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외인기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ayne Lee Jun 14. 2023

#3 탬버린즈 팝업 스토어

다채로운 감각의 제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사뭇 점잖은 수식어와 전혀 그렇지 않은 주어의 조합.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주목받는 브랜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전혀 다른 두 성향이 조합된 브랜드 이름만큼이나 그 행보도 아주 참신하고 실험적인데요. 


지난 글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며 ‘좋은 경험, 인상적인 시간’은 모든 공간의 숙원사업이 되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프라인 경험과 조우하는 시간이 귀해지고 그만큼 소중해진 소비자들의 니즈에 즉각적으로 반응한 결과일 겁니다. 그 선두에 젠틀몬스터가 있습니다.


젠틀몬스터는 더 이상 단순히 디자인이 특이해서 구매한 선글라스 하나로 기억되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유려하게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 눈으로 한 번 사진 한 장으로 두 번 남기고 싶은 예술적인 작품, 실험적이고 환상적인 공간, 그리고 이 모든 콘텐츠가 ‘새로움’이라는 키워드로 모인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여러 메이저 브랜드가 시도하는 “물판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의 브랜드 전이”, 이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고 남들과는 다르게 시도한 브랜드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형성했다고 생각합니다.

퓨처 리테일의 공간인 하우스 도산(HAUS DOSAN). 젠틀몬스터만의 공간을 제시하며 ‘물판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의 브랜드 전이’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공간과의 만남을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 여운이 남는 문화적 경험으로 전이하는 행위, 본인들이 “퓨처 리테일(Future Retail)”로 정의한 체험형 리테일의 모습일 겁니다. 최근에는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프래그런스 브랜드 탬버린즈(TAMBURINS)와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NUDAKE)로 확장하며 소비자의 눈, 코, 입으로 브랜드의 접점을 점점 늘려 나가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향으로 감각을 일깨우는 탬버린즈의 첫 향수 컬렉션 출시를 기념하는 팝업 전시가 열려 금호동을 찾았습니다. 다채로운 감각의 제시, 탬버린즈 팝업 스토어 <solace : 한 줌의 위안>입니다.

(본 전시는 2022년 9월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약 1달간 진행된 전시로 현재는 종료되었습니다.)

이번 팝업 전시가 열린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금남시장의 북적임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으며 한참을 걷다 보면 보이는 작은 골목. 그 골목을 중간 즈음 들어가면 보이는 이 곳은 복합문화공간 알베르입니다.


이번 컬렉션의 뮤즈인 블랙핑크 제니의 모습 뒤로 살짝 보인 공간의 첫인상은 참으로 “묵묵하다” 였습니다. 목욕탕으로 20년, 교회로 15년이라는 기간을 금호동과 함께 조용히 늙어간 곳인데요. 공간이 지닌 히스토리가 이번 전시의 키워드인 ‘위안’을 담기에 너무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30여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몸을 깨끗이 씻기 위해, 또는 정신을 맑게 정화하려 사람들이 모이던 공간. 이제는 마음에 따뜻한 위안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다시금 이 곳을 찾는다는 스토리를 혼자 머리 속으로 떠올렸거든요.

탬버린즈 전시 배치도. 4개 층으로 구분된 공간에 모든 층의 끝이 공동화되어 있는 독특한 구성입니다. 단일한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기에 아주 탁월한 하드웨어입니다.

지하 1층에서 3층까지 공간을 찬찬이 살펴보았습니다. 기존에 목욕탕이나 교회였던 모습을 상상하자면 수평적으로는 각 층이 하나의 목적으로, 수직적으로는 각 층이 상호 독립적인 성격으로 활용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었던 점은 모든 층의 동선 끝부분이 공동화되어 있어 지하부터 지상까지 전 층의 일부가 뚫려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팝업 스토어를 기획한 브랜드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단일한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기에 아주 탁월한 하드웨어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일관된 메시지는 위안(solace)입니다. 전시는 지하 1층에서부터 시작되어, 한 층 한 층 위로 찬찬이 올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방문객은 매 층의 끝에서 편안한 자세로 휴식하고 있는 거인의 일부와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웅크리고 있는 거인의 아래에서, 그 위층에서는 거인의 머리 높이에서, 그리고 이어지는 2층과 3층에서는 거인의 위에서 대상을 조망하며 오롯한 형태의 감상을 완성해 나가죠.


그렇다면 이 일관된 메시지를 어떻게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답을 다채롭게 제시된 여러 감각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의 시작인 지하 1층에서 처음 대면한 것은 공간을 가득 채운 몽환적인 사운드 아트였습니다. 청각은 가장 낯설 때 빛을 발하는 감각입니다. 어둠 속에서 가장 예리해지는 감각이기도 하죠.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초입에서 방문객을 맞이하기 가장 적절한 감각입니다. 지하 1층 한 켠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향과 함께 소리로 된 향인 음악을 곁들입니다. 웅크린 거인의 형상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만큼 살짝 보이기까지 하니,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기대감을 품은 채 위층으로 향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1층은 상업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일반적인 리테일 공간에서 소비자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층으로, 신제품을 위한 팝업 행사라면 당연히 제품 하나 정도는 있을 법한 공간이죠. 하지만, 마주한 1층은 오히려 과감하다 느껴질 정도로 비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 대신 한 면은 캠페인 영상이 끊임없이 송출되는 미디어 파사드로, 그 반대편은 거울로 벽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전면에는 비로소 거인의 본체가 그 웅장함을 드러낸 채 우리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시각을 사로잡는 비쥬얼이 가득한 공간. 어둠에서 빛으로 나가듯, 아래 층에서부터 고조된 브랜드 메시지가 가장 강하고 직접적으로 전달되도록 의도한 배치가 아닐까요? (여담이지만, 명실상부 이번 전시의 가장 대표적인 포토 스팟이었습니다.) 

한 층을 더 올라 2층에 다다릅니다. 뒤 편의 공간으로는 더 이상 거인의 형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 빈 자리를 비로소 이번 팝업 전시의 주인공인 향수가 채웁니다. 가장 예상했던 후각으로 접하는 공간이 가장 마지막에 드러나는 연출. 마치, 지금까지 보여준 다채로움이 이 한 병에 다 담겨있다고 말을 거는 것만 같습니다. 아래 층에서부터 감각과 기대감을 쌓고, 그 끝에 비로소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을 제시하는 방식은 가장 설득력이 있는 화법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날 알베르를 나가는 많은 이들의 손에는 전시 브로셔와 함께 탬버린즈의 쇼핑백이 자주 들려 있었습니다. 만약 가장 처음부터 가장 직설적으로 향수를 배치하였다면 어떠했을까요? 블랙핑크 제니의 파급력에 탬버린즈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니 당연히 아주 인상적이고 성공적이었을 거라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하나 하나 곱씹으며 기억할 만큼의 여운이 남았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탬버린즈의 행보는 과연 어디로 향할까요? 한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들의 시선과 시간을 사로잡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하였듯 젠틀몬스터, 그리고 탬버린즈는 공간과의 만남을 여운이 남는 경험으로 전이하는 기획 집단입니다. 이번 전시를 방문한 사람들은 분명 향수에 대한 이야기보다 제니와 거인과 알베르(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는 모든 것을 유려하게 묶어낸 탬버린즈라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결국 사람들의 시선과 시간을 사로잡는 것들은 오래도록 사랑받을 테니까요.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모쪼록 남은 한 해도 따뜻하고 인상적인 공간에서 위안과 힘을 얻는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알베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2 망원 이디엄(IDIO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