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에 꽤 귀여운 고양이가 산다.
가끔은 고양이가 발코니에 나와서 얼굴을 비추는데,
그게 궁금해서 지나칠 때마다 항상 고양이를 찾는다.
그 고양이를 더 자세히 보고 싶다고 아랫집에 가 문을 두드리고
고양이를 어루만지기도 그렇긴 하지만,
실제로 아랫집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나본 게 이미 몇 년 전 일이다.
그때 본인 집 천장에서 물이 샌다고 날 찾아왔었고,
수리를 마친 그 이후로는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때 한 마지막 대화가 이랬다.
층간 소음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혹시나 불편한 점이 있냐 물어봤더니 그런 건 없다고 했다.
다만 딱 하나만 나에게 일러뒀다.
"재채기 소리가 참 크더라고요."
*
아랫집 사람의 얼굴보다 반려 동물의 얼굴이 더 익숙하고
서로 참견하지 않고 조용히 사는 것이 참 미국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오늘날의 일반적인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사람 사이의 관계보다 자기를 위해주는 동물이 더 중요한, 그런 사회 말이다.
그렇게 어떤 면에선 난 예전을 그리워하는 모종의 아저씨가 되어가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