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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blue Oct 06. 2019

소통은 소중히

2.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면...



2시에 티에이를 하는 수업의 교수와 다른 티에이들과 미팅이 있어서 1시까지 미적거리다가 2시에 허겁지겁 학교에 도착했다. 나는 풀타임으로는 티에이를 하지 않아서 많은 부분에 참여하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 신경 써야 한다. 우리 학교에서 1학년 2학기와 2학년 1학기에 걸쳐  Structural systems을 배우는 30년 이상 된 수업인데 할아버지 교수님 치고는 이메일 답장도 칼답이고 젠틀하시다.


좋은 친구를 2학년 1학기 때 만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팀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너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서 유일하게 뿌듯하게 들었던 수업이다. 무려 4년 전에 들은 수업이라 날 기억할까 싶어서 고민했는데 저번 학기 때 굉장히 뜬금없게 교수를 찾아갔다.


파이널이 끝나고 여름학기에 뉴욕에서 인턴을 하려면 필요한 서류에 사인을 받아야 했는데 내 어드바이저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서 무턱대고 그 교수님 오피스에 들어가서 내가 필요한 것에 대해 다 얘기했다.

혹시 몰라서 프린트해둔 포트폴리오도 들고 찾아가서 내 작품을 보여주면서 혹시 나를 기억하냐고 물어봤다.

아주 다행히도 우리 모델을 좋아해서 이번에 개정한 교과서에도 넣었다고 하니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그 교과서는 한 번도 안 샀지만.. 무려 60불이나 해서 사기에도 겁난다. (이번 학기 때 그래도 한번 사볼 예정...)

그러면서 사실 내가 이 수업 티에이를 하고 싶은데 혹시 자리가 남는다면 나를 고려해달라...라고 말을 건네었더니 여름이 끝나가는 8월에 나를 받아줬다. 이 수업 티에이랑 본인이 개인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드는 걸 도와주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도와주는 디지털 아카이브 작업은 아직까지 힘든 점은 없지만 1주일에 한번 30분에서 1시간 정도 그 교수와 얘기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도 친해진 기분이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띠시스 고민에 대해서도 매번 털어놓고 취업 걱정도 털어놓게 된다. 아주 편한 분은 아니지만 수업도 안 듣고 담당 학생도 아닌 나에게 진심을 다해서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같이 살펴보면서 코멘트를 남겼다. 내가 담당한 그룹은 3그룹으로 9명이었는데 그중 한 그룹이 나를 찾아와서 같이 얘기했다. 아마 대학원 프로그램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다들 열정이 대단해 보여서 좋아 보였다.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의 말투는 이렇고 눈빛은 이렇구나... 나도 얼른 눈빛이 반짝반짝했으면 좋겠다.


나는 파트타임 티에이라 많은 부분을 참여 못해서 처음 보는 그룹이었는데 그 대학원생 그룹 중에 한 명이 나보고 "네가 혹시 그 쩌는 대나무 모델 만든 애야?"라고 물어봤다. (쩐다고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뭐 대충 그 느낌) 그래도 내가 이 학교에 다니면서 하나쯤은 잘한 게 있구나 싶어서 부끄럽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생각해보니 1학년 때 학교에 왔을 땐 친구들이랑 깊은 대화를 많이 못 나눴던 것 같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서도 있지만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게 굉장히 어색했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그래도 나를 많이 바꿔놨나 보다. 랜덤 한 사람에게 말을 잘 걸고 내 생각도 어색하지 않게 잘 표현한다.

의지도 습관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의식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야겠다 라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지난 학기에 들었던 영어 글쓰기 수업에선 억지로 라도 하루에 2번씩 손들고 발표하기를 강행했다. (그 수업은 정말 외국인이 한 명도 없고 쌩 영어 글쓰기 수업이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어떤 날은 그냥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미리 써놓고 발표한 적도 있고 그냥 말도 안 되는 나의 생각을 말한 적도 많다. 이렇게 연습시키니 어색함이라는 게 사라졌다.


지금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는 나 나름대로 발전하고 있었구나.


오늘은 유난히 나에게 칭찬을 많이 하는 날이다. 하루쯤은 이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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