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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Mar 07. 2016

《당신에게 몽골을》::마지막 기록::

이름 없는 당신을 위하여

스물아홉 번째 기록 - 나의 몽골


  생뚱맞은 꿈을 꿨다. 엄마가 내게 심한 말을 내뱉곤 우리 인연은 이것밖에 안된다며 나를 밀어냈다. 괴로워하며 깨어났는데 나는 어두컴컴한 게르 안에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눈물이 펑펑 났다. 사막의 새벽이 너무 추워서 그랬는지 눈물이 너무 뜨겁게 느껴졌다. 괜찮다, 괜찮다 해도 무의식 만큼은 속일 수 없나 보다.

  이곳을 떠나려고 하니 마음이 안 내킨다.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관심 가져주고 염려하는 또 다른 가족 다희, 다연이, 은선 언니, 대기 언니, 니마 아저씨. 게르 문만 열면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은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 황홀한 해 질 녘, 길 위 어느 게르에서 만났던 예쁜 9살 에딩 띵크가 우리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모습, 몽골 전통 샤머니즘을 목격한 일……. 내가 춤을 추든 소리를 지르든 어떤 몸짓을 해도 그 모든 것이 인정되는 이곳을 떠나려니 좀처럼 마음이 잡히질 않는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그냥 이렇게 영원히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저 다음을 기약하며 눈을 꼭 감았다. 다음번에 몽골에 오게 되면 훨씬 오래 머물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올 거다. 꼭.

  남고비에서 울란바토르로 돌아가는 길은 수월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잘 나있어서 신나게 달렸다. 다희, 다연이네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다음번엔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 대기 언니도 한국에 올 수 있다고 하던데 다시 꼭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니마 아저씨는 아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 아닐까. 그저 꼭 안아 드렸다. 담배를 줄이라는 잔소리도 잊지 않았다.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쌌다. 약 한 달 동안 지내면서 수건 2장, 티셔츠 2장, 치마 1장 등으로 버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심지어 손도 안 댄 옷도 있었다. 어쩌면 난 원래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동안 과소비를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서둘러서 떠나는 터라 수녀님께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머무를 수 있었던 데에 대한 비용도 전해드렸다. 방을 깨끗이 치우고 여기저기 비질을 했다. 몽골에 오기 전엔 여기 와서 여행도 하고 봉사도 하려했다. 하지만 초원에서 유목민의 삶을 지켜본 결과, 지금 그대로가 자연과 함께 살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히려 내가 샴푸 덜 쓰고 낭비 덜 하고 쓰레기 안 만드는 게 도와주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시골에 사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필요해 보였지만, 근검절약이 체화된 그들의 삶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어느 때 어떤 마음으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있을 때 몽골을 꼭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나를 남김없이 보여줄 수 있었던 몽골. 구석구석 내 눈길이 닿지 않은 곳 없고 마음 가지 않는 곳이 없었던 몽골. 내 마음에 있는 것이 옳은 것이고 내 걸음걸음이 곧 나라는 것을, 틀린 것 없고 다름만이 있다는 깨달음을 준 몽골. 황홀했던 나라, 나의 몽골




지금까지 《당신에게 몽골을》을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도 존재해주세요, 부디-


진실로 진실하게

2016년 2월 


이하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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