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애벌레는 그래도 3마리뿐이어서 잎도 풍부하고 걱정되는 것이 없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진딧물이의 빽빽한 모습은 나를 무척이나 심란하게 만들었다. 이제 막 꽃을 피워내려고 하는 무들에 점점 더 깨알같이 붙어 그 수가 무한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기분 좋던 옥상이 한순간에 께름칙한 느낌으로 묵직하게 무언가 짐처럼 마음을 눌러대고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동동동.
있는 책들에 병충해 부분들을 모두 펼쳐 공부를 해본다.
'해충'이란 말은 싫다. 각자 자신대로 그 삶을 살아내고 있는 뿐인데! 주요 해충이라 쓰인 4가지 중에 '진딧물, 배추벌레'까지 실제로 나타난 것이다. 이 책에는 '보이는 대로 없앤다'라는 처방. 그래도 나름 '(고추, 마늘 등을 이용한) 천연농약'을 만드는 법을 소개해 주고 있다. 아직 마음에 내키진 않는다. 우선 좀 더 공부해보기로 한다. 여러 시각을 접한 후에 내 행동 답변을 결정하겠다.
하지만, 그다음 펼쳐 든 이 책에는 좀 더 깊은 관찰과 시각이 담겨있었다. '아무래도 정말 잘 산 책이야!' 싶었던 순간!
균형이 깨어져서 무언가가 많아지는 것은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로 인해 '먹이사슬 (생태계 균형)'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생명들 사이의 거미줄처럼 촘촘한 서로 간의 돕고, 경계하고, 먹히고, 공생하는 관계들 중 중간중간 역할을 해줄 종들이 사라져서 어떤 개체가 과도하게 많아져 불균형이 초래되는 것이다.
우리 옥상 낙원에서 발견된 생명체들을 표시해보며, 빵꾸난 생태계의 구성을 파악해본다. 진딧물과 애벌레들을 먹고사는 '무당벌레, 베짱이'의 자리가 비어있다!
채소를 재배하는 진정한 존재는, 진딧물!
진딧물이 성장점을 먹어버림으로써 과도한 식물들의 잎과 꽃의 성장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식물은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의 역할로 돕고 있는 것이라는 시각.
애벌레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발견했던 그 신기했던 점이 이 책에 그대로 쓰여있었다.
'가만두니까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라는 것이다! 새의 먹이가 되었어도 좋은 것이다. 새가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 똥이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 내 예측이 맞았어!!
저자는 오히려 식물이 벌레의 공격을 받을 때 주위에 신호를 보내 다른 친구들이 그것에 준비 태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고 했다. 진드기를 전멸시켜버린 밭과 그냥 두어본 밭을 비교해보았더니 오히려 그냥 둔 밭에는 멀쩡히 살아남은 채소들이 많았는데, 인위적으로 진드기를 다 없애버린 밭은 채소도 전멸했다는 것이다. 아마 공격받은 식물이 그 위기 신호를 주위에 내보내지 못해서 주위 식물들이 무장 준비를 하지 못해서, 혹은 진드기들이 계속 공격을 받으니까 더 긴장하고 개체 수를 늘려서 일 수도 있을 듯하다.
모든 종족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개체의 수를 늘리려고 한다. 종족보존을 위해. 아주 큰 전쟁이나 극한 상황이 닥친 후에 인간 세계도 반드시 '베이비붐'이 생겨나지 않는가?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순리이다.
하루하루 새롭게 주어지는 자연학교의 대 숙제 앞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고민을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기도 하고, 또다시 관찰하며 '나만의 기준, 문제 해결 방법'을 만들어내기 위해 꽤나 사색에 빠지는 요즘이다.
'무엇을 목적으로 두는가?'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
이 2가지를 계속 떠올리며, 당분간 이 새로운 친구들과의 평화로운 공생 방법을 잘 고민해 보아야겠다 :)
분명 나는 배웠던가? 이래서 학교 다닐 때 한순 간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기억에 전혀 없는 나의 '식물 개념 및 지식'을 지금부터 다시 되찾기 위해 중고서적으로 이런저런 책을 계속 구입하고 있다. 제목만 보고 구입했다만 아주! 굿인 책이었던 책이 바로 이 '식물도감'이다. '초등 자연학습'이라고 분명히 쓰여있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왜 기억에서 사라진 것인가?
하아. 바로 이것이야. 이 페이지를 발견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개념을 잡는 데에는 분류표가 필요하다. 다른 어떤 책이나 자료보다 아주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이제야 기본 틀을 파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아. 정령 이것을 배웠던가! 나만 기억 없는 게 아니겠지..
명언이다. 저자가 누구인지, 아주 알짜배기 말만 쏙쏙 잘 써두었다.
이것을 보는 순간, 기쁨의 환호가! 산에서 떠온 흙에서 같이 입양 오곤 했던 그 정체불명의 식물을 이제야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돼지감자'였다!! 그리고 바로 이걸 '뚱딴지'라고 부른다는 것도.
이것으로 난, 이제 뒷산의 '돼지감자 Zone'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만발하여 있는 곳이 있는데 오늘 드디어 그 정체를 알았으니 부지런히 활용하여야겠다.
이것을 '동충하초'라 하는구나! 겨울에는 벌레이던 것이 여름에는 풀(버섯)로 변한다.. '삶과 죽음은 없다. 계속해서 모습만이 변할 뿐.'이란 진실을 다시금 잘 느끼게 해주는 사진.
이 식물도감에서 놀라운 것을 많이 배웠다.
식물과 함께 하는 물방울을 관찰하면, 유독 그 놀라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가 많다. 아침에 옥상에 올라가 보니, 무 잎 테두리를 따라 송골송골 물방울들이 맺혀있다.
청경채 꽃망울 안에 맺힌 물방울. 이것을 보는 순간, 물이란 존재를 낯설게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물이란 물질은 과연 무엇일까!? 신비롭도다.'
동그란 물방울.
아름다움 그 자체. 둥근 투명 원들의 마술이 벌어지고 있다.
무한히 반복되며 확장되어가는 잎의 패턴과 물방울.
몇 가지 감명 깊게 보았던 '물방울' 시리즈였다. 'How beautiful!' 이 말 밖에.
인생은 결국 이 순간을 얼마나 '감탄'할 수 있느냐? 인 듯 싶기도 하다. 투명한 이 작은 물방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옥상의 자연인은 오늘도 자연의 신비에 놀란다. 매일 같이 공부할 것이 생기는 이 학교는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다음 편에 계속)
* 이 시리즈 전체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natoday1
*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는, 이 작가의 비법이 궁금하다면?
[하루한걸음 Daily Project] 소개 & 참여 : https://blog.naver.com/cocolikesun/22263622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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