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러티 / 콜린 후버 지음 ; 민지현 옮김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의 피가 내게 튀었다."
이 글의 제목을 읽고 이 글을 클릭했다면 베러티는 당신의 소설이다.
이 문장은 콜린 후버의 베러티 첫 문장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훅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며 빠르게 진행된다. 이 소설은 스릴러 소설로 분류되는데 그 분류에 아주 충실하게 써졌다. 전체적인 내용은 어둡고 음침하지만 동시에 말초적이고 도전적이다.
콜린 후버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그녀의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 질만큼 흥행성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어쩐 일인지 그녀의 소설에 대한 문학적 평가는 흥행성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녀의 책을 읽어보면 어째서 그런 차이가 존재하는지 이해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는 한 문장에 코가 꿰어 후루룩 읽기는 했지만, 무리한 진행과 개연성이 결여된 이야기 때문에 다 읽고 난 후에는 피로감과 허탈함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린 후버의 이야기가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 이유는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의 피가 내게 튀었다"같은 류의 문장으로 이야기 전체를 끌어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읽고 있는 중에는 피로감도 허탈감도 느끼지 못하고 이야기가 헐렁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그녀에 대한 대중과 문단의 평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대단한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이 없다.
베러티와 비슷한 느낌을 줬던 한국드라마가 있는데, 서예지가 주연으로 연기했던 "이브"다. 훅 빠져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고 따라가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이 없지만,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엣? 뭐야'하게 되는 종류의 느낌이랄까.
아무 생각 없이 작가가 먹여주는 대로 부담 없이 소설을 읽고 싶다면 콜린 후버의 베러티는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읽는 동안은 재미있으니까.
어떤 이야기들은 그걸로 충분하기도 하다.
크게 집중하지 않고도 책을 읽고 싶을 때 시간을 낭비해도 상관은 없지만 딱히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며 낭비하고 싶지 않을 때 콜리 후버의 베러티를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