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우 Jan 19. 2022

30분 일찍 집을 나서면 바뀌는 것들

내가 집에서 일찍 나오는 이유

https://youtu.be/vENFPLCqws0


유튜브에서는 보다 자세한 내용을 음성 및 사진과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었다.


이 정도 시간이면 되겠지- 하며 빈둥거리다가 허겁지겁 집을 나서는 일이 잦았다. 

대중교통을 갈아탈 때는 뛰어야 했고, 

지하철이 연착되거나 느리게 운전하는 버스 기사님을 만나면 어김없이 약속 시간에 늦곤 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친구는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약속 장소로 향하는 내 마음 역시 편할 리가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커피라도 한 잔 사야 했다. 어떤 날에는 밥을 사야 했다. 

고작 몇 분의 게으름으로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지출들이었다. 

지인의 신뢰, 돈, 편안한 마음. 이 모든 것을 잃기엔 분명히 아깝지 않은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어느 날, 나는 다짐했다. 30분 일찍 집을 나서보겠노라고.


30분 일찍 집을 나서게 된 지가 어느덧 두 달이 되었다.

14시 약속이라면 13:30분 이전에 도착하도록 출발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무엇이 바뀌었을까.


2021, Jeju.


1. (당연하게도) 약속 시간에 늦을 일이 없어졌다.


무조건 안 늦게 되었다.

30분은 웬만한 돌발 변수를 커버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이었다.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는 친구는 물론이고 조금 여유 있게 나오는 성향을 가진 친구조차도 나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약속 장소로 이동하고 있는 나의 마음은 이 지점에서 한결 편안해진다.

친구에게 미안할 일도, 억지로 커피나 밥을 사야 할 일도 없어진다. (그저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커피나 밥을 살 때가 잦긴 하지만.)



2. 새롭고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혹자는 묻는다. 변수가 전혀 없는 날에는 30분의 간극을 무엇으로 채우느냐고.

나는 답한다. 오히려 30분은 무언가를 채우기에 한 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30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한 날에는 고민 없이 산책을 한다.

사전 정보 없이 마음 가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이다. 

모든 산책이 그렇지만, 이러한 산책에서는 새롭고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유명하진 않지만 커피 향기가 심상치 않은 카페를 발견하거나,

한적한 돌담길을 걸어 본다거나,

그 동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관찰한다거나,

예쁜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어본다거나 하는 일을 해볼 수 있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근처 카페에 들어가 책을 읽기라도 하면 된다. 

30분의 행복이 꽤나 크지 않은가?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나?


타이트하게 나왔다면 읽지 못했을 30분 분량의 책이 우리 인생에 생기지 않았나.

평생 소장될 예쁜 풍경이 담긴 사진이 생기지 않았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나만의 카페가 한 곳 늘어나지 않았나.

사람 사는 세상을 향유하지 않았나.


이 모든 것을 안고 지인을 만났다고 생각해보자.

지인과 나눌 이야기는 더욱 다채로워지고 건강해져 있을 것이다.



3.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타이트했던 지난날로 되돌아가 보자.

약속 시간에 늦게 생긴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미워진다.


집에 물건을 두고 와서 다시 다녀온 내가 밉고,

과속을 하지 않는 버스 기사님이 밉고,

안전을 위해 설치된 신호등이 짜증 난다.

심지어는 대중교통에 느리게 탑승하는 노인 분들도 미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은 오로지 내가 늦게 집을 나서는 것에서 시작된 것임을 우리는 안다.

아무런 죄가 없는 대상을 미워한 우리는 스스로를 자책하기에 이를 것이다.


부정적인 마음으로 친구를 만난 우리는 어떠한 모습을 보일까.

미안한 표정으로 대화를 시작해 불편한 마음으로 그날의 약속을 끝마칠 것이다. 

나는 부정의 힘을 믿는다. 

부정한 마음이 쌓이면 그것이 태도가 되고, 그러한 태도는 상대방에게 곧잘 옮겨붙는다.


30분만 일찍 집에서 나서보자.

세상 대부분의 일들을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물건을 두고 왔다면 일찍 나오길 잘했다며 스스로를 칭찬하게 되고,

안전 운전을 하는 기사님의 버스에 탑승한 것은 행운이 된다.

신호등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 되며

교통약자 분들을 되려 도와드릴 시간이 생긴다.


이러한 선의는 또 다른 선의를 낳는 것은 물론 우리의 마음을 양껏 건강하게 한다.

이 상태로 지인을 만난다면?


당신은 이제 답을 알 것이다.

이 놀라운 변화를 당신이 꼭 경험해보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블라디보스토크 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