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플랫폼의 혁신
정답은 모두 실업이다. 직업이 없는 상태라는 간단한 단어지만 실업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1번은 경기의 변동에서 발생하는 경기적 실업, 2번은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른 구조적 실업, 3번은 계절에 따라 변동되는 계절적 실업, 4번은 기계의 발달로 노동 수요가 감소하는 기술적 실업에 해당된다. 다소 애매하게 보일 수 있는 5번 역시 마찰적 실업이다. 다른 말로는 탐색적 실업이라고 표현하는데 노동자가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발생하는 실업을 의미한다.
고전 경제는 노동시장의 수요(기업)와 공급(구직자)이 합리적인 임금을 이끌어내고 이 임금이 고용을 창출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청년실업은 늘어 가는데 중소기업은 일 할 사람이 없어 울상이다. 기업은 더 우수한 구직자를, 구직자는 더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해 탐색한다. 서로가 자신의 약점을 숨긴 채 포장된 모습을 과장하기 바쁜 고용시장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한다. 베일에 감춰진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수요와 공급이 충분하더라도 이러한 탐색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실업(마찰적 실업)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업과 구직자 간의 엇박자가 심하다. 고학력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더 많은 스펙을 쌓아야 한다. 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지금껏 들인 비용을 보상받기 위한 기대치는 자연스레 높아진다. 그러나 기업은 제공하려 했던 임금 이상으로 기댓값을 높인 구직자가 부담스럽다. 이미 상향평준화된 지원자에게 높은 비용을 지불할 필요도 없다. 구직자와 기업은 싸움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대를 탐색하는 데 점점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만 한다.
마찰적 실업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구직자를 교육하거나 채용방식을 개선해 서로의 핏(fit)을 맞출 수 있고, 양측의 정보를 모두 공개해 탐색과정에서의 출혈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나 기업에서 진행해온 정책은 전자에 가깝다. 무료 전직 교육 제공이나 탈 스펙 채용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두 번째 해결책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원티드와 리멤버 같은 데이터 기반 채용 플랫폼이다.
마찰적 실업은 취준생에만 해당되는 개념이 아니다.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는 경력자들도 포함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퇴사와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원티드와 블라인드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년 내에 이직을 시도한 직장인이 무려 66%에 달했다. 반면, 실제 이직에 성공할 확률은 50% 수준으로 나머지 절반은 기업 탐색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원티드의 공동창업자 황리건 총괄은 이미 18년도부터 마찰적 실업을 예로 들며 구직시장의 미스매치를 줄이겠다는 비전을 밝혀왔다. 기존 채용 플랫폼이 공채 정보 안내나 입사지원 편의 제공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구직자의 기호에 가장 적합한 채용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가장 필요한 인재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양측 모두 탐색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 지인을 통해 수소문하던 헤드헌팅 방식을 시스템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명함 관리 앱으로 인기를 누린 리멤버 역시 채용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구직자가 본인의 커리어를 업로드해두면 기업의 인사팀이 직접 데이터를 검색하여 필요한 인재에게 제안을 보내는 방식이다. 본래 서비스가 명함 관리였던 만큼, 자신의 프로필과 이력을 간편하게 등록 가능한 것이 장점인데 또 하나 차별화된 점은 비밀 보장이다. 비슷한 다른 플랫폼은 누구나 자신의 이직 희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리멤버의 경우 허가받은 인사 담당자만 프로필을 열람할 수 있다. 구직자가 열람을 원하지 않는 기업까지 설정할 수 있어 국내 정서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마찰적 실업에 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피터 다이아몬드 교수는 노동시장의 탐색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기업과 구직자 간의 눈높이 차이로 수십만 명의 청년들이 실업 상태에 놓여 있는 현실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이 앞 다투어 탐색비용 절감을 위한 정책을 내놓았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가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구조적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은 괄목할만한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