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네이버 ‘오늘일기’ 사태는 마케팅 실패인가?
지난 한 주간 온라인을 달군 네이버의 ‘오늘일기’ 사태. 이를 통해 MZ의 특징이 드러난 듯하여 이를 마케터의 시각에서 살펴보려 한다.
네이버의 ‘오늘일기’ 챌린지는 네이버 블로그가 2021년 5월 1일부터 14일까지 총 2주간 진행하려 했던 이벤트이다. 챌린지는 매우 간단했다.
참여 기간 동안 블로그에 ‘오늘일기’를 매일매일 기록하기
#블챌 #오늘일기 두 개의 태그만 포함하여 전체공개로 일기를 등록하면 됨
그런데, 작심삼일 하지 말자고 챌린지 캠페인까지 만든 네이버는 시작 3일 만에 페이머니 1,000원 지급으로 챌린지를 조기종료했다. 표면적으로는 어뷰징으로 인한 조기종료라고 한다. 네이버의 ‘오늘일기’ 사태는 불명예스럽게 나무위키에 박제가 되었고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오늘일기’ 사태가 일파만파 퍼져나가 청와대 신문고까지 갔다.
네이버는 오늘일기 챌린지 조기 종료 안내의 과정에서 간과한 사실이 있다. 네이버는 블로그 챌린지의 주 참여자인 MZ 세대를 얕봤다. MZ 세대의 마음은 얄팍한 돈으로 살 수 없다.
MZ에게 네이버는 추억이다. XY 세대보다 빠르게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을 한 MZ에게 네이버 플랫폼은 추억이고 향수이다. 오늘일기 ‘챌린지’는 MZ의 향수를 자극했다. 블로그가 흥했고 네이버 주니어와 함께 자란 MZ는 그 시대를 추억하는 방법으로 오늘일기 챌린지에 참여했다. MZ는 가성비보다 가심비에 끌리는 세대이다. 가치 있는 것에 열광하고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충성하는 팬덤 공동체이다.
만약 네이버의 ‘오늘일기’ 챌린지가 그냥 이렇게 끝나지 않았다면 마음이 이끌린 MZ는 다시 네이버 블로그를 향한 애정을 주저 없이 드러냈을 세대이다. MZ의 챌린지 참여는 네이버 페이 머니, 그깟 16,000원 때문만이 아니었다.
어느 세대보다 진심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진심에 진심인 세대가 바로 MZ이다. MZ는 브랜드가 가진 철학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것에 감동한다. MZ는 디지털 원주민 (digital native)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것에 그만큼 익숙한 세대이다. 태어날 때부터 카톡이 있었고 카톡이 생겨나는 시기를 경험한 MZ에게 온라인 소통은 일상의 한 부분이다.
MZ는 온라인에서의 연대와 공감에 더욱 진심인 세대이다.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에 참여한 MZ 세대에 네이버 팀의 대응은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중단해야 하는 공감을 얻어내거나, 대상자인 챌린지 참여자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늦은 시간 기습 공지로 ‘오늘일기’ 챌린지가 종료 되었다고 했다. 네이버의 공지는 불친절 했으며 형식적이었다. 또 나만 진심이었어?
공정에 민감하고 약속에 민감한 MZ 세대에게 네이버의 ‘오늘일기’ 챌린지 사태는 단순한 마케팅 실패가 아니다. 어뷰징을 미리 예상하지 못하고, 허술한 규칙을 기반으로 마케팅을 진행한 것은 핑계일 뿐이다. 그렇게 시작된 마케팅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다.
MZ는 허술한 규칙이라도, 그에 약속된 보상은 정당하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사태를 생각해 보자. MZ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에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으며, 약속된 보상 (정규직이 되기 위해 노력했을 기존의 정규직 지원자들) 이 정당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들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 들인 노력의 결과는,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아무런 소통과 논의 없이 무책임하게 정책을 만드는 방법으로) 다른 이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주어졌다. 이 사태는 MZ 세대의 노력의 결실을 너무나도 가볍게 내동댕이 친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였다.
자신들이 정한 규칙과 일방적인 소통으로 3일 만에 중단했다면, 네이버는 페이 머니를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주지 않거나,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정당하게 주었어야 했다. 천 원 이라도 줄게. 네이버의 태도는 참여와 보상의 과정이 공정하지 않음을 느끼게 해주는 전형적인 표본이었다.
네이버의 이번 사태를 어뷰징도 예견하지 못하고 마케팅을 준비한 IT기업의 마케팅 실패 사례로 볼 것인가? 아니면 실패를 가장한 대 사기극으로 봐야 할 것인가?
갑작스러운 챌린지 종료로 초토화가 된 인터넷 커뮤니티와 게시판, 기사 댓글을 토대로 네이버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정리해보았다.
참여한 사람들의 블로그 흑 역사 삭제로 서버 정리
네이버 페이 가입자, 블로그 앱 가입
160만 명의 개인 정보 및 관심사 빅데이터 수집
쓰다 보니 재미있어서 앞으로 계속 블로그를 쓰고 싶었던 이용자들
오랜만에 올라온 블로그의 일상 글이 반가워 네이버 블로그를 방문한 이용자들 (네이버 블로그는 언젠가 부터 광고 글이 아닌 일상 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서 블로그 챌린지 광고를 보고 나도 참여해볼까 했던 잠재적 이용자들
[네이버 ‘오늘일기’ 챌린지 참여자]
5월 1일 참여자: 61만여 건
5월 2일 참여자: 59만여 건
5월 3일 참여자: 54만여 건
5월 3일 참여자가 전원 완주했을 경우, 네이버는 86억 원의 네이버 페이 머니를 사용해야 했을 것이다. 네이버는 100억도 안되는 돈으로(네이버 규모를 생각하면 그리 큰 돈도 아닐텐데) 죽어가던 네이버 블로그와 구글에 뺏기고 있는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찼으며, 사용자를 우롱한 기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망쳤다.
네이버가 정말로 데이터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을 정말로 하지 않은 것인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도 한다. 애초, 16,000원을 페이 머니로 주면서 1인 다계정과 1줄 작성을 허락하며 후하게 허들을 낮춘 뒤 최대 인원을 모아 놓고 이 모든 잘못을 고객 탓으로 돌린 네이버의 태도.
사실은 다 계획된 작심삼일 시나리오였을 것이라는 몇몇 네티즌의 댓글은 설득력 넘쳐난다. 이 가설이 수긍이 가는 것임을 뒷받침해주는 중앙일보 기사를 첨부한다.
현재 가장 구매력이 높으며 세대적인 특징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MZ 세대. 결국 챌린지 부활이 되었지만, MZ의 마음은 얄팍한 술수와 같잖은 돈으로 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