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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 Oct 07. 2021

자네 아내가 밥은 잘 해주는가?

결혼의 본질이 공백을 맞은 시대

결혼한지 1년 남짓 지났다.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나의 친척집을 찾아뵈었다. 팔순이 훌쩍 넘은 할머니와 50대 친척 아저씨 모자(母子)가 지내시는 집이다. 어른들이 나에게는 남편이 술먹고 속썩이는 일은 없는지, 남편에게는 내가 밥과 반찬은 잘 차려주는지 물으신다.


"밥은 남편이 차리는데요? 전 먹기만 해요."

 말에 팔순 할머니는 눈물을 훔칠만큼 숨넘어가게 깔깔 웃는다. 

"아이고 어찌 그래? 이 집은 거꾸로네."


할머니 말씀은 아내됨의 본분을 다하지 않고 밥반찬을 차리지 않는 나를 책망하는 의미로 볼 수도 있으나, 눈물날 정도의 웃음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담겨있으리라. 한평생 남편과 아들들 밥을 차려주고 황혼에 이혼한 할머니에게는 이 거꾸로된 집구석이 꽤나 통쾌하기도 하셨던 모양이다.


대관절 결혼은 무엇이관대, 다 큰 성인남자가 배우자의 속을 썩이지 않는지, 다 큰 성인 남자가 혼자 밥을 못챙겨먹는 것은 아닌지 주변 사람의 걱정을 사야하는 것일까? 

결혼을 통해 철없는 한 남자를 먹이고 돌보아주는 것이 지극히 당연했던 시대가 지났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시대에 결혼은 무엇이고, 상대방의 결혼 생활에 대해 어떤 질문들이 남아있어야 마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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