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학습 하는 거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니냐? 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잖아.”
교실 뒤쪽에 게시된 성적표를 보고 있는 나에게 담임선생님께서 한 말씀 하셨다.
성적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매월 월말 평가가 실시되었고 시험 결과는 교실 뒤편 게시판에 붙여놨기 때문에,
다른 반 학생 누구라도 내 성적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잔인한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학교는 월말 고사를 실시했지만(한 달에 한 번),
사촌 누나가 다녔던 광주 여고는 주초고사가 실시되었다.
주초고사는 매주 초 월요일에 주요 과목인 국영수 시험을 치렀는데,
학생들로 하여금 주말에 놀지 못하게 하려는 학교의 꼼수라는 것 쯤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요즘처럼 중간 기말 고사만 치르는 평가 방식과 비교해 볼 때,
학업 스트레스는 어쩌면 그 때가 더 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무슨 일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의무적으로 실시되었던 자율학습은
2학기가 되면서 전면 폐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