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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플랜 한종완 Nov 30. 2020

이커머스 춘추전국시대, 여포 아마존이 온다

적당한 긴장은 소비자에게 좋다

2001년 아마존 관련 기사 중 일부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아마존과 달리 이베이는 흑자폭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기업이다. 인터넷 산업의 간판스타 이베이가 국내 1위 온라인 쇼핑몰 옥션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국내 닷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 현황

옥션을 인수한 이베이는 G마켓까지 인수했다. 당시 옥션과 G마켓의 시장점유율은 약 90%에 육박했다. 언론사들은 앞 다투어 이베이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알다시피 우리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2010년부터 소셜커머스 3사(쿠팡, 티몬, 위메프)가 등장하더니 기존 오픈마켓 공룡을 위협했다. 이제 그 누구도 이베이의 독점을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쿠팡의 독주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집계를 보면 실상은 더 복잡하다. 국내 온라인몰 1위인 네이버 쇼핑의 점유율은 14%에 불과하다. 쿠팡은 12%로 2위, 이베이코리아(옥션 + G마켓 + G9)가 11%로 3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11번가와 위메프 등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1~2%를 두고 옥석 가리기가 한창인 온라인몰 시장에 아직 이렇다 할 독불장군은 없다.


진짜가 나타났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 시장으로 세계챔피언이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11번가와 손잡고 한국 진출을 예고한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했던 만큼, 진짜 아마존의 출현은 의미심장하다. 

아마존 (이미지 = 게티이미지)

아직 아마존은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SKT의 11번가와 협력한다는 사실 외에는 구체적인 진출 방향도 밝혀진 바가 없다. 반면, 언론은 연일 호들갑이다. 유통 공룡의 등장, 국내 기업들 초비상 등 갖은 수식어를 붙이며 아마존의 한국 진출을 홍보하고 있다. 과연 아마존은 춘추전국시대 같은 한국 온라인몰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치열한 경쟁으로 단련된 국내 기업들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며 이를 벤치마킹한 쿠팡은 국내 온라인몰 시장의 강자다. 쿠팡은 이제 10대부터 60대 모든 세대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쇼핑 앱이 됐다. 네이버쇼핑은 최근 CJ대한통운과 협력해 고질적인 배송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역시 점유율을 많이 빼앗기긴 했지만, 꾸준히 시장을 지키고 있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이 만성적자에 빠져있는 와중에도 이베이는 안정적인 점유율과 꾸준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의 기업들이 특정 분야에 강점을 지닌 만큼, 아마존이 파격적인 정책을 펼친다 해도 드라마틱한 판 갈이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에서 통할까?

아마존의 강점인 풀필먼트 체계가 한국에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아마존이 넘어야 할 산이다. 풀필먼트는 오픈마켓처럼 판매자가 직접 고객에게 물건을 배송하지 않고 일단 아마존이 모든 재고를 매입해 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발송하는 시스템을 말한다(쿠팡의 로켓배송과 마켓컬리의 샛별배송도 풀필먼트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세계 곳곳에 거대한 물류창고를 건설해 왔다. 아마존의 물류창고가 없는 한국에서는 그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마존 물류창고 (이미지 = 게티이미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마존이 정말 저렴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존이 한국에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글을 쓰는 중 무료배송에 혹해 아마존에 직접 들어가 봤다. 한 바퀴 둘러본 결론은 ‘싼 건 싸고 비싼 건 비싸다’였다. 다른 오픈마켓과 비교했을 때 대형가전은 제품별로 편차가 심했고 컴퓨터 부품 등은 거의 비슷했다. 다행히 저장장치만큼은 아마존이 압도적으로 저렴했다.

좌(아마존), 우(국내 이커머스)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 구미가 당기는 시장이지만 토착 기업들과의 험난한 경쟁이 필수적이다. 11번가가 아마존의 연착륙 활로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기로 하자.


by 올라플랜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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