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엘리아나 Aug 02. 2024

나는 주식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인 것 같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급락했던 주식이 급등하는 것을 보며 나도 생애 처음으로 주식을 샀다. 거의 대부분의 주식이 오르는 불장이라서 내가 산 주식도 오르는 건 당연지사였는데 그때는 몰랐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적금과 달리 초단위로 돈이 불어나는 걸 보니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몇 주씩 사기 시작한 돈은 순식간에 몇백만 원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의 주식 투자는 투자가 아닌 투기였다.


처음 산 주식은 삼성전자였다. 

시작은 무조건 안전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우리나라 1등 기업으로 정했다. 1주에 7만 원 후반이었는데 쫄보라서 10주만 샀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한 번 사보니 추가 구매는 너무나 쉽게 이뤄졌다. 재무제표와 기업의 미래 가치를 살펴보는 대신 마음이 끌리는 주식을 샀다. 

삼성전자에 이어 평소 선호했던 가전 브랜드인 LG전자를 샀고, 잘 나가는 게임주였던 엔씨소프트를 샀다. LG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중 하나이니 망할 일은 없을 거 같아서 10주를 샀고, 엔씨소프트는 100만 원 넘게 오른 적이 있으니 82만 원이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5주를 샀다. LG전자는 장기투자를 염두하며 샀고, 엔씨소프트는 90만 원만 되면 팔겠다는 알량한 계획을 가지고 샀다. 그러나 결과는 대폭망이었다. 그때 산 LG전자의 주식은 역대 최고가였고, 엔씨소프트도 가장 많이 오른 시기였다는 걸 알아차린 건 한참이 지난 후였다.


그 사이 다른 주식들을 더 샀고, 떨어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계속 지켜보기만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나름의 물타기 방법으로 배당금을 주는 주식을 더 샀다. 그 결과, 몇백만 원 대였던 투자 금액은 천만 원이 넘어갔고 손해 금액은 더 커져갔다. 그러다 보니 수익까지 바라지 않고, 원금만이라도 찾고 싶어졌다. 원금에 집착하다 보니 엔씨소프트가 반짝 78만 원대로 올랐을 때 손절하지 못하고 원금 회복을 기다렸다. 떨어지는 것도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기다리는 나를 비웃듯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16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어느덧 410만 원이었던 원금이 90만 원으로 녹아내렸다. 물타기용으로 샀던 주식에서 배당금을 받았지만 손해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희소식이 생겼다. 긴긴 기다림 끝에 SK하이닉스와 NH투자증권이 원금 회복에 다다른 것이었다. 더 이상 수익이 아닌 원금 보전으로 목적을 바꾼 나는 SK하이닉스가 14만 원대로 원금을 회복하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팔아버렸다.

근데 이게 웬일! 그때부터 SK하이닉스가 쭉쭉 오르기 시작하더니 248,300원까지 올랐다. 100만 원 정도의 수익 기회를 놓쳐서 매우 속이 쓰렸지만 잊기로 했다. 그때 안 팔았더라도 248,300원으로 오를 때까지 못 기다렸을 거 같아서이다. 

그리고 최근 NH투자증권의 주가가 내가 샀던 가격이었던 13,400원 근처인 13,250까지 올랐다. 지난 3월에 13,100원까지 오른 적이 있었는데 원금 회복을 할 줄 알고 더 기다리다 내림새로 돌아서서 못 팔았었다. 그때 많이 아쉬웠는데 이렇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다시 내려갈 수도 있으니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팔기로 했다. 그래서 100주는 13,250원에 나머지 100주는 13,300원에 팔았다.

그런데 또, 다음날부터 오름세가 이어졌다. 

장중 14,120원까지 오른 걸 보고 나서야 SK하이닉스처럼 너무 빨리 매도를 시도했다는 걸 알았다. 

3년 넘게 기다려놓고 그 며칠을 못 참아서 원금 보전도 하지 못했다. 물론, 언제가 최고점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약간의 수익을 얻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어려운 일이었다. 주식은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이 있는데 어깨는 바라지도 않는다. 허리에서라도 팔아보고 싶다.


지금 내가 가진 주식들은 삼성전자 외에 모두 마이너스이다. 지금까지의 정확한 수익률이 궁금해서 계산해 보니 마이너스를 제외한 원금 대비만으로 배당금 포함해서 연 5% 정도였다. 작년과 재작년의 고금리를 생각해 보면 이래저래 은행에 예금을 넣는 게 나았다.


이 정도 되니 나의 주식 투자의 실패의 원인을 찾아봐야 했다. 내가 찾은 원인은 원금 보전에 대한 조급함과 근시안적으로 주식을 평가했기 때문인 것 같다. 반도체 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타며 SK하이닉스가 오른 건데 원금을 찾았다는 기쁨에 시장 상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NH투자증권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주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으니 그에 따른 증권사의 상승도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런 상관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다행히 주식 투자에 소질이 없는 나를 잘 알게 된 후 최근에는 소소하게 공모주 청약만 하고 있다. 

작게는 커피값, 좀 더 크게는 식사비 정도의 수익을 내며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중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고, 미국이 금리 인하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예적금 금리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긴데 그럼 다시 주식 투자를 시작해야 할까?


당장 주식 투자를 다시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금리인하로 예적금의 이자가 줄어들 테니 그동안 주식 시장과 기업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해서 재도전해 볼까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내가 주식 투자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되는 사람이었다는 성공기를 꼭 써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