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카메라’(감독 정서영, 9분 41초)
한 눈에 나에게 꼭 맞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애는 서로 아귀가 맞을 수 있는 지 시험해보는 과정인 듯 싶다. 그 과정을 통해 아무리 노력해도 맞출 수 없는 한계가 드러나면, 설렘은 실망으로 변하고, 사랑은 상처로 변한다. 결국 헤어지고 나면 지난 시간에 대한 허무함과 의미 없어져 버린 숱한 추억만이 가슴을 친다.
씨네허브 단편영화 상영관에서 볼 수 있는 ‘그와 그녀의 카메라’(감독 정서영, 9분 41초) 속 남자와 여자는 잘 맞을 한쌍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만남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들의 곁에는 각각 다른 연인이 있다.
혜원은 남자친구의 스마트함이 좋지만, 만날수록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느낀다. 욕심이 없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하는 남자친구와 달리 혜원에게 욕심은 많을수록 괴로울 뿐이다. 그녀에게 남자친구는 불편한 존재가 되어 간다.
광식 역시 활발하고 추진력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자유분방함은 그의 마음을 허하게 한다. 그는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차이고 나서는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질 만큼...
그러나 혜원은 남자친구가 가르쳐준 수동카메라를 팔아버리고, 광식은 여자친구가 좋아했던 수동 카메라를 사들인다. 나와 다른 사람이었지만, 맞지 않았지만, 그래서 아팠지만, 그래도 사랑했기 때문에….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은 횡단보도 앞에서 마주친다. 서로가 같은 아픔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서로가 잘 맞는 한쌍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모르고, 그저 서로를 바라만 본다.
가끔은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더없이 행복하고, 그러나 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고, 결국 이별하고….그래, 진짜가 아니었어, 다음번엔 진짜 내 사랑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한대도 마음은 나아지지 않는다. 이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 앞에 위안이란 없다.
그러나 혜원과 광식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지, 무엇이 나를 견딜 수 없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지 옛 연인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인이 줄자로 몸의 치수를 재어 맞춤 정장을 만들 듯 나에게 꼭 맞는 사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물론 그것은 불가능하다. 만나보고 부딪쳐보고, 서로 실컷 깨져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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