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유혹(?)
팀원을 영입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
연말은 인사 발령의 계절. 지난 연말, 팀장이 바뀌었다.
이 난세를 틈타 팀장들의 치열한 유혹(?)이 시작되었다.
A팀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몇해전 그의 팀원으로 1년이 채 안되는 기간을 보냈다. 나는 그가 나를 각별히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으나, 업무에 대한 피드백이 확실하고 배울 점이 많아 나는 좋아했다. A팀장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 다시 우리팀에서 일해볼 생각 없나? 이런이런 업무 말야." 사내메신저에 찍힌 두어문장으로 업무 내용은 파악될 수 있었고, 나는 바로 콜을 외쳤다. 해봤는데, 재미있는 업무였고 그 업무를 시키는 팀장도 좋았으니까.
다음은 B팀장.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오래 전 우리는 한 사업부 지붕 아래에서 지내는 옆팀 사이였다. "우리 B팀에 빈자리가 생겼는데 자네가 한번 와보지 않겠나." 우리는 만나서 30분 가량을 이야기 나누었는데, 돌이켜보니 발화 분량의 90% 이상은 B팀장이 차지했으니 그건 대화라기보다는 그의 스피치에 가까웠다. 스피치의 요지는,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이런 저런 이유로 별다른 비전이 없으니 자신이 주는 기회를 타고 탈출하라는 것이었다. 내가 B팀에서 하게 될 업무나 기대되는 역할이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바람에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두려는 지금의 C팀장. 앞으로 업무는 같이 '재밌게' 해보자고 하지만, 팀원 중 절반은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나머지 절반은 칼퇴를 하다 못해 주 40시간의 근무시간을 못채울까봐 전전긍긍하는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덧붙여 C팀장은 자신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각종 혜택과, 지금 나의 정치적 입지(?)에 유리한 정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결국 나의 마음은 A팀에게로 향하고 있다.
서로 너무도 다른 세 팀장의 전략이 나로 하여금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내가 지금 있는 자리를 흔들어 나를 두려움에 빠뜨리려는 B팀장, 혹은 지금 내가 있는 자리를 더욱 안전하고 만족스럽게 느끼게 하려는 C팀장, 마지막으로 나에게 그 어떤 부가적인 인센티브도 약속하지 않고 불안도 불러일으키지 않고 다만 담백한 제안을 던진 A팀장.
정답은 없다.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전략도, 안정감을 약속해주는 전략도 언제나 유효하다.
다만 제안을 듣는 사람이 깨어있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중시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렇지 않으면, 다양한 유혹 속에서 결국 길을 잃게 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