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왠지 모르게 서글펐던 그날 써내린 단상
모바일용 짐벌이 붐이었던 2017년
퇴사를 하기 전에 장비를 하나 질러보자 하고
중국 여행을 간 김에 오스모 모바일 짐벌을 구입했었다
짐벌이 손에 익지 않아서인지, 이전보다 나의 열정이 덜한 것인지
아니면 짐벌 작동 속도보다 내 손이 빨리 움직여서인지
사용하는 횟수가 적어 중고로 팔기로 마음을 먹었다
모바일 짐벌 2세대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가볍고, 가격도 싼 새로운 짐벌의 출시
대학을 졸업하면서
처음으로 고가의 기기를 구입했다
지금까지도 버벅거리지만 잘 쓰고 있는 맥북 프로 2011년형
그 때에도 맥북 에어가 있었지만, 파이널컷 프로를 돌릴 만큼의 사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고가이지만 나름 버짓 리밋이 있었기 때문에
최고의 성능은 아니지만 '가성비'를 따져보고 결정했다
디지털 카메라가 처음 상용화 되었을 때 부터 갖고 싶었던 DSLR
이것도, 그 즈음에 열심히 파트타임 해 가면서 할부로
(물론, 미국에선 할부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베스트바이에서 파이낸싱 프로그램을 통해서 샀다)
마찬가지로, 동영상을 찍기에 가장 알맞으며 버짓에 맞는 기기가 무엇일 까 생각해 본 후
캐논의 600D모델을 큰맘먹고 구입했고, 무거워서 어깨가 끊어질 듯 아파도
부지런히 들고 다니면서 찍었다
기자가 되고 싶었고, 영상을 찍고 싶어서 하나하나 마련한 기계들은
내가 나이가 든 만큼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세련되거나 빠릿빠릿 하지도, 지금 나오는 제품들 만큼 가볍지도 않다
이동할 때마다 낑낑거리면서 한짐 지고 다녀야 하고
작업이라도 할라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래도 낑낑거리면서도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여행을 할 때면, 특히나 장기 여행을 할 때면 바리바리 싸 들고 돌아다녔었다
나도 서른 몇살이 되고보니 이 기계들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워졌다
새로운 기계로 바꿔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
내가 그동안 사랑했던 기계들은 어느새 나이가 들고 구식이 되었다
이 기계들은 중고로 팔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버리기엔 아직도 그냥저냥 작동을 하고 있다
서른 몇 살,
찬란하게 빛나는 주인공 역할을 해 보지도 못하고
젊고 더 멋지고 화려한 사람들이 새로운 주류로 나타나면서
무대 뒤로 사라져야 할 나이가 된 나 같아서 마음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계 자체 보다는 사용하는 사람의 테크닉이 반영되는 영상물을 보다 보니
나에게도 아직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시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지 않을까
해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2018년.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