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는 자꾸 쇠락하는구나. 복구를 해본들 또다시 부서질 뿐이야.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쥰세이는 피렌체를 이렇게 말했지만 나에게 피렌체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게 쇠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총 3번 피렌체를 갔다.
제일 처음은 12살 때 가족과 간 이탈리아 패키지여행. 사실 내가 갔었다는 사실마저 기억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엄마는 피렌체에 대한 추억이 많아 보였다. 두 번째는 학기가 시작한 후 첫 주말에 당일치기 같은 1박 2일. 그리고 세 번째는 학기가 끝난 후 주말에.
저번 학기의 시작과 끝을 피렌체 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로마보다 더 좋아한 도시가 피렌체였으니.
좋아한 이유는 단순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건축을 4년째 공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담쌓고 살았던 나에게 피렌체는 숨 쉬는 공기에서 조차 물감 냄새가 날 정도로 날 예술병에 걸리게 했으니까.
아는 교수님한테 주말에 피렌체를 다녀왔다고 하니까 나보고 미켈란젤로의 계단도 가봤냐고 물어봤다.
난 계단이 뭔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때 교수님은 나를 되게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봤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세 번째 피렌체를 갔을 때 오후 2시에 도착하자마자 라우렌치아 도서관으로 달려갔는데 무려 1시 반에 문을 닫는 다니...
나한테 네 번째로 피렌체를 갈 구실이 생긴 건가. 아쉬운 마음을 그렇게 달래고 다시 두오모로 향했다.
그래도 피렌체의 꽃은 두오모지!
실제 이름도 Santa maria del fiore(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니 이 도시의 꽃인 건 확실하다.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백이었던 돔의 모습을 브루넬레스키가 1436년에 완성하면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피렌체에서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돼버렸다.
처음에는 이런 거대한 돔을 과연 누가 지었을까 궁금해하면서 굉장히 숙련된 전문가를 떠올렸었는데 알고 보니 당시 아무 경력이 없었던 브루넬레스키의 첫 건축 작품인걸 알고 보니 더 대단하다.
엄청난 실력의 뒷배경은 17년 동안 로마와 피렌체를 왔다 가며 건축을 독학한 거로부터 온 게 아닐까.
새삼 내가 공부하는 5년이라는 시간이 초라해졌다.
피렌체 숙원사업이었던 성당의 완성을 해낸 브루넬레스키는 성당 정 가운데 지하에 묻히게 되는데 이는 피렌체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나중에 만들어지는 성 베드로 성당의 돔도 피렌체의 두오모 돔을 연구해서 나온 것인데 브루넬레스키는 또 로마의 판테온을 연구했다 한다.
시간마저 거스르는 판테온의 존재는 생각하면 할수록 미스터리다.
결론은 이 대단한 돔도 무릎이 성하지 않는 다면 올라가기 힘들다는 것.
난 오전에 두오모를 올라가고 오후에 조토의 종탑을 올라갔는데 개인적으로는 해가 질 때쯤 종탑에서 빨간색으로 가득 찬 피렌체의 모습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곳에서 각자의 아오이와 쥰세이를 만난다면 더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