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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의 리틀포레스트, 그리고 귀농시인의 詩

#그들은 왜 자꾸 시골로 갈까? 

톱스타도, 스펙타클한 연출도 없는 영화 한편이 오랫동안 극장가에 흥행 레이스를 기록했다. 배우 김태리 주연의 ‘리틀포레스트’다. 동명의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도시 생활에 지칠데로 지친 20대 젊은이들이 시골 고향에서 농사지어 계절밥상을 차려먹는  내용으로 어떻게 젊은 관객을 사로잡았을까? 도시의 청년들은 왜 시골을 동경하게 됐을까? 

▲ 영화 리틀포레스트 스틸 컷     © 날쮸 


#김태리, 대리 만족, 성공적 

이 영화의 갈등 구조는 그들이 먹는 음식만큼이나 심심하다. 해결되지 않은 취업 문제가 다툼으로 이어질 법하면 사그라들고, 애매한 삼각관계가 진지해질때쯤 모호하게 처리된다. 아픈 곳을 찌르는 친구의 팩트폭행에도 허허 웃어 버리고, 집에서 계절 밥상을 차리는 김태리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머리 아파 떠난 시골에서까지 그런 문제를 끌고와야 돼? 그냥 웃어버리고 맛있는 것 먹으면 그만이지’

젊은 세대의 대리만족은 여기서 충족된다. 젖은 머리에 노메이크업으로 선풍기 앞에 앉아 맛깔스럽게 콩국수를 먹는 김태리의 모습은 보는 사람이 다 속이 뚫릴 만큼 편안해보인다. 걱정 근심으로 가득찬 머릿속을 비우고 건강한 것들로만 속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소담한 음식들을 우적우적 먹어치우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위장 뿐 아니라 마음의 허기진 곳까지 충족되는 듯 하다. 시골 생활에 대한 청년들의 판타지는 이런 것 아닐까? 몸 속도 마음 속도 ‘편한 생활’ 


▲ 영화 리틀포레스트 스틸 컷     © 날쮸


#어디서든 ‘시골’같기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에 끼니 하나 제대로 떼우지 못하며 기본적인 생활이 엉망이 될 때 사람은 지친다. 더 이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싶지 않고, 자존감을 도둑맞고 싶지 않고, 그래서 엄마 품으로 돌아가듯, 시골로 가고 싶은게 청년들의 마음일 것이다. 물론, 영화 속 대사처럼 ‘시골에 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대신 휴식을 통해 답을 찾을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발목을 붙잡는 것이 많은 청년들에게는 이 또한 꿈일 뿐이다. 영화 속 젊은이들 역시 시골에 고향집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을지 모른다. 도시에서도 ‘시골 같이’ 휴식을 취할 순 없는 것일까? 떠나지 않고도 평온을 찾을 수는 없는 건지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런 청춘을 위로하며, 귀농시인 한희정의 시 한수를 읊어본다.  



호박 식구        

                한희정 

씨앗 한 알 심었더니 

초록 우산 들고 온 식구 

나눠 마신 물 반 컵에도 감지덕지 떡잎을 펴며 

며칠 밤 

두고 본 사이 

한 매듭을 올린다  

공한지 땅값조차 

수직 상승한다는 요즘 

과수원 돌담 위를 더듬더듬 거리더니 

봉긋한 

애호박 덩이가 

출산일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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