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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늘 Feb 10. 2022

28화) 뻥이요, 뻥뻥! 밭 뻥튀기와 첫 선물

[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13째 주 (5.2~5.8)


비 오는 날의 풍경, 괴생명체의 출현


농부가 되니 날씨가 가장 큰 관심사이자, 삶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걱정이다. 비가 요새 들어 무척이나 자주, 그리고 오늘은 강하게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그래서 막 씨앗을 뿌려둔 허브들이 걱정이 되어 우산을 씌워놓았다. 씨앗들이 빗물에 떠밀려 또 사라지면 안 되니까. 

비가 오면 바로 모든 통들의 뚜껑을 열어 빗물을 받아야 한다. 모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지! 얼마나 비가 왔는지, 물통이 순식간에 차오른다. 영양만점 빗물을 이렇게 또 공짜로 얻어놓았다.

으악!!!!!!!!!!!!!!!!! 이게 뭐야!!!!! 


나는 음식물쓰레기라는 개념을 없애고 모두 흙, 낙엽과 섞어 퇴비로 만들어 보고 있는데, 1달 된 퇴비함을 열어보았다가 기절할 뻔하였다. 정체불명의 괴기스럽게 생긴 (양쪽 반대 방향으로 머리가 달린 돌연변이의 느낌) 벌레들의 잔치가 벌어져있는 것이다. 흐악. 머리가 거꾸로 달린 채 한쪽 방향으로 따라가는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 정말 한참이나 지나서 알게 된 사실 : 이것은 머리 둘이 달린 돌연변이가 아니라, 짝짓기로 합체 2마리의 벌레 쌍이었다.

퇴비를 만드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 후 보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와중이었다. '직사광선을 받으면 습기가 날아가고 미생물이 살 수 없다'라고 하여서 뚜껑을 살짝만 덮어서 옥탑방 실내에 두었었다. 그런데 이 벌레들이 생성되었으니! 

놀라서 바로 퇴비 보관함을 바깥으로 이동! 뚜껑을 열고 햇살, 바람 소독을 시켜주었다. 에라 모르겠다. 미생물이고 뭐고 우선은 이 무서운 괴생명체들이 꼬이는 것은 방지해야겠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다음, 살충제 같은 것 대신에 (그런 것은 없다.) 소심하게 EM 희석액을 뿌려본다. 하하. 무슨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밥통이 사라져서, 당황하는 벌레들의 모습. '나중에 어떻게든 사라져 있겠지.' 하고 옥탑방(나의 식물연구소 창고)은 꼭 닫아두었다.

이제 퇴비함은 이러나저러나 그냥 야외행! 


최대한 환기가 잘 되어야 하기 때문에, 화분처럼 아래에 구멍을 많이 뚫고 망사를 깐 다음에 퇴비 흙들을 담았다. 공기는 통하되 건조하지 않게 하기 위해 뚜껑은 틈 있게 닫아놓고 하단은 띄워 놓았다.


아직 날파리들이 조금씩 보이는 것을 보면 퇴비화가 완전히 다 된 것은 아닌가 보다. 그래도 옥상에 내어놓고 나서는 그 무서운 괴물 벌레들  다시 보이지는 않는다. 냄새도 없다. 이미 1달은 된 음식물들이라 거의 분해되어 있다. 계속 지켜봐야지~



뻥이요, 뻥뻥! 제2 부지들의 탄생

겨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농사일. 


청경채들의 밭. 흩뿌렸던 새싹들이 마구 뒤섞여 모여있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을 만큼 자라 버렸다. 방 재배치해 주어야 하는 시간이다. 이제 방 재배치는 아주 쉭쉭 순식간에 빠르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간격들을 넓혀주니 이제야 숨통이 좀 틔워진다는 청경채 애기들.

짜잔. 그렇게 청경채의 제2부지가 또 탄생해버렸다. 

바글바글. 이제는 또 치커리들이 점점 커가서 슬슬 재 정렬해 줄 때가 도래했다.

솎아내기 없는 옥상 낙원! 


뿌리째 뽑아버리는 솎아내기는 절대 하지 않고, 현재까지는 부지를 넓혀가며 모든 새싹을 다 살려내고 있다. 순식간에 치커리 제2 부지 탄생! 조금 넓어졌다고 좋아하는 치커리 놈들.

깻잎이들 새싹도 샤샤샥 제2부지 마련. 충분한 자리를 위해 미리 옮겨 심어주었다.

와.. 의욕에 가득 차 갓(적겨자) 씨앗을 너무도 많이 뿌려버렸었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되는 현장. 바글바글. 난리가 났다. 이젠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이 정도도 말도 못 하게 비좁은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다. 

적겨자 부지를 따블로 만들어 조금은 숨통을 트일 수 있게 옮겨 심어주었지만 워낙 씨를 많이 뿌렸던 나의 탓에 고밀도 합숙 연습생들처럼 되어버렸다. 미안하다.

이렇게 한순간에 2배로 뻥튀기된 밭의 면적.


가장은 힘들다. 좁은 단칸방에 응애응애 우는 아이들이 쑥쑥 커버리니 참으로 할 일도 많고 부족한 환경이 항상 미안하기만 하다. 이렇게 식물들 키우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아빠의 마음을 느껴보게 되는구나. 그래도 매일 자라나는 싱그러운 잎들과 변화가 주는 기쁨이 그 모든 힘듦을 상쇄시킨다. 무척이나 예쁘니까! 나도 그런 존재였겠구나.


식물 보육원을 통해 거꾸로 그런 마음을 알게 되어보는, 그런 오늘의 나날들.




손수 만든 선물이라는 것

그러다 마침 어버이날이 되었다. 


며칠이나 꾹 참고 아껴두었다. 아직은 너무나도 작은 잎 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가장 크게 자란 놈들을 따서 선물로 가져다 드리려고!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선물하는 것이다. 

깻잎, 상추, 청경채, 치커리, 양상추, 적겨자, 비타민, 무 잎, 당근 잎, 돌나물!


겨우 2~3장씩 애기 잎이지만 현재 내 밭으로서는 제일로 큰 잎이다. 적겨자는 오늘 처음으로 수확했다. 이 쪼매니들의 값어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다.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수확물들이다.

난생처음 직접 씨를 뿌리고 흙을 마련해 자연이 키워준 애기 잎들을 선물할 수 있어 기뻤다. 그 외엔 어쩔 수 없이 마트에서 다 큰 채소들을 구입하여 이런저런 요리들을 만들어 포장.


손수 만들 수 있는 것이 늘어난다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 그만큼 만들어서 선물할 수 있는 것들도 늘어난다. 앞으로 이렇게 계속 '직접 만드는'기술, 지식들을 함양하여 더욱 풍족한 삶, 선물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것이다. 기쁜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편에 계속)



* 이 시리즈 전체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natoday1


*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는, 이 작가의 비법이 궁금하다면?

[하루한걸음 Daily Project] 소개 & 참여 : https://blog.naver.com/cocolikesun/22263622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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