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꿀꿀한 날, 밝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 드라마 <온에어> 줄거리
드라마 PD와 작가, 연기자, 매니저 등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 2008년 SBS에서 방송됐으며 송윤아(서영은 역), 박용하(이경민 역), 김하늘(오승아 역), 이범수(장기준 역) 등이 연기했다. '파리의 연인'과 '프라하의 연인', '시크릿가든', '신사의 품격'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와 같은 작품을 연출한 신우철 PD의 작품.
드라마 '온에어'는 밝습니다.
갈등이 난무하는 드라마 판에서도, 우울하고 머리아픈 상황 속에서도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능숙한 대사, 배우 송윤아의 철딱서니 없으면서도 귀여운 애교스러움이 가득한 드라마이기 때문이죠.
제 경우 일상생활이 우울하고 꿀꿀할 때면 이 드라마를 봅니다. 잡생각을 없애고 톡톡튀는 대사와 연기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죠. 비오는 날 가라앚은 마음을 일으켜주는 따뜻한 유자차나 레몬티 한잔을 마시는 느낌이랄까요.
온에어 속 드라마 촬영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배우들끼리 같은 옷을 협찬 받아 입고는 자존심 경쟁을 한다던가, 이미 드라마 중간까지 다 찍었는데 배우가 도망을 간다거나, 돈 문제로 수없이 언성을 높이는 방송국과 기획사까지. 이권이 개입된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각종 자존심 싸움과 갈등이 가감없이 표출되죠.
그 속에서 진정성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초짜 PD와 막장 스타 작가가 일을 시작하는 과정도 다이나믹합니다. 막장 스타 작가인 영은(송윤아 님)은 드라마의 퀄리티 보다는 '시청률이면 된다'는 일념만이 가득한 인물이죠. 아니, 처음에는 감성 충만, 예술성 가득한 드라마를 꿈꿨지만 시청률만이 대접받는 시대에 적극적으로 타협했죠.
드라마국장의 압박으로 작가 잡으러 대만까지 쫓아온 경민에게 영은은 도도함을 내뿜습니다. 그러다 서울대 법대 출신의 경민은 영은의 첫 작품을 이용해 결국 영은이 작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죠. 그 과정에서 둘은 서로의 작품에 대해 논하고 투닥거립니다.
제가 이 드라마에서 명장면으로 꼽는 씬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작가 서영은이 세상과 타협한 자신을 과감하게 지적하는 얘길 듣고 자신의 드라마를 돌아보는 씬입니다. 극 중 큰 계기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지만 이 씬을 볼 때면 왠지 웃음이 지어져서 말입니다. 파리의 연인으로 어마어마한 스타가 된 김은숙 작가가 명대사가 많은 자신의 드라마를 꼬집는 누군가의 지적을 듣고 집에서 보일법한 모습인 듯 해서 말이죠.
# 3회
경민 "시청률 중요하죠. 제가 별로 순진하진 않거든요. 바보도 아니고. 근데 작품에 진정성은 있어야 되는거 아닙니까?"
영은 "말 다했어요? 공모전 말고 내가 한 드라마 본 거나 있어요?"
경민 "네. 진정성은 없고 명대사가 많더군요."
영은 "그게 왜요? 남들은 다 그게 내 장점이라든데?"
경민 "본인은요? 본인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영은 "아니에요 그럼? 드라마라는 게 구성이 반이면 나머지 반은 대사죠. 명대사가 왜요?"
경민 "캐릭터들을 재밌는 상황에 몰아 넣으면 밥 먹었냐도 명대사가 될 수 있어요. 오히려 그 땐 포장한 대사들이 튀죠. 실생활에선 그런 대사 안쓰잖아요."
영은 "왜 안써요? 다 쓰지? 구체적으로 어떤거요?"
'제마음은 테이크아웃 안됩니다'
'제 사랑은 지금 다운로드 중입니다'
'당신 사랑은 버퍼링이 늦군요'
'당신 내 마음에서 분실이야'
경민 "안느끼해요? 난 드라마 보면서 얼굴이 화끈 거리던데. 적어도 난, 나랑 작업한 작가 얼굴 화끈거릴 일은 안만들어요."
이 말을 들은 영은은 방영됐던 드라마를 되돌아봅니다. 배우 박시연과 전혜빈, 이천희가 나와 짧은 단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열연하죠. 막장 드라마이자 한때 인기 드라마의 공식이었던 '재벌2세', '출생의 비밀', '불치병'이 연이어 나오면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냅니다. 명대사가 많은 김은숙 작가의 장점이 드러난달까요. 상황을 유쾌하게 이끌어 간다는 것. 심각한 상황도 금방 반전시킬 수 있는 긍정의 힘이 있다는 점이 돋보이죠.
이 드라마는 방영 당시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전도연, 김민준, 이효리, 이서진, 김정은 등등 수많은 인기 연예인들이 까메오로 등장했고 극중 송윤아와 박용하, 이범수와 김하늘의 로맨스가 이슈가 됐죠. 2010년 세상을 떠난 박용하가 남기고 간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을 가감없이 보여주겠다는 기획의도와는 달리 로맨스가 극의 마지막을 장식해 다소 아쉽긴 합니다. 우울감이 있는 탑 여배우 오승아나 사업 실패를 겪는 장기준을 통해 감정선을 딥하게 가져가려 했을진 모르겠으나 전반적인 톤과 차이가 있어 깊게 들어가진 못했던 듯 합니다. 밝은 분위기 이면에 진지함이 있기 보다는 가벼움과 경쾌함이 극 전체를 끌고 간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특징이죠.
그만큼 드라마 '온에어'는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가 필요할 때 보면 좋은 드라마입니다. 생활이 지치고 답답할 때, 즐거운 기운을 만들 동력이 필요할 때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드라마를 시청하면 웃음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영은과 경민의 투닥거리는 '귀여운' 모습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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