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의 라마 섬은, 조금은 쓸쓸할 정도의 고요함이 마을을 휘둘러 감고 있었다. 이따금씩 지나다니는 여행객을 제외하면, 정말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은 몇 명이나 마주쳤을까. 이렇게 인적은 드물지만 참 정돈이 잘 되어 있는 느낌이 묘하다.
우거진 녹지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 가옥들. 아담한 크기 덕분인지, 소담한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자연과의 괴리감은 거의 없고 잘 어울리는 느낌을 준다.
해산물 레스토랑 거리 또한 적막함이 물씬 느껴졌다.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은 관광객만이 넓은 식당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촌답게 여기 저기 바닷배가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흐린 날씨 때문인지, 산등성이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을씨년스럽게도 보인다. 부모님이 보시고는 과장 조금만 보태면 공포 영화에 나올 듯하다고 하셨는데, 실제로는 이렇게 우중충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게 흐린 날씨와 일회용 필름 카메라의 조합이 낳은 결과인가.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들여다 보이는 세상은 이렇게나 다르기도 하다.
날은 흐리나, 청명한 바닷빛이 예술이다.
멀리서 보이는 풍력 발전소.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 풍력 발전소까지는 내려가 보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가 봐야지.
더 머무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간직한 채로, 레인보우 레스토랑의 보트를 타고 홍콩섬으로 향하는 길. 보트 2층에서 세찬 바람을 맞으며 돌아본 라마 섬은 조용히 멀어져 갔다.
신나는 보트 타기. 꿀렁이는 파랑 속에서 제대로 스릴을 느꼈다.
2. 포린 사원의 아기 불상
란타우 섬 포린 사원의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는 3개의 아기 불상이 연꽃에 둘러 쌓인 채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불상에게 물을 끼얹으며 기도를 하고는 대웅전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많았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사람들이 열심히 물을 끼얹은 덕인지 아기 불상의 표면은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광택이 난다.
3. 지혜의 길에서 만난 금강경
란타우 섬 지혜의 길에 늘어선 38개의 나무 기둥을 보며, 문득 금강경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한자 공부 좀 열심히 해 뒀더라면 몇 자라도 읽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