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날들
언제인지도 모를 아주 오래전
최악의 생일을 맞은 적 있었다.
그날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 죽고 싶어"라고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으로 조용히 울며 말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생애 최악의 생일을 이리 겪었으니
앞으로는, 어떤 생일을 보내더라도
무조건 최악의 날은 면할 수 있겠다.
어떤 생일도, 이날보다 나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그 뒤로부터 정말 매년
'보다 나은 생일'을 지날 수 있었다.
*
생일에 별 의미를 두지는 않았던 것은
어릴 때부터 원 없이 챙겨주시던 엄마,
그 차고 넘치는 넉넉한 사랑 덕이었다.
"생일 선물로 해. 미리 선물로 줄게."
나는 그녀로부터 마치,
온 생애, 생일 선물을 미리 받은 것 같아
앞으로 아무도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도
섭섭한 마음이 딱히 들지 않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날'은 마침, 아니 하필이면
내 생일이었고, 그 사람은 그렇게 화려히
나에게 '최악의 생일'을 남겨주게 되었다.
*
나는 감사한다.
덕분에 매년마다 더 나은 생일을 보내고
어떤 날도 최악을 면하기 때문이다.
어디에든 어떻게든
감사할 일은 있는 것이다.
최악의 생일과 최악의 경험은 우리에게
평일조차 '더 나은 날'로 만들어 준다.
*
THANKS FOR THE BIRTHDAY GI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