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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Mar 16. 2024

'쉼'도 정해서 하는 세상

내가 쉬는 법

잠깐이라도 틈이 날 세라면 우리는 언제나 스마트폰을 쥐고 있다. 그것을 '쉬고 있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뇌과학적으로 편도체가 안정화된 상태를 '쉼'이라 하고 싶다. 그러니 걷거나 뛰는 게 쉬는 것일 수 있고, 자잘하게는 활동을 전환하는 사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쉰다고 말하고 싶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는 잠깐, 미팅을 마치고 자리에 돌아오는 잠깐... 그 사이 우리에겐 쉴 수 있는 잠깐의 틈이 있다.


바쁘다고 해서 우리에게 정말 쉴 시간이 없는 걸까. 오히려 나는 우리가 쉼을 버티지 못한다고 본다. 그렇잖은가? 잠이 드는 순간까지도 스마트폰을 쥐고 있으니 말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잠깐도, 심지어는 건너는 순간에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그리고 미팅을 마친 후 자리로 돌아오는 잠깐의 순간 주어지는 틈을 버티지 못하고 스마트기기로 메우고 있지 않은가. 만약 인간에게 쉼이 필요 없다면 그걸로 괜찮겠지만 인간에게 쉼은 반드시 필요한 듯하다. 돈을 주고라도 쉬는 걸 보면. 


정말 쉼이 필요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중요하다. 무언가 재미있는 생각들은 대게 틈을 쉼으로 뒀을때 떠올라서다. 아이러니하다면 아이러니하기도 한 게, 쉼이 물리적, 정신적으로 이완이 되면서도 또 상상력이 자극되는데, 상상력이 자극이 되면 그걸 써먹으려고 다른 행위로 연계가 된다. 이건 또 쉬는 게 아니니 아이러니하지 않겠는가. 어쨌거나 그 과정에서 정신적인 이완을 찾고 더욱이 활력이 되니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 역시 인간인지라 소중하다고 하면서도 스마트폰에 기대 살고 있는 스스로를 눈치챌 때가 있는데, 그런 상황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주어져도 흥분된 마음을 쉽사리 가라앉히지 못한다. 급한 것도 없으면서 괜히 사소한 것까지 빨리빨리 해치워 버리려 하기도 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정신적 이완이 되지 않으면 스마트폰 없이 잠을 들지 못한다. 생활에서의 예를 들면 주로 집안일을 할 때 알아차린다. 빨래 정리하는 그 몇 분 조차도 쫓기듯 해치우려는 걸 인지하고 나면 "아 요즘 내가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구나"라며 되돌아본다. 되돌아볼 것은 또 뭐인가, 원인을 찾아볼 것도 없이 스마트폰 아니겠는가. '쉼'이고, 틈이고 소중하니 어쩌니 해 봐야. 결국 스마트폰 이기지 못하는 인간 아니겠는가. 


시간 여유가 있음에도 다급해하고 조급해하는 걸 나는 일종의 정신증이라 생각한다. 물론 병은 아니겠지만 아주 경미한 정신증 정도로. 병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결국 정신증세로 보는 것이잖는가. 그러니 나는 그것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마음이 조급한 걸 고치는 게 가능한 일이긴 한가라고 지금도 의문이 들긴 한다만 나름대로의 방법은 이렇다. 무엇보다 무엇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잠깐의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안 만지려는 노력이 가장 크다. 물론 식단 조절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근육도 풀고, 자세도 바로잡아보고 이것저것 같이 하면서 말이다. 무언가 쫓기고 조급하다는 생각이 들 때, 스스로를 다그치며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되뇌는 방법도 있겠지만 생각으로 생각을 막기 힘들다고 한다. 뇌는 환경을 통해 스스로의 상태를 인지하기에 환경을 바꾸지 않고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억지로 아무 생각 안 해본다. 횡단보도 초록불을 스마트폰 없이 기다려 본다. 버스를 스마트폰 없이 기다려본다. 스마트폰 없이 잠들어 본다. 알람을 끄고 무언가에 집중해 본다. 카페에서 사람들이 이동해도 신경 쓰지 않아 본다. 뇌가 아무 생각이나 지껄이게 놔둬 본다. 무언가 무엇 사이의 틈,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공간. 지금 일과 다음 일 사이의 틈, 딱 맞붙어 있는 것 같지만 분명 존재하는 전환 사이의 벌어짐. 그 틈들을 가능한 아무것도 없는 채로, 무엇도 하지 않는 채로 둬 본다.


반나절 정도다. 반나절 정도 환경을 만들어주면 마음이 안정되고, 상상력이 자극되어 삶의 활력을 찾는다. 쉬기 위해 쉴 것을 찾지 않아도. 쉴 수 있게 된다. 누군가는 여행으로 그것을 찾을 수 있고, 취미생활로 찾을 수 있겠지만 나는 여행이나 취미도 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틈을 메우지 않고 그냥 둬 보니 쉴 수 있게 됐다. 


글을 다 쓰고 보니, 원인이 더 명확하게 스마트폰임을 알게 된다. 요즘같이 급박한 세상에 스마트폰 없이 뭘 하겠냐고 하지만 바빠서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이 생겨서 바빠지게 된 거다. 시스템이 인간을 옭아매듯 스마트폰이 인간을 채찍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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