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etter B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성훈 Apr 21. 2021

vol. 73 - 눈 내리는 창에 앉아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은 호흡이 긴 작품입니다. 이쯤 읽었으면 챕터가 끝날만한데….라고 생각해도 여전히 한 챕터 안입니다. 마치 인도를 여행하듯 겹겹인 책입니다.                 

<작은 것들의 신>을 읽을 때는 천천히 독서하는 게 좋겠습니다. 복문, 수식어가 많습니다. 인도의 지명도, 서로를 부르는 명칭에도 익숙해지지 않아 초반에 빨리 넘어가듯 읽어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책입니다. 비슷한 작품으로는 <백 년 동안의 고독>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소설의 매력은 끝없는 이야기성입니다. 이야기가 계속 되기에 결말이 궁금해지고, 그 결말을 온전히 맞이하기 위해 한 결, 한 결 내 것으로 흡수해야 합니다. 게다가 기대를 배반하는 경우도 많아서 결말이 꼭 결말도 아닙니다.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결론만을 요하는 이 시대에 길고 결말도 없는 그런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몇 일 걸러 눈이 다시 내린 날입니다. 여유가 있다면 폴폴 내리는 눈을 바깥에 두고 창이 넓은 공간에서 책이나 보면 좋을 날씨입니다. 대부분 그런 시간을 누리지도 못하고 흘러갈테지만, 올해는 하루라도 시간을 내어서 긴 호흡의 이야기를 종일 읽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말입니다.  


letter.B 뉴스레터 구독하기 

월-금, 책 이야기를 전합니다.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62409








매거진의 이전글 vol. 72 - 2021년 첫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