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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성훈 Apr 21. 2021

vol. 76 - 정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작은 것들의 신'은 평이 좋은 작품입니다. 언젠가는 읽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해 결국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슬럼프에 빠지게 한 책이기도 합니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두 달여를 끌었습니다. 낯선 이름, 지명, 시적인 표현 방식, 역사 배경에 대한 이해 부족 등. 어려운 경험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에스타와 라헬'이라는 쌍둥이를 중심인물로 두고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둘은 서로를 자세히 알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겪은 경험까지 공유합니다. 모든 쌍둥이가 이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들은 좀 특별한 남매입니다. 

에스타와 라헬을 둘러싸고 차코, 소피 몰, 맘마치, 베이비 코참마 등 갈등을 일으키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입체적인 인물들이라 만약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는다면 조금 더 매력을 느끼며 독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이 좋고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읽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시적인 문장에 적응하지 못하면 독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시에 익숙한 독자는 편히 읽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작품 전반적으로 계급 투쟁에 관한 에피소드와 암시가 나오지만 중심 주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계급을 구성하고 넘나드는 인물 사이 '영혼의 숨결'이 주제라면 주제입니다. 


'그 많은 세월이 흘러 지금에야 라헬은 어른의 시선으로 되돌아보고 그의 행동이 다정했음을 깨달았다. 성인 남자가 세 마리 너구리를 환대해 진짜 숙녀처럼 대해주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꾸며낸 공상에 직관적으로 대응해 어른의 무신경함으로 그것이 훼손되지 않게 주의를 기울였던 것이다. 혹은 애정으로. 

이야기를 산산조각내기란 얼마나 쉬운가. 일련의 생각을 끊는 일도 도자기 조각처럼 조심스럽게 지니던 꿈의 단편을 부수는 일도.' - 226p


위 구절 같은 섬세함이 중심 주제이자 '작은 것들의 신'이 아닐까 추측해 보기도 했습니다. 


독서를 마치자 상대적으로 다른 책이 쉽게 읽히기도 합니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지닌 모호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이것은 혹시 금기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문학은 독자가 완성하기도 하니 마음대로 결론을 내보기도 한 것이지요. '작은 것들의 신', 정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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