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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May 17. 2019

조금은 특별한 두 번째 홍콩 방문기 with 필름카메라

아그파 일회용 카메라로 담은 풍경

홍콩도 이제는 최첨단을 달리는 국가가 되었으나, 곳곳에 과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아직은 존재고 있다.

 

 그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 보고 싶어서 일회용 카메라 2대를 가지고 홍콩을 두 번째로 방문하였고, 첫 번째로 아그파(AGFA)  일회용 카메라로 담은 풍경과 함께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1. 란타우 섬


-영화 "열혈남아(旺角卡門, As Tears Go by)"의 흔적을 찾아서


 이번에 란타우 섬을 가게 된 주목적이, 영화 "열혈남아"의 촬영지를 사진을 담는 것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은 흐리고 비가 쉴 새 없이 내려 영화 속의 화창한 하늘은 볼 수 없었지만, 현상 및 인화를 거쳐 나온 사진에는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가 녹아 있었다.

서로 엇갈릴 뻔 했던 소화(유덕화)와 아화(장만옥)가 Mui Wo 선착장에서 격렬히(?) 애정을 표현했던 공중전화 부스. 영화 찍을 당시와 비교해 위치는 조금 바뀌었다고 한다.
Mui Wo Cooked Food Market.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여럿 있다.

-영화 "무간도 3(無間道 III, Infernal Affairs III)"의 티안 탄 부처상(빅 부다)


란타우 섬의 명물 중 하나인 옹핑 빌리지(Ngong Ping Village) 부근에 있는 티안 탄 부처상(빅 부다)은 그 자체로도 유명하다. 270개가 넘는 계단을 숨 가쁘게 오르면 34미터를 넘는 거대한 청동좌불상이 맞이한다.


"무간도 3"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는데, 유건명(유덕화)가 속한 조직의 두목인 한침(증지위)과 중국 조직의 두목이라고 소개한 심등(진도명)이 첫 만남을 가진 장소이다.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는 진영인(양조위)은 자신의 미래는 알지 못한 채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긴장하고 있었.

티안 탄 부처상으로 오르기 위해 한침과 심등 무리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왔을까, 단체로 버스나 차를 타고 왔을까 문득 상상해봤다. 케이블카를 탔으면 좀 재미진 장면이 나왔을 텐데 하며 혼자 키득거렸다.

270개가 넘는 계단을 열심히 오르는 조직원들 행렬을 보는 주변 일반인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2. 만불사


-영화 "무간도(無間道, Infernal Affairs)"의 시작이 이뤄진 곳


만불사는 경찰의 첩자로 들어가야 했던 유건명(유덕화)의 운명이 시작된 곳이다. 불상 앞에서 술잔을 들고 맹세를 하던 조직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도보로만 30분 넘게 꼬박 올라야 하는 곳이 만불사인데, 어린 나이의 유건명은 뙤약볕 아래 산길을 오르고 내리면서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을까. 후에 진영인(양조위)과 마주했을 때, 자신은 과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경찰에서 첩자 짓을 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의미였을까.

수많은 팔이 달린 불상이 가운데서 내려다 보고, 그 양 옆으로 각양각색의 불상들이 늘어서 있다.
만불사에 오르는 길.
만불사에서 시내로 내려가는 길.

3. 라마 섬

-고요한 안식이 필요하다면


기분 좋은 정적이 흐르는 어촌 마을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라마 섬이다. 높은 빌딩이 없어 시야가 탁 트였고, 소음을 내며 다니는 자동차 한 대 없어 귀가 더없이 편안하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도심 속 생활에서 탈피하고 싶을 때 라마 섬에서 며칠 묵으면 "도시 디톡스"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조그마한 어촌 마을이 2개 있는데, 용수완과 소쿠완이다. 사진 속 마을은 소쿠완으로 용수완보다 아담하다.
용수완에서 소쿠완으로 이어지는 트래킹 길에서  가족 3대가 함께 사이 좋게 걷는 광경을 보았다. 아이는 졸린지 아빠 품에 안겨 있고, 할머니는 유모차에 몸을 의지해 걷고 있었다.
자동차가 없기에 너무나도 편안한 길거리. 다들 걸어서, 내지는 자전거를 이용해 슬로우 라이프를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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