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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플랜 한종완 Nov 10. 2020

우버의 승리와 '긱 이코노미'

우버의 생존 전략

지난 3일, 대선으로 혼란스러웠던 미국에서 가장 먼저 승리의 포즈를 취한 이는 우버(uber)리프트(lyft)였다. 플랫폼 노동자의 기준을 정의하는 AB5 법안이 무효화됐기 때문이다. AB5 법안은 노동자의 지위가 아래의 ABC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기업이 정규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ABC 테스트

A, 노동자가 회사의 간섭에서 자유로운가

B, 노동자가 통상적 비즈니스가 아닌 업무를 수행하는가

C, 노동자가 독립적인 고객층을 갖고 있는가




우버와 리프트의 운전기사는 ABC테스트에 따라 일반적인 노동자로 구분되는데, 이들 모두에게 정규직 혜택을 제공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공유경제 기업들은 법안이 발표된 지난 1월부터 치열하게 반발해온 이유다. 바로 2월에는 뉴욕 법원에 AB5법안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이에 우버는 주민발의 22호 법안으로 반격했다. 우버나 리프트의 드라이버처럼 특정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주선받는 노동자를 플랫폼 업체 소속 직원이 아니라 자영업자로 규정하자는 내용이다.


(사진 = 긱워커스라이징 페이스북)


주민발의는 민간이 직접 만든 법안을 주민 표결에 부쳐 제정하는 제도다. 지난 3일 대선과 함께 진행된 캘리포니아 주 투표 결과는 58.3%의 찬성으로 우버의 승리였다. 우버는 운전기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대신 처우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의 120% 보장,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 금지, 의료 보조금 지원 등의 조건을 약속했다. 이번 투표를 위해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3사가 쏟아부은 돈만 약 2억달러(2260억 원)으로 밝혀졌는데, 경제적 우위를 지닌 기업이 주민발의 제도를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긱 이코노미

그러나 찬성 측 입장에도 명확한 테제가 존재한다. 바로 긱 이코노미의 가치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일시적인 경제활동을 뜻하는 말로 기업들이 필요할 때마다 일시적으로 인력을 고용하는 경제형태를 말한다. 과거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였지만, 최근 공유경제가 활성화되며 플랫폼 노동자로 그 의미가 좁혀졌다.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식 / 사진 = 우아한형제들)


앞서 말한 우버, 리프트 등 공유 자동차 플랫폼이나 국내의 배달 대행업체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 서비스다. 기술의 발달로 운전이나 배달 등 단순 업무를 넘어 전문직 시장까지 긱 이코노미가 확장되고 있다. 이제 부동산, 교육,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프리랜서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 약 16만명의 프리랜서가 등록되어 있는 ‘크몽’이 대표적이다.


긱 이코노미를 외면한 채 과거의 경직된 고용체제를 유지한다면 결국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기업들의 입장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25년까지 긱 이코노미가 전 세계 GDP의 2%에 해당하는 2조 7000억 달러 수준의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하는 근로의 유연성 확보는 전업주부나 시니어의 시장 재진입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수입 증가에도 도움을 주는 등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우버는 카카오택시, 배달의 민족 등 국내 기업에 밀려 한국시장에 정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갈등은 한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6일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적 대화 포럼이 진행됐고 배달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에 대해 일정 수준의 협의를 이뤄냈다. 이는 우버의 타협안과 비슷한 맥락으로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장책을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의 가치와 긱 이코노미의 가치, 충돌할 듯한 아슬아슬한 타협이 지나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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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플랜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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