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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사 작사가 류익 Nov 06. 2024

#27. 음반 시장과 노랫말에 대한 소고(小考)

- 작사가의 시각에서 본 현재 K-pop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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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알 수 없는 영어로 점철된 노랫말을 보고 '이게 무슨 가사냐며' 비판을 쏟는 청취자들이 많다. 실제로 순 한글로 된 가사를 찾기는 요즘 음반 시장에서는 무척이나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로서 조금의 생각을 붙여보려 한다. 


작사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 그저 음악이라는 것을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누가 곡을 만드는지, 어떻게 곡이 만들어지는지 알지 못했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저 연예 기획사 안에서 자기들끼리 곡을 뚝딱뚝딱 만들어 배포하면 우리 같은 청취자들은 그저 결과물을 듣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말이다. 

작사가라는 직업군도 굉장히 모호했다. 작사가는 도대체 누가 되는 것일까. 기존에 문학계에서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연예 기획사에서 '작사가'의 명목으로 마치 가수를 오디션으로 키우듯 작사가도 모집을 하는 것일까. 조금의 검색을 해 본 결과, 작사가가 되는 정석적인 방법은 사실 없고 운 좋게 작곡가들과 연이 닿아 우연히 작사가가 되는 등의 모호한 입봉 후기들이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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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입장에서 작사를 배우고 작사가의 꿈에 닿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 사설 학원에서 Demo 곡을 받아 작사 후 기획사에 전달하여 입봉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그렇게 작사 학원에 들어와 음반 업계의 생리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일단 음반이 만들어질 때까지 단연 많은 과정을 거친다.

가장 먼저 A&R이라는 음반 제작 담당자나 대략적인 앨범의 콘셉트를 자고 적게는 몇 백개부터 많게는 만 개 이상의 Demo 곡을 수집해 그중 음반에 실을 몇 곡을 고른다. 그리고 그 곡들을 바탕으로 상세한 음반의 콘셉트와 세계관을 정하고 이 과정에서 가능하면 편곡까지 마무리한다. 그리고 작사는 녹음의 직접 진행되는 마지막 단계이다. 그래서 편곡된 곡을 바탕으로 리드 사항을 적은 Demo 곡을 모든 작사가들과 작사 학원에 배포한다.

작사가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정말 촉박하다. 대게 시안을 제출하기까지 하루 혹은 이틀, 짧으면 반나절 만에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시안을 작성해서 보내면 기획사에서 그 시안 중 몇 개를 추리고 가사를 확정한다. 한 개의 시안이 확정되면 단독 작사로 이름이 올라가고, 다수의 시안이 공통으로 채택되어 괜찮은 부분만 이어 붙이면 공통(조각) 작사가 된다. 이때 작사 저작권 비율은 총 글자 수에 비례해 채택된 글자 개수만큼의 비율을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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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기획사가 출판하고자 하는 앨범의 방향성에 맞는 가사를 채택하는 것이다. 작사가들은 사실상 가사를 창작하는 것이 아닌 기획사가 요구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작업을 해야 하는 기술자에 가깝다. 기획사는 언제나 새롭고 기존에 사용되지 않으면서 Trendy 한 것을 추구하기에 우리 같은 기술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 숙명이다. 그 결과 한글 가사는 너무 많이 쓰여서 참신하지 못하다는 결론이 나는 것이다.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참신한 말들은 사실 웬만하면 기성 곡들에 모두 사용이 되었기에 다른 언어에서 색다름을 찾는 것이 커다란 이유가 되고 있다. 

더불어 한국 음악의 세계화도 단연 한 축을 담당한다. 음악의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모든 기획사들이 외국인도 쉽게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는 유인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후렴 부분의 꼭 한 축은 영어가 차지하도록 요구를 많이 받는 편이다. 콘서트장에서 단 한 마디라도 외국인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말이다. 규모가 있는 기획사들은 한국어 영어 비율을 4:6 정도로 맞춰 달라는 등의 세세한 요구사항이 따를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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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와 시장 상황이 이러하니 사실 작사가들도 순수 한글 가사만 써서 기획사에 제출하기에는 큰 위험 부담이 따른다. 결국 작사도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기에 업계와 기획사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사에서 원 Demo에서 나오는 발음을 맞추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한 작업인데, Demo 역시 영어로 작성되다 보니 그 발음에 꼭 맞으면서 의미까지 완벽하게 전달이 되는 가사를 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에 청취자들과 창작자 간의 간극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듣고 싶은 음악과, 창작해야 하는 음악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얼마나 비중을 조절할 것인가는 작사가가 늘 생각해야 하는 숙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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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에 우리는 창작해야 할 음악을 만들고, 여러분들은 창작해야만 했던 음악을 듣게 되는 결론이 난다. 그렇기에 청취자들이 왜 이렇게 만들어야 했는지 등의 결과물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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