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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by Nov 24. 2021

[단상, 2018년] 나도, 기계도 나이가 들었다

2018년 왠지 모르게 서글펐던 그날 써내린 단상

모바일용 짐벌이 붐이었던 2017년

퇴사를 하기 전에 장비를 하나 질러보자 하고

중국 여행을 간 김에 오스모 모바일 짐벌을 구입했었다

짐벌이 손에 익지 않아서인지, 이전보다 나의 열정이 덜한 것인지

아니면 짐벌 작동 속도보다 내 손이 빨리 움직여서인지

사용하는 횟수가 적어 중고로 팔기로 마음을 먹었다


모바일 짐벌 2세대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가볍고, 가격도 싼 새로운 짐벌의 출시


대학을 졸업하면서

처음으로 고가의 기기를 구입했다

지금까지도 버벅거리지만 잘 쓰고 있는 맥북 프로 2011년형

그 때에도 맥북 에어가 있었지만, 파이널컷 프로를 돌릴 만큼의 사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고가이지만 나름 버짓 리밋이 있었기 때문에

최고의 성능은 아니지만 '가성비'를 따져보고 결정했다


디지털 카메라가 처음 상용화 되었을 때 부터 갖고 싶었던 DSLR

이것도, 그 즈음에 열심히 파트타임 해 가면서 할부로

(물론, 미국에선 할부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베스트바이에서 파이낸싱 프로그램을 통해서 샀다)

마찬가지로, 동영상을 찍기에 가장 알맞으며 버짓에 맞는 기기가 무엇일 까 생각해 본 후

캐논의 600D모델을 큰맘먹고 구입했고, 무거워서 어깨가 끊어질 듯 아파도

부지런히 들고 다니면서 찍었다


기자가 되고 싶었고, 영상을 찍고 싶어서 하나하나 마련한 기계들은

내가 나이가 든 만큼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세련되거나 빠릿빠릿 하지도, 지금 나오는 제품들 만큼 가볍지도 않다

이동할 때마다 낑낑거리면서 한짐 지고 다녀야 하고

작업이라도 할라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래도 낑낑거리면서도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여행을 할 때면, 특히나 장기 여행을 할 때면 바리바리 싸 들고 돌아다녔었다


나도 서른 몇살이 되고보니 이 기계들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워졌다

새로운 기계로 바꿔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



내가 그동안 사랑했던 기계들은 어느새 나이가 들고 구식이 되었다

이 기계들은 중고로 팔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버리기엔 아직도 그냥저냥 작동을 하고 있다


서른 몇 살,

찬란하게 빛나는 주인공 역할을 해 보지도 못하고

젊고 더 멋지고 화려한 사람들이 새로운 주류로 나타나면서

무대 뒤로 사라져야 할 나이가 된 나 같아서 마음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계 자체 보다는 사용하는 사람의 테크닉이 반영되는 영상물을 보다 보니

나에게도 아직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시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지 않을까

해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2018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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