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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blue Jan 28. 2017

피렌체의 꽃



이 도시는 자꾸 쇠락하는구나. 복구를 해본들 또다시 부서질 뿐이야.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쥰세이는 피렌체를 이렇게 말했지만 나에게 피렌체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게 쇠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총 3번 피렌체를 갔다.

제일 처음은 12살 때 가족과 간 이탈리아 패키지여행. 사실 내가 갔었다는 사실마저 기억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엄마는 피렌체에 대한 추억이 많아 보였다. 두 번째는 학기가 시작한 후 첫 주말에 당일치기 같은 1박 2일. 그리고 세 번째는 학기가 끝난 후 주말에.


저번 학기의 시작과 끝을 피렌체 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로마보다 더 좋아한 도시가 피렌체였으니.


좋아한 이유는 단순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건축을 4년째 공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담쌓고 살았던 나에게 피렌체는 숨 쉬는 공기에서 조차 물감 냄새가 날 정도로 날 예술병에 걸리게 했으니까.


아는 교수님한테 주말에 피렌체를 다녀왔다고 하니까 나보고 미켈란젤로의 계단도 가봤냐고 물어봤다.

난 계단이 뭔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때 교수님은 나를 되게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봤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세 번째 피렌체를 갔을 때 오후 2시에 도착하자마자 라우렌치아 도서관으로 달려갔는데 무려 1시 반에 문을 닫는 다니...

라우렌치아 도서관 입구 계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단이라 알려져있다. 올라서면 마치 지식의 빛이 나를 인도하는 기분이 든다는 사람도 있다. (출처-위키피디아)




나한테 네 번째로 피렌체를 갈 구실이 생긴 건가. 아쉬운 마음을 그렇게 달래고 다시 두오모로 향했다.


그래도 피렌체의 꽃은 두오모지!

실제 이름도 Santa maria del fiore(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니 이 도시의 꽃인 건 확실하다.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백이었던 돔의 모습을 브루넬레스키가 1436년에 완성하면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피렌체에서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돼버렸다.



조토의 종탑에서 바라본 두오모 돔. 압도적인 크기때문에 한 화면에 담기란 어렵다.


처음에는 이런 거대한 돔을 과연 누가 지었을까 궁금해하면서 굉장히 숙련된 전문가를 떠올렸었는데 알고 보니 당시 아무 경력이 없었던 브루넬레스키의 첫 건축 작품인걸 알고 보니 더 대단하다.

엄청난 실력의 뒷배경은 17년 동안 로마와 피렌체를 왔다 가며 건축을 독학한 거로부터 온 게 아닐까.

새삼 내가 공부하는 5년이라는 시간이 초라해졌다.



피렌체 숙원사업이었던 성당의 완성을 해낸 브루넬레스키는 성당 정 가운데 지하에 묻히게 되는데 이는 피렌체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두오모에서 바라본 피렌체 시내. 조토의 종탑이 5m정도 낮다.


나중에 만들어지는 성 베드로 성당의 돔도 피렌체의 두오모 돔을 연구해서 나온 것인데 브루넬레스키는 또 로마의 판테온을 연구했다 한다.

시간마저 거스르는 판테온의 존재는 생각하면 할수록 미스터리다.



결론은 이 대단한 돔도 무릎이 성하지 않는 다면 올라가기 힘들다는 것.

난 오전에 두오모를 올라가고 오후에 조토의 종탑을 올라갔는데 개인적으로는 해가 질 때쯤 종탑에서 빨간색으로 가득 찬 피렌체의 모습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곳에서 각자의 아오이와 쥰세이를 만난다면 더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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