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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Feb 22. 2021

판타지와 동화로 풀어낸 인간의 탐욕스러움

영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리뷰

누구나  번쯤 꿈꿔왔던 이야기들이 있다. 거대한 초콜릿 공장이나 날아다니는 엘리베이터, 혹은 가족이  괴롭힐 때마다 통쾌하고 복수하고 싶어 하는 그런 욕망 말이다. 2 세계대전 당시 파일럿으로 참전한  남자는 이집트에서 격추당한 이후 ‘머리에 기념비적인  방을 얻어맞고서 글을 쓰기시작했다고 밝혔다. 영화 <마틸다>(1996),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1996),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원작자이자 수많은 소설로 어린이 동화뿐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까지 만들어냈던 작가 로알드 . 이번엔 그의 동화책 <멋진 여우씨> 웨스 앤더슨 감독을 만나 영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2009) 다시 태어났다.  
 
민첩한 몸놀림으로 도둑질을 통해 생계를 유지했던 미스터 폭스(조지 클루니 목소리 ) 12  과거를 깨끗하게 청산하고 지금의 아내(메릴 스트립) 만나  가정을 이루며 지역 신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마련의 꿈을 이루는 미스터 폭스. 그러나 아늑한 전원생활 속에서 잊힌  알았던 그의 야생성이 다시 꿈틀거리며 미스터 폭스는 또다시 절도를 꿈꾸게 된다. 그의 타깃이   악덕 농장주인 프랭클린 (마이클 갬본), 월터 보기스(로빈 헐스톤), 그리고 나다니엘 번스(휴고 기네스) 3 . 가족들 몰래 시작했던 범죄는 어느새 걷잡을  없이 커지고 결국 꼬리를 잡힌 미스터 폭스를 잡기 위해 3명의 농장주들은 그의 집을 파괴하기에 이른다. 그의 가족들뿐 아니라 이웃들마저 지하에 갇혀버린 상황. 이제 동물 사회를 지키고 살아남기 위한 미스터 폭스의 놀라운 활약이 시작된다.  

좋은 것과 좋은 것이 만나면  좋은 것이라 했던가? 뻔뻔하며 유쾌한 즐거운 동화 <멋진 여우씨>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마냥 생동감 있는 영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탈바꿈했다. 종이 속에 고이 잠들어 있던 동화에 숨결을 불어넣은 웨스 앤더슨 감독. 무엇보다 눈에 띄는  바로 다채로운 색의 사용이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 혹은 장소가 바뀌는 장면 모두 하나하나에 각자의 색을 부여한다. 강렬한 원색의 사용과 색의 대비로 보는 이에게 진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들. 가령 미스터 폭스의 경우 그의  색과 배경 모두 오렌지빛과 갈색빛을 사용하여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면 아주 나쁜 사람으로 그려지는 못된 농부들의 집은 차가운 색으로 표현되어  악함을  강조했다. 또한 분위기의 흐름에 따라 사용되는 색이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역시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 이런 그의 독특한 색채와 감성은 이후 만들어진 <문라이즈 킹덤>(2012),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고스란히 이어지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독특한 카메라 사용 역시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요소. 그것이 가장   러나는 장면  하나는 바로 미스터 폭스가 농장을 지키는 개에게 쫓기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개의 시선과 미스터 폭스의 시선을 번갈아 편집한  그의 뒤를 쫓는 개의 시선으로 미스터 폭스를 따라가는 카메라의 시선. 이러한 화면 전환은 절로 긴장과 동시에 액션 쾌감마저 충족시킨다. 또한 스톱 애니메이션 특유의 아날로그한 움직임과 화면 안을 적절하게 채우는 등장인물들의 배치는 마치  앞에서 움직이는 동화책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되살리게 만들었다.  

웨스 앤더스 감독 특유의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와중에도 그가 잃지 않은  바로 원작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로알드  작가 동화에서   있는 권선징악의 요소와 더불어 <멋진 여우씨>에서   있는 본능과 이성 사이의 고민을 모두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 장면들을 영화 안에서 찾아볼  있다. 그의 소설은 항상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자 어른들을 향해 던지는 경고로 이어졌는데 <멋진 여우씨> 역시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은 영리한 여우를 보며 환호할  있는 기쁨을 주지만 어른들에게는 이기적인 인간들의 탐욕스러운 모습을 통해 반성의 기회를 준다. 교훈적이면서도 해학적 이야기를 놓치지 않은 로알드 . 웨스 앤더슨 감독은 그러한 그의 이야기를 존중함과 동시에 자신이 꿈꾼 여우씨를 만들어낸 것이다.  
 
웨스 앤더슨의 미스터 폭스가 가장 고민하는  바로 자신의 정체성. 그가 처한 상황이 결국 그는 야생성을 따르는 삶과 이성적인  안에서 위태롭게 줄다리기에서 출발했다는  이를  보여준다. 특히 ‘늑대 표현되는 미스터 폭스의 야생성에 대한 갈망이 영화 안에서 자주 묘사되는데. 아름다운 색과 음악의 향연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 영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미스터 폭스가 위기를 해치고 진짜 자신을 발견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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