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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Apr 19. 2018

나이 설명서 : 내 나이 스물여덟

이름 없는 당신을 위하여

나이 설명서 : 내 나이 스물여덟


불현듯 나이 설명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무 살은 무엇으로 존재해도 된답니다. 거의 모든 것에 도전해보세요.', 

 '스물다섯 살은 세상이 나에게 무언가 되기를 바라죠. 타협하지 말고 나의 길을 가세요.'

 '스물여덟 살은…'

너무 어렵다. 지금까지 살아본 나이 중에 가장 어렵다. 나이 스물여덟은 마치 근무 중에 휴가를 받아 놀러 온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날과 같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이 여행지에서 오늘 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내가 요즘 매일 밤 잠 못 들며 고민하는 화두이다.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친구들의 결혼 소식과 더불어 걸려온 전화 한 통.

"결혼정보회사 xxx입니다…."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아, 내가 이런 전화를 받는 나이가 되었구나!'라는 충격에 휩싸였을 뿐. (여자) 나이 스물여덟, 전문직 여성으로 거듭나기로 마음먹거나, 결혼을 약속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전혀 다른 보기는 없나? 


너무 답답하다. 이전처럼 하고 있는 일을 화끈하게 관둘 수도 없다. 이것저것 요것 그것, 생각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겨우 몇 가지 생각해보는 동안 꽃도 다 져버렸다. 

 내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 '한 달 수입 250만 원', '남은 생을 함께 할 반려자', '진정한 친구' 등만 있으면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정보들이다. 


 자, 그럼 어떻게 저만한 돈을 벌 것이고, 어떻게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지?

 살아가긴 하는데 알 수 없고, 알 것 같은데 도무지 모르겠는 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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