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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사 작사가 류익 Oct 23. 2024

[취준 일지] #33. 취업 준비 일기

GELP) D-Day 2023. 1.17. (화)


<GELP, 첫 시작>


ㆍ 국제 환경 전문가로 첫 발을 내디뎠다. 


ㆍ 어제는 새마을 재단에서 Seminar가 있어 토론자로 참여했다. '새마을 사업에 어떻게 청년들을 유인할 것인가'에 대해서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어 주셨고, 글로벌 청년 새마을 지도자의 입장으로 그들을 대표해서 한 마디를 해달라고 했다. 원래는 참여할 생각이 없었지만, 화요일부터 공식적으로 교육 일정이 시작되기 때문에 조금 일찍 일을 그만두고 월요일 새마을 Seminar에 참석했다. 


월요일 아침, 귀찮은 병이 또 도졌기에 기상 시간을 미루고 또 미루다가 오전 열한 시 즈음에야 일어났다. 12시부터 식사를 제공한다고 미리 공지받았지만, 식사는 고사하고 2시간 안에 행사장에 도착하는 것이 중했다. 일어나 씻고 준비한 후 허겁지겁 짐을 싸서 행사장으로 향했다. 정말 다행히도 행사 시작 시간에 맞추어 도착할 수 있었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Panel로 앉아 토론을 지원했다. 내가 이야기한 것은 정말 개인적으로 재단에 바라는 것들, 가령 우리에게 Vision을 제시하라며 파견 이후 관련 국제기구로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할 때 장학금을 수여하는 등 내가 원하는 것들을 마구 쏟아내었다. 취지 자체가 일종의 재단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이라 버릇없이 들렸을 수 있으나, 일단 내가 원하는 요소들은 모두 뱉어내었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후 박병규 소장님과 잠시 담화를 나누고 오후 늦게 인천으로 출발했다. 항상 많이 신세 지는 승열이와 간단히 시간을 보내고선 잠에 빠져 들었다. 아니, 승열이가 코를 너무 많이 골아서 푹 자지는 못했다. 




GELP) D+3 2023. 1.20. (금)


ㆍ GELP 수업을 시작한 지 약 3일 정도가 지났다. 전체적으로 환경 분야에 개론을 다루어주는 느낌이었다. 첫날은 한국환경공단에 모두 모여 현재 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TMS Program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공단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쓰레기 매립장을 견학했다. 현재 쓰레기 매립을 어떻게 하고 있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알려주셨다. 공단에서는 새활 용한 Plastic bag을 선물로 주셨고, 매립장에서는 화분을 선물로 주셨는데 이미 가지고 있는 짐이 너무 많았기에 선물은 포기했다. 


ㆍ 이후 기숙사 입소는 개별적으로 이어졌다. 사실 예상하지 못 한 부분이었다. 기숙사 입소까지는 친절히 안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개별적으로 입소하라고 했다. 사실 사전에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성균관대학교 기숙사에 생활하는 비용으로 600,000원을 납부해야 했다. 교통이나 식사에 대한 안내도 전혀 없었다. 행사장에 손 짐을 가져온 몇 명과 함께 성균관대학교 명륜학사로 향했다. 정말 좁고 텅 빈 방에 입소했고, 혹시나 했던 Room mate도 있었다. 기숙사처럼 좁은 방에 타인과 같이 살게 된 것도 참 오랜만이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잘 맞는 사람과 지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Room mate가 없는 것을 더욱 바라기는 했었지만.


그리고 첫날 같이 입소한 동기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학교 앞 카레 가게에서 이야기하고 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하고. 다들 대단한 사람이 많이 모인 듯했다. 그리고 같이 생활하게 된 형은 나보다 3살 손 윗사람이었고, 미국에서 학/석사를 한 멋진 형이었다. 울산 사람이지만 세련된 멋이 있었다. 내 친구 허윤을 닮은 듯한 말투, 참 신기하고 오묘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형과도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선 첫날밤 잠에 빠져 들었다. 제공받은 베개가 너무나도 높아 사실 푹 자지는 못했다. 


ㆍ일정은 교육과정 입학식을 시작점으로 펼쳐졌다. 이사장님과 환경공단 관계자 님들의 축사를 바탕으로 공단 소개, 성균관 대학 소개, 교수 식당에서 식사로 첫 일정은 이어졌다. 고등학교 때 입시를 준비하며 성균관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생활하는 것을 꿈꾸었는데, 나는 정말 이곳에 왔고 어떤 형태로든 수업을 듣게 되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신기하고 새로웠다.


첫 수업은 JTBC 기자님이 나오셔서 환경 문제에 대해 정말 광범위하게 다루어 주셨다. 미세먼지 / 녹화(綠化) / 습지 / 에너지 등 정말 폭넓게 환경 실태를 조명해 주셨고 우리가 어떤 분야를 배우고 또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적확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떤 사회 문제를 다룰 것이고, 어떤 사회 문제가 존재하는지 알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환경을 바라보는 눈의 뜨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수업이 연속으로 약 2시간가량 이어졌고 이어진 청강생의 질문 세례에 약 3시간 동안 연속으로 환경 관련 담론을 나누는 것은 참 힘들었다. 


ㆍ약 한 달 동안 우리는 약 100 시간의 집체 교육을 받는다. 그중에는 시험도 있고, Team project도 있고, 국제기구에 진출하기 위한 CL / CV 작성 방법을 알려주는 시험이 있는 등 다양한 것을 알려줄 예정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수강생들은 열정이 넘쳐 보였고, 다들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듯하여 좋았다. 수업의 질 자체는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많은 것들을 배우려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과정에 대해 정확한 설명 혹은 생활 부분에 있어 사전 정보 제공이 너무 부족했다는 점이다. 기숙사에 사는데 Room mate가 있는지, 식사는 제공되는지 등 공단 차원에서 알려주시는 부분은 거의 없었고, 실제로 제공되는 것도 없었다. 기숙사는 한 달에 600,000원임에도 불구하고 교육 기간 중 중식 비용마저 모두 개인 부담이었다. 약간은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이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학생들은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힘든 듯했다. 비용을 아껴 많은 학생들을 국제기구로 파견 보내는 것은 동의하나, 국내에서도 기본적으로 제공돼야 할 것은 제공돼야 하지 안 나는 생각이 든다. 


ㆍ 일전 Greenpeace 서류가 되었을 때 하나의 과제가 있다고 했었는데, Isa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제출했고, 과제가 통과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번 면접에는 Hire manager가 오므로 약 30% 정도는 영어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기회는 항상 동시에 찾아오는 것일까. 기회가 찾아오면서 점점 생각이 많아진다.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NGO 경험은 매우 큰 자산인데, 오랜 기간 꿈꾸어왔던 ‘국제기구’라는 열매가 너무다 큼직하고 달콤해 보인다.




GELP) D+11 2023. 1.27. (금)


<선택의 기로>


ㆍ 현재 정말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결국 판단은 내가 해야겠지만, 최대한 많은 이의 고견이 필요하다. 가장 큰 난제라고 하면 국제기구와 비정부 기구 사이에서의 방랑이다. 상기했듯 나는 오랜 기간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어 왔고, 말단이긴 하지만 Intern의 신분으로 국비를 받으며 파견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러던 중에 국제단체로의 길도 열리게 되었다. 멀리 또 미래를 보았을 때 무엇이 내게 유익한 선택일까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보는 게 많아질수록 욕심이 생기고, 또 그만큼 그 자격에 대한 갈망도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어느 선택을 하던 오랫동안 몸담을 것 같지는 않고, 언젠가 잠시 멈추고서는 대학원 진학이나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되겠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ㆍ 그러던 와중에 예전에 지원했었던 UNV에서도 연락이 왔다. UNV 청년 봉사단 추가 모집 공고가 올라왔기에 기존에 가지고 있는 CV / CL를 제출했는데, UNDP Vietnam 사무소에서 Long list에 들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완전히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던 UN에서의 채용 절차를 직접 밟고 있다니, 이런 내가 참 신기하다.


ㆍ 설 연휴도 바람을 스치듯 스르륵 지나갔다. 낮에는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영호 형을 잠시 만난 뒤 버스를 타러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미리 예매해 둔 표가 있었지만 한 시간 정도 빠른 표가 있기에 표를 교환하고선 기다렸다. 내가 타야 하는 버스는 10분, 20분 늦춰지더니 무려 시간이 한 시간이나 연착되었다. 우리 버스보다 배차가 10분, 20분 더 늦은 버스가 먼저 출발할 때에는 약간의 상실감이 들었으나, 배차가 한 시간이 늦은 버스가 먼저 왔을 때는 정말 울화통이 치밀었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아무 설명이 없고, 시간대를 바꾼 것이 의미가 없어져 오랜만에 화가 머리로 올라오고 있을 때 즈음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왔다. Tall gate에서 작은 사고가 있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버스에 올라타면서 금발의 외국인 두 명과 이야기를 섞게 되었는데, 그 친구들은 설 연휴를 맞아 포항 / 경주를 여행한다고 했다. 나도 별 일정은 없었기에 시간이 괜찮으면 포항에서 한 번 보기로 했다. 포항에 도착해 우리는 택시를 나누어 탔고, 나도 그 친구들도 무사히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쉬었다. 다음 날 우리는 다시 만났고, 영일대 해수욕장 주변 카페에서 몇 시간을 함께 떠들었다. 그 친구들은 프랑스에서 왔고, 현재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 안 있어서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야 하는 단기 체류자의 신분이었다. 영어가 상당히 수준급이라 상대 국가의 문화와 궁금한 것들을 서로 물어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만났던 한국인들은 거의 영어를 못 했는데, 이렇게 영어 회화를 하는 한국인을 만나 참 반갑다고 했다. 정말, Isa가 내게 준 선물이 많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ㆍ 이번 설 명절에는 친가는 아예 안 갔고, 제사도 따로 안 지냈다. 평소와는 다른 명절 느낌이라 별로 명절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 휴가이지만 휴일은 아니었던, 계속해서 친척을 만나고 또 오랜만에 아버지를 만나고, 미사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 잘 날 없다더니 정말 그 꼴이었다. 작은 이모의 상태가 많이 나아졌지만, 큰 이모의 마음이 또 많이 좋지 않단다. 원인은 말 못 할 집안일이었지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ㆍ 이후 양성 과정 교육은 이어졌다. 다양한 부분의 환경 의제를 아주 질 높은 형태로 강의를 듣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 버린다. Team project 활동을 시작으로 수많은 자료와 서류를 모아야 하고, 적확한 서류 하나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 개인 공부, 시험에 한정된 것이라면 별 부담이 없겠지만 Team으로 같이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 약간 부담이다. 그래도 같은 팀원들의 능력이 아주 뛰어나므로 믿고 따라가려 한다. 그래도 악바리처럼 논문과 통계를 보아야 하는데, 아직은 흥미라 부족한 분야라서 부담이 따른다. 


ㆍ 새마을에서 만난 남현이 누나가 결혼했다. 동규와 함께 서울에서 축하를 전했다. 서로 좋은 남자, 좋은 여자 만나자며 이야기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한 명은 이렇게 제 짝을 찾아 결혼을 해버렸다. 참 신기하다. 앞으로 잘 생활하길 바란다.

이후 설 연휴에 만났던 프랑스 친구 Meli와 다시 만나 시간을 보냈다. 본인 인생, 환경, 음악 등을 이야기하고 홍익대 거리에서 새벽 3시까지 이야기하다 하루를 끝냈다. 




GELP) D+21 2023. 2. 6. (월)


ㆍ 국제 환경 전문가 양성과정의 절반을 돌았다. 날짜로만 치면 다음 주 금요일 수료이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수업을 듣는 것이 전부이지만, 조금씩 사람들이 버거워하기 시작한다. 멀리서 오는 사람들도 많고, 하루 종일 수업을 듣는 와중 Mentoring, team project, 시험 등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어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물리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하지는 않지만 점진적으로 피로가 쌓이고 있긴 하다.


ㆍ 이곳에 와서 또다시 느끼는 것은 단연 영어 실력이다. 이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아직은 아주 부족하다. 나름 귀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강의를 들을 때는 집중해서 들어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런 수준에서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암담하다. 계속해서 언어가 발목을 잡는다. 언제쯤 마음이 좀 편해질 수 있을까. 


ㆍ 서울에 올라온 김에 지인들을 만나며 지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윤이를 만났고, 또 군대 후임인 상민이를 만났다. 둘 다 직장을 다니고 있기에 내게 크게 한 턱 내어주기도 했다. 특히 상민이는 직장에서 상여금을 받았다며 식사에 더불어 조금 독특한 경험을 시켜 주었는데, 국내 유일의 Magic bar에 들어가 마술을 보기도 했다. 지인들 덕분에 서울에서 참 독특한 경험을 많이 한다. 


ㆍ 그리고 지난 하반기에 채용 원서를 막 집어넣었고, 결과적으로 5개의 회사에서 서류 합격을 했다. 그중 하나는 ‘북한인권정보센터’라고 기금을 조성하는 Fund raising 직무를 모집하기에 지원하여 합격하였고, 마침 서울에 있을 때 면접 일정이 잡히게 되어 면접 경험 삼아 보러 갔다. 애초에 원하는 회사도, 원하는 직무도 아니었기에 긴장감 따위는 없었고, 난생처음으로 아무 긴장도 하지 않은 채 면접에 임했다. 아주 편안한 자세로, 생각나는 것 모두, 가끔은 농담을 섞어가며 정말 면접을 편하게 보았다. 긴장을 하지 않았다는 경험은 정말 내게 큰 자신감을 심어준 것 같다. 앞으로의 면접도 이렇게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ㆍ 근 2주 동안 운동 같은 운동을 못했다. 먹고, 자고, 걷고.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 등교할 때 잠시 걷는 가파른 경사길이 전부이다. 체력 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반대로 최근 들어 책도 많이 읽고 있다. 독서를 할 수 있는 application을 통해 책을 많이 읽으며 통찰력을 키워야겠다. 




GELP) D+31 2023. 2.16. (목)


<GELP, 마무리>


ㆍ 국제 환경 전문가 양성과정 교육이 거의 끝났다. 내일 수료를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ㆍ 그리도 기다렸던 Greenpeace 면접을 보았다. HR Manager, International hirer, Co-ordinator 세 분과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미리 준비했었던 발표나 소개 등은 거의 아무 문제 없이 했지만 International hirer 분이 물어본 영어 질문은 거의 대답을 못했다. 조금 더 침착하며 대답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1차 면접은 합격했다. 수료하고 며칠 있다가 최종 면접을 보게 된다. 준비 잘해서 좋은 결과 있기를.


ㆍ 국제 환경 전문가 과정 역시도 참 힘들고 좋았다. 수업, 시험, Team project, English interview 등 많은 것들을 짧은 시간 내에 compact 하게 진행했다. 열과 성을 다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애정을 쏟으며 활동에 참여했고, 결론적으로 참 만족스러웠다. 결국 이 과정의 목표는 국제기구로의 파견인데 아직까지는 불투명하다. 

이 과정에 들어와서 Greenpeace와 국제기구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고, 지금으로서는 선택할 수 있다면 Greenpeace로 방향을 정했다. Greenpeace가 된다면 서울로 올라와 생활하고, 그리고 이곳에서 또 자리를 잡아가며 살아가야 한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ㆍ 2월 22일. 졸업이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무려 9년 만에 떼게 되었다. 이제 첫 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한다. 기분이 새롭다.  




졸업) D+5 2023. 2.27. (월)


<어느 순간, 흘러가 버리는>


ㆍ 9년 만에 대학교를 졸업했다. ‘대졸’이라는 신분을 얻기 위해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만큼 이 학교에 내 20대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무엇이 되었든 나의 모교가 되었고, 앞으로 언제나 나를 꾸며주는 수식어가 되었다. 지난 9년인 이곳에서 정말 많은 이들을 만나 교류하고, 소통하며 성장했다. 어찌 보면 내가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대구에 남아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과들이 상당히 많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처음 Orientation에 가서 물과 기름이 섞인 듯 다들 어색한 가운데, 시간을 보냈었던 것부터 시작하여 영남대학교 연극동아리 천마극단 가입을 위해 Audition을 보고, 군 입대를 하며 수 없이 많은 고민과 성찰, 이후 유럽 여행과 영남대학교 학생홍보대사 활동. 천마아트센터 음향팀 활동. 그리고 일본과의 인연. 스리랑카와의 인연. GTEP 사업단과 New alternative start-up. 후쿠이 대학 교환학생과 국제 환경 전문가(GELP) 양성 과정까지. 20대의 모든 성장을 이 공간에서 이루어 내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이 학교의 일원으로서 마지막 등굣길에 나섰다. 


ㆍ 전날은 Greenpeace의 최종 면접이 있었다. 면접 연습을 반복하고, 학교 취업처에서 최종 점검을 받았다. 떨리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울로 향했다. 승열이 집에서 푹 잔 뒤 개운한 몸으로 Greenpeace가 소재한 남영역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Isa와 최종 점검을 하고 면접장에 들어갔다. 무지하게 떨리지는 않았다.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진 면접에서 주어진 질문에 성실히 대답했고, 나름 나쁘지 않은 답변을 했다고 생각했다. 저녁은 승열이가 사주었고 잠도 승열이 집에서 잤다. 다음날 오전 중 졸업식이 있었기에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해서 경산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향하는 학교. 아쉬움보다는 후련한 감정이 훨씬 더 큰 이곳.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학사모를 쓴 학생들이 곳곳에 가득했다. 학위 수여식 시간이 다 되어 학교에 도착했기에 도착하자마자 학위기를 받으러 갔고, 학부장님께 학위기를 받았다. 


졸업식에는 국제통상학부 14학번 동기인 해웅이와 보민이가 와서 축하해 주었고, 꽃다발도 선물해 주었다. 권오상 선생님을 만나고, 이건희 교수님을 만나고, Carnegie Leadership camp에서 만난 동기들을 만나고, 소소하게 우리들만의 작은 축제를 즐겼다. 졸업 선물이라며 Agnus에서 선물을 받았고, 영대사랑 후배들은 집으로 선물을 보내주었다. 참 감사했다.


이후 꽤 오랜 시간 동안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좋아해 주셨던 태훈이 형님을 만났고, Agnus의 담당 신부님인 연상모 루카 신부님을 만나 감사 인사를 건넸다. 


ㆍ 이후 포항으로 돌아왔다. 우리 어머니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시간을 보내고,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해 드렸다. 당분간 내게 주어진 일은 정말 없었다. 겸허히 Greenpeace의 최종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면접을 볼 때 2월 안으로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다. 28일까지 단 이틀만 남아 있었기에 차분히 이틀만 기다리면 되었다. 결과 발표를 앞두고 초연하려 했으나, 사실 마음 다잡는 것이 쉽게 되지는 않았다. 미루어 놓았던 잠도 천천히 자고, 조용히 휴식하려 했다. 사실 손에 무언가 잡히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UNDP Vietnam에서도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와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화상 면접에 응시했다. 항상 느끼지만 English interview는 정말 어렵다. UNDP Vietnam에서 어떤 Project를 하고 있는지, 사실 잘 조사도 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양질의 대답을 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듯했다. 결과는 거의 바로 나왔다. 나보다는 조금 더 적합한 인재를 뽑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려니 했다. 국제기구에서 면접을 볼 수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하나 남은 것은 Greenpeace 하나이다. 결과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데, 재단 내부 사정으로 인해 결과가 일주일 늦추어진다고 한다. 정말 피 말린다. 어떤 결과가 있을까. 




졸업) D+13 2023. 3. 7. (화)


<최종 탈락>


ㆍ Greenpeace 면접을 보고 근 보름이 지났다. 면접도 나름 잘 보았다고 생각했고, 면접관님이 현재 position이 공석이라 빨리 서울에 올라와 근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면접이 끝난 뒤 말을 덧붙이기에 반은 되었다 싶었다. 솔직히 합격의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푹 쉬었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삶은 어떨까 상상하며 잠시 주어진 시간을 달콤히 즐겼다.


약속의 3월 7일. 혹여 최종 합격 연락이 올까 봐서 평생 안 맞추던 휴대전화 알람을 맞추고 잤다. 언제쯤 연락이 오나, 한참이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오후 3시 30분 즈음 연락이 한 통 왔다. 결과는 최종 탈락이었다. 충격이었다. 약 두 달간 준비했었던 모든 과정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이구나. 이런 좌절이 몇 번 반복된다면 너무나도 힘들 듯하다. 

사실 난 상상을 못 했다. 큰 문제가 없다면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업무도, 전공도 나와 딱 맞았고 환경적 논제도 알고 있는 선에서 잘 답변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무기력하다. 앞으로 또 이것 이상의 기회가 오기는 할까. 참 막막하다. 언제까지 구직이 이어질까. 하고 싶은 수많은 것들을 취직 이후로 미루어 놓고 있는데, 또 나는 언제 돈을 벌며 내 자아를 실현할 수 있을까. 언제 연애를 하고 또 언제 결혼을 하게 될까. 이 끝없는 터널의 끝은 어디일까. 언제까지 참고 또 참아야 할까. 머리가 아프다. 몇 달씩, 몇 년씩 구직 활동을 했다는 사람을 보며, 나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매정했다. 그것은 바로 내 이야기였다. 오늘 또 세상이 하나 무너졌다. 끝은 어딜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아야겠지.


ㆍ 참 애석하게도 이번 역시도 간절히 바랐던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떨 때는 참 운명의 장난처럼 느껴진다. 슬프다. 일종의 트라우마를 극복해 보려 노력했지만 행운의 여신은 이번에도 내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난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 언제까지 이리도 막막해야만 할 것인가. 

그래도 하나의 성과가 있다면 물류 방면으로 눈이 띄였다는 것이다. 내 전공을 잘 살려 보아야겠다. 물류 관리사 자격증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ㆍ Greenpeace에서 연락이 온 다음날 일본계 식품 회사인 Sushiro에서 비서 직무 제안이 왔다. 사실 정말 예상하지도 못했다. 비서라니. 일본인 부사장님의 수행 비서로 활동하며 동정을 파악하는 일을 하는 듯했다. 일단 무엇이라도 기회를 잡는 것이 낫지 않겠나 싶어 긍정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덜컥 겁이 난다. 일본인을 직접적으로 모셔야 하고, 많은 부담이 따를 것이라 당연히 예상이 된다. 어떨까. 일단 면접은 보기로 했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다. 하지만 지레 이 시간을 날려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내 인생,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졸업) D+28 2023. 3.22. (수)


<졸업 후 한 달>


ㆍ 학생 신분을 던져버리고 만 한 달이 지났다. 한 달간 참 불안한 삶을 살았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졸음이 몰려오면 잠시 자다 정신이 들면 채용 공고를 쳐다보았다. 읽어보다 지원할 수 있는 곳을 몇 곳 쓴 뒤 또 자료를 찾고, 이력서를 쓰고.


ㆍ 가끔씩은 Head hunter를 통해 연락이 오기도 했다. 아무래도 일본어가 가능하다 보니 일본과 관련된 회사에서 종종 연락이 오곤 했다. 한 번은 일본 Sushiro 한국 지사의 일본인 부사장 수행 비서직을 모집한다는 연락을 받고 면접을 보기도 했다. 비서라는 직무는 사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기에 비서라는 직업은 어떤지, 미래는 어떤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고민했었다. 그리고 나름 기업 조사도 하고, 일본 친구들에게 부탁해 모의 면접도 몇 번 보았다. 면접을 보러 서울에 올라갔는데 정말 전혀 예상도 못한 통번역 시험이 출제되었다. 조리 용어, 업계 용어가 너무 많아서 거의 대답을 못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기업 면접에서도 정말 처참히 무너졌다.


ㆍ 이후 아주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길을 완전히 잃었다. 방향을 잃어버렸다. 정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완전히 모르겠다. 기계적으로 공고를 찾고, 원서를 넣는다. 정말 길을 잃었다. 

직업이라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기업의 채용 공고에 따라 거기에 내 꿈이 맞추어지고 있는 것 같다. 

상기하였듯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조직을 경험하고, 이 불안함 없이 살고 싶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작사 학원에 다니며 내 꿈을 펼치고 싶다. 

어떨까, 내 인생. 어떻게 흘러갈까, 내 앞 날은.




졸업) D+41 2023. 4. 4. (수)


<Influencer>


ㆍ 지난 한 달간 몇 개의 회사에 내 이력서를 던져 보았다. 무언가 간절히 노리고, 정성스레 원서를 제출했다기 보다는 무언가 하나 얻어걸려라는 심정으로 무자비하게 난사하기 시작했다. 몇몇 회사에서 긍정적으로 봐주어 면접을 더러 몇 번 보기는 했었지만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 탓인지, 최종합격 까지는 가지 못했다. 골방에 틀어박혀 흥미도, 의미도 없는 일을 이어가면서 온갖 생각을 다 했다. 능력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단지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인가. 나를 알아보는 회사를 아직 만나지 못한 것일까. 하느님이 시련을 주고 있는 것일까. 혹은 더 좋은 기회를 주시려고 승전보를 늦게 울려 주시는가 싶었다.


ㆍ 하루에 수 백개의 지원 공고를 보았고, 마치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 버리듯 조건만 맞다 싶으면 이력서를 동그랗게 구겨 던지는 듯하다. 수많은 공고가 올라와 있는 채용 site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늪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마구잡이로 잡고 있는 듯했고, 어느 순간 지원 공고에 따라 내 꿈이 바뀌는 듯했다. 약한 이를 위해 일하는 나를 꿈꾸었다가, 고객을 만나 불편함을 듣는 나를 꿈꾸었다가, 누군가를 뒤에서 수행하는 나를 꿈꾸었다. 줏대라고는 점점 없어지고, 비굴해져만 가는 듯했다. 누군가 입사만 시켜준다면 그의 구두를 기꺼이 핥을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이만큼 어딘가에, 어느 조직에 속한다는 것이 힘든 일이었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내 던진 지 오래고, 그렇게 탈락의 고배 속에 나 자신은 점점 깎여가고 있었다. 


ㆍ Agoda라는 여행 OTA회사에서 영어 면접을 보자고 해서 진행했다. 나름 유창하게 대답을 했다고 생각했다. 신입 사원을 뽑는 자리였기에, 당연히 다음 전형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면접 탈락이었다. 멍했다. 이 정도도 안 되는 실력이었구나. 절로 겸손해졌다. 

그러던 중 큰 이모가 본인의 집으로 초대해 줘서 청송에 약 사흘을 머물렀다. 취업에 대한 압박은 있었지만 아주 조금은 내려놓고 조용히 시골에 있었다. 영상도 보고, 책도 읽으며 슬슬 때가 다가왔다는 생각을 했다.


ㆍ 내 자아실현은 Influencer가 되는 것이었다. 내 경험을 타인에게 공유하며 동기 부여를 해주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글을 쓰고, 노래 부르며 주체적인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꿈꾸었다. 하지만 여태 그것들을 미루어 놓고 살았다. 여태까지는 내가 유명해지는 것에 힘쓰기보다 나를 성장시키는 그 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Youtube, Instagram contents를 만드는 시간에, 한 번이라도 사람을 더 만나고 소통하며 눈에 담으려 했다. 덕분에 많은 성장을 했고, 많이 눌러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이것들을 세상에 보여줄 것이다. 창작자로서의 삶, 지금부터 시작이다.

계속해서, 꾸준히, 더디지만 성실히 만들어 나갈 것이다. 회사뿐만 아니라, 사회로도 이력서를 던진다. 




졸업) D+50 2023. 4.13. (목)


<약간의 여유>


ㆍ 상대적으로 조금은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 ‘국민 취업 지원 제도’라고 취직 활동을 하면서 약간의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 있다. 운 좋게도 해당 사업에 선정되었고, 고용센터에서 제공하는 상담을 몇 번 받으면 매달 취업 지원금 50만 원씩 약 6개월만 수령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일찍 취업하면 조기 취업 수당을 받을 수도 있고, 취업 상태를 유지하면 어느 정도 취업 성공 축하금도 준다고 했다. 일단 아주 조금이라도 수입이 들어 올 구멍이 생기니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ㆍ 마음이 내킬 때마다 입사 지원을 하고 있다. 그중에 아주 기대가 하나도 없던 기업 두 개에서도 연락이 왔다. ‘T'WAY 항공’과 ‘대한항공’이다. 아무런 기대도 없는 기억에서 연락이 와서 조금은 얼떨떨하다. 그리고 Agoda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후 오기로 Trip.com에도 입사 원서를 넣었는데, 어느 정도 면접을 잘 보았는지 최종 면접까지 보게 되었다. Trip.com은 중국계 기업으로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기업 중 하나이지만, 좋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ㆍ Trip.com은 면접이 조금 난항이었다. 1차 면접을 보자고 회신이 왔을 때 면접관님께서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시기에 답변을 해 드렸는데, 그 이후에 별다른 연락이 없어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결국은 인사 담당자와 연락이 되어 면접관이 병가였다는 답변을 받은 작은 소란이 있었다. 별다른 준비 없이 면접을 보고, 잘 대답을 한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1차 면접에 합격했다며 당장 이틀 후에 최종 면접을 보자고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준비해서 면접을 봤다. 면접을 못 본 것 같지는 않다. 행운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ㆍ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야구장에 갔다가 Foul ball을 주웠다. 삼성 라이온즈 파크 3층 자유석에 앉아 있었는데 별안간 이성규 선수가 친 공기 높게 떠오르더니 벽에 맞고 정확히 내 품으로 튕겨져 왔다. 처음 날아가는 공을 볼 때만 해도 굉장히 멀어 보였는데, 공에 회전이 있으니 벽에 맞고 정확히 내 품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누가 봐도 내 공이었다. 야구장에서 공을 줍는 것이 내 꿈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이루게 되어서 참 기쁘다. 




졸업) D+53 2023. 4.16. (일)


ㆍ 다음 주는 무려 면접이 3개나 잡혀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지금은 서울로 향하는 KTX 기차 안이다. 

별 기대도 없이 지원했던 T'WAY 항공사의 서류가 합격했고, 곧이어 대한항공 Intern직무와 Lotte hotel intern에도 합격했다. 일전에 Trip.com B2B Hotel support operator intern의 면접도 보았는데, 2차 면접까지 있는 줄 알았더니 추가로 3차 면접을 보자고 해서 월~수요일까지 모두 면접 일정이 잡히게 되었다. 월요일은 T'WAY, 화요일 오전은 Lotte hotel 이어서 오후 대한항공, 그 뒤로 수요일은 Trip.com 순으로 면접이 계속 이어졌다. 


참 좋은 일이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많은 부담이 따른다. 사실 이중에 관심이 가는 직무는 T'WAY와 Trip.com이다. Trip.com의 경우에는 3개월간 어느 정도 성과에 대해 보여주어야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그래도 좋은 회사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ㆍ최근 국민 취업 지원 제도를 통해 지원금을 받고자 한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2번 이상 담당관과 면담을 해야 하는데, 면담 중 담당관이 ‘일경험 Program’이라는 것을 추천해 주었다. Intern처럼 어느 공단에서 제공하는 일경험에 참여하면 소정의 수당을 제공하는 개념인 듯한데, 딱히 할 것이 없으면 해당 사업에 참여할 것을 권해주셔서 일단은 원서를 넣었다. 참여 도중 취업이 된다면 가장 좋은 것이고, 그리고 조기에 취업하면 조기 취업 수당도 있고. 취업 상태를 유지하면 제공하는 취업 성공수당 등도 있는 듯하다. 이러한 수당을 잘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일단, 취업이 궁하고, 취업이 급하다. 한 번만 일 할 기회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졸업) D+61 2023. 4.24. (월)


<드디어, 첫 승>


ㆍ 다시 한번 서울에 면접을 보러 갔다. 월요일부터 화요일까지는 대면 면접, 수요일은 화상 면접이 있었다. 각 회사는 내게 어떤 질문을 할까, 기대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가득 안고 서울로 올라갔다.

가장 희망을 품었던 곳은 항공사이고, 특히 T'WAY 항공사의 일반직이 가장 와닿았다. 월요일 아침에 면접이 있었기에, 일요일 상경해 하루 쉬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역시 긴장한 탓인지 아니면 생활 습관에 문제가 있는지 잠은 푹 자지 못한 채 면접장으로 향했다. 수속을 하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별안간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양팔이 저려오기 시작했고, 이내 머리와 옆구리마저도 저리기 시작했다. 면접장에 들어갈 명단에 불렸을 때는 공황 증세가 도지듯 쓰러질 것 같았고 마냥 도망가고 싶었다. 그래도 이렇게 도망갈 수는 없었기에 정신줄을 억지로 붙잡고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면접장에서 놀랐던 것은 6인 1조였고, 면접 시간은 약 30분 정도였다. 면접장에 들어갔을 때는 몸이 완전히 항진 상태였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긴장하지 않았다. 자기소개를 하고 다른 지원자의 소개를 찬찬히 들어보았다. 외국에서 유학한 지원자가 많았고, 항공사와 어울리는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많았다. 자기소개를 듣고 돌아가며 한 두 개의 질문을 했는데, 다들 개인적인 경력에 관한 질문을 했지만 나는 특기에 대해서, 왜 그 특기를 가지게 되었는지 등을 묻고, 이전 직장의 경력을 간단히 물어보았다. 그리고 면접이 끝났다. 정말 황당했다. 이렇게 사람을 뽑는 건가 싶었다. 나를 보여줄 시간도 부족했을뿐더러, 이 정도 질문으로 사람을 가린다는 게 가능할까 싶었다. 그렇게 어이없고 아쉬움 남는 면접이 끝났다.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숙소를 옮겼다. 다음 면접은 Lotte hotel였다. 면접 장소가 명동 즈음이라 명동으로 숙소를 옮겼고, 전날 거의 수면하지 못한 탓에 숙소에 입실하자마자 거의 기절한 듯 잠에 빠져 들었다. 


ㆍ 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 밤이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역시나 밤을 새우듯 하루를 보내고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은 응접실 같은 곳에서 이루어졌는데, 면접자가 단 2명이었다. 애초에 별 관심 없는 직무이다 보니 정말 편안하게 면접을 봤다. 자기소개는 없었고 내 경력사항에 대해 공격하듯 물어봤는데, 아무래도 Hotel 관련 경험이 전무한 것을 문제시하곤 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나 싶었는데, 면접을 마치고 조금 있다가 1차 합격을 했으니 2차 면접과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대한항공 면접도 이어졌다. 승열이 집이 있는 증미역 대한항공 인재개발원에서 면접을 봤는데, 2시 소집이었지만 면접 일정이 계속 늦춰져 거의 3시가 다 되어서야 면접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역시 내 이력과 지원 직무가 상이한 것을 보고 질문을 많이 하셨다. 나름 대답을 했지만 잘 한지는 모르겠다. 저녁에는 GELP 형진 누나와 약속이 있어 약속 장소로 가는 도중 어제 본 T'WAY의 면접 결과가 나왔다. 불합격이란다. 별로 슬프지도 않았다. 무덤덤했다. 근처 만화방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형진 누나와 저녁을 먹은 뒤 포항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다음 날 점심 Trip.com 3차 면접을 보았다. 중국인 Recruiter와 1:1 화상 면접으로 약 30분간 진행되었다. 면접이 시작되자마자 통성명도 없이 자기소개를 시켰고, 이전 직장에서 무엇을 했는지, 하루 일과가 어땠는지, 지금 지원한 직무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여쭤보았다. 그중에 나는 영어, 일어, 스리랑카어를 할 줄 알고 중국어도 아주 조금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중국어 깜짝 quiz를 내셔서 정말 놀랐다. 그래도 그 덕에 분위기가 많이 유해졌다. 입사 후에도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래도 몇 개 언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게 다가왔나 보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어머니는 고생했다며 장어를 사주셨다.


ㆍ 게다가 일경험 program도 합격했고, 구직촉진 수당도 수령하게 되었다. 혹시 Trip.com에 떨어지게 되더라도 어디 기댈 곳은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최종 결과 발표 당일, 항상 6시 30분 즈음에 연락이 오기에 긴장하고 있었는데, 6시 40분에 연락이 왔다. 최종 합격이란다. 뛸 듯이 기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짐 덜었다. 참 감사했다.


잘 지내보자, Trip.com.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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