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디남 Jun 24. 2015

프롤로그

그토록 받고 싶던 첫 월급이 채워주지 못한 것은...

 미치도록 취업하고 싶었다. 연일 쏟아지는 청년실업 뉴스와 불안한 경제 상황이 온 나라의 대학생들을  채찍질할 때 나 또한 발 동동 구르며 취업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스물여섯 청년이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환상 같은 위로를 등에 엎고 몇 번이나 가슴 무너지는 상황에 부딪혔던 특별하지 못한 청년이었다. 지방 사립대 출신에게 쉽게 열리지 않는 세상의 문을 열기 위해 해가 뜨면 원서를 썼고, 면접을 보러 다녔다. 밤이면 세상에 무릎 꿇고 내 이 세상이 얼마나 지엄하고 얼마나 위대한지 알았으니, 날 위한 공간하나 내어 달라고 가슴 졸이며 빌고 또 빌었다. 이 시대의 다른  직장인들처럼, 나 또한 그렇게- 간절함으로 취업을 했다.


 내가 취업을 하고 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취업을 갈망하는 청년들에게 가혹했다. 어렵게 구한 직장임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잘 알지 못하는 재무제표를 밤새 분석하고 어려운 금융용어를 공부하면서도 나는 행복하다 주문을 걸었다. 하루하루 새내기 직장인에게 전쟁 같은 생활이었지만 꼬박꼬박 들어오는 안정적 급여에 은행원이란 신분으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해했다. 

내가 사는 세상에선 직장을 버리지 못한다

 그런데 채워지지 않는 마음 속 공허함이 있었다. 힘든 상황에서 차마 알은 채 못했던 내 가슴 속 허전함은 월급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라 내 상황이 변했다고 내 마음 이토록 쉽게 변하는가 싶어 서점에서 직장인 자기계발서를 잔뜩 사다 읽었다. 책에서 누구는 스마트하게 일하라 말하고, 누구는 즐기면서 일하라 말했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는데 그 방법을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중 티브이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난 사람의 가슴 뛰는 이야기가 나왔다. 광활한 사막과 끝없이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눈에 담는 그를 보면서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꽁꽁 봉해놓았던 여행의 욕구가 뜨끈하게 넘쳐 흘러 허전한 빈 곳에 닿고 있었다. 어찌 할지 몰라 산 책에선 '진짜 꿈'을 향해 당장 떠나라 말했다. 어렵게 구한 직장을 신기하게도 '쿨 하게'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나고, 전세금을 빼서 오지를 탐험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은 뛰지만 와 닿지 않았다. 내가 두 발 디딘 이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살아내는 이 세상의 오늘이 더 초라해지기만 했다.

 

 특별하지 않은 내가 그런 대단한 결단을 내릴 용기는 없다. 미치도록 취업하고 싶었던 기억이, 잔혹하게도 꿈을 향한 내 아킬레스건을 끊어놓았을지도 모른다. 평범하게 월급날을 기다리는 직장인. 오늘도 잔고는 꼬박꼬박 채워지는 데 공허함은 늘어나는 딜레마에 빠진 당신과 같은 직장인을 위해 글을 시작한다. 

그래도 나는 떠났다. 1년에 한 번씩, 휴가를 모아서

 직장이란 현실에 두 발 꼭 붙인 채, 세계를 여행하는 은행원의 진짜 배낭여행 이야기. 어쩌면 내일의 당신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는 직장인의 여행 이야기. 특별 하지 않지만, 조금은 특이한 여행자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혼나지 않고 일주일간 휴가 가는 노하우, 회사에서 더 좋아하는 여름휴가, 쿨하게 떠날 수 있는 나만의 여행 브랜딩, 일에 힘이 되는 여행 이야기 등 5년간 조금씩 쌓아온 직장 다니며 '조금씩'  세계여행하는 방법을 여러분께 공개한다. 


뭐하나, 당장 '구독'하시라.

 


매거진의 이전글 꿈도 야망도 야근 마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