함께 찾아오는 두근거림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순간을 경험했거나 이별 후 찾아오는 심장을 후벼 파는 통증으로 목놓아 울어 본 경험이 있다면 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당신의 이야기다.
사랑이 시작될 때 느끼는 두근거림과 설렘은 보통 봄날, 핑크색, 살랑거림으로 그려진다. 반대로 이별할 때 느끼는 통증과 주저앉음은 보통 소주병이 가득한 술집의 칙칙한 조명, 비가 퍼붓는 회색의 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암흑으로 묘사된다.
하나는 가볍고, 하나는 무겁다.
하나는 밝고, 하나는 어둡다.
하나는 쉽고, 하나는 어렵다.
서로 대척하여 닮은 구석을 찾을 수 없는 것 같지만 사랑의 시작과 이별은 모두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모두 사랑에서 태어난다.
사랑 "전"에는 아무것도 없다. 사랑 후에 비로소 이 모든 것들이 있다. 사랑은 그렇다. 나의 세계를 통째로 바꿔버리는 경험이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고,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느껴지며, 없던 것이 있게 된다. 그게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을 하면 우리는 더 이상 이전처럼 살 수 없다.
대게 사랑하던 사람과 이별을 하면 사랑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은 일단 시작되면 끝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여정이다. 우리의 존재는 사랑과 함께 과거의 나를 떠나 이미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다.
생뚱맞은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랑은 끝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다이어트와 많이 닮았다.
다이어트도 사랑처럼 존재를 바꾸는 경험이다. 평생 하는 다이어트는 일단 시작하면 거기에 끝이라는 것이 없다.
한번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다이어트는 멈출 수 없다. 오죽하면 유지어터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사랑도 그런 것인데, 사랑을 시작하면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이별을 하면 사랑이 끝이라 생각하지만 아니다. 이별이 왔을 뿐 사랑이 멈춘 것이 아니다. 사랑 후에는 사랑이 올뿐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끝나지 않는 사랑의 여정을 함께 하는 네 사람의 이야기이다. 홍과 준고 두 명의 사랑이야기가 메인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칸나와 민준의 사랑이야기 역시 끝나지 않는 이야기이다. 사랑 후에는 사랑이 올뿐이라고 작가들은 이 네 젊은이들의 사랑을 통해 말하고 있다.
2015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있었다. 그 현장에는 결혼 6개월 만에 남편과 이별한 뒤 65년 만에 재회하게 된 이순규 할머니도 계셨다. 65년을 남편의 생사도 모른 채 떨어져 살아야 했던 할머니는 남편인 오인세 할아버지를 만나 "평생 그리며 살았다"라는 말을 하셨다. 그렇게 반백년도 넘게 헤어져 각각 남과 북에서 살던 노부부의 재회를 바라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
사랑 후에는 사랑뿐이다. 시작된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끝을 보며 갔다면 그것은 어쩌면 사랑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랑 후에는 사랑이 올뿐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모두 사랑에서 난 것이다. 그러니 사랑 후에는 사랑이 온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