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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더 좋은 날들

by Essie

언제인지도 모를 아주 오래전

최악의 생일을 맞은 적 있었다.


그날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 죽고 싶어"라고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으로 조용히 울며 말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생애 최악의 생일을 이리 겪었으니

앞으로는, 어떤 생일을 보내더라도

무조건 최악의 날은 면할 수 있겠다.


어떤 생일도, 이날보다 나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그 뒤로부터 정말 매년

'보다 나은 생일'을 지날 수 있었다.


*


생일에 별 의미를 두지는 않았던 것은

어릴 때부터 원 없이 챙겨주시던 엄마,

그 차고 넘치는 넉넉한 사랑 덕이었다.


"생일 선물로 해. 미리 선물로 줄게."


나는 그녀로부터 마치,

온 생애, 생일 선물을 미리 받은 것 같아

앞으로 아무도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도

섭섭한 마음이 딱히 들지 않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날'은 마침, 아니 하필이면

내 생일이었고, 그 사람은 그렇게 화려히

나에게 '최악의 생일'을 남겨주게 되었다.


*


나는 감사한다.


덕분에 매년마다 더 나은 생일을 보내고

어떤 날도 최악을 면하기 때문이다.


어디에든 어떻게든

감사할 일은 있는 것이다.


최악의 생일과 최악의 경험은 우리에게

평일조차 '더 나은 날'로 만들어 준다.


*


'더 나은 날들'을 선물 받았다.




THANKS FOR THE BIRTHDAY GIFT!

잃은 줄 알았던 인생친구의 축하는 가장 큰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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