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불안한 시작
[정치 낙서장] 정치부 일간지 기자가 듣고, 보고, 느낀 그대로를 적습니다. 고쳐쓰기를 최대한 지양하고 직관적으로, 읽기 쉽운 '정치 낙서장' 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손해보는 장사'
1. 또다시 '금태섭'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또다시 등장했습니다.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소신 발언, 공수처법 기권 표결로 '소신파'라는 동시에 '배신자'라는 이미지가 있는 금 전 의원이 뉴스의 중심에 섰습니다.
공수처법 본회의 표결 당시 민주당의 당론과 달리 기권표를 던졌던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금 전 의원은 표결 직전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면 돕겠다. 하지만 통과가 확실하다면 상황에 따라 기권표를 던지겠다"고 지도부와 사전 교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 전 의원 입장에서는 21대 총선 경선에서 탈락한 마당에 당의 공식적인 '경고'까지 받았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리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이날 금 전 의원이 강조한 것은 '나쁜 선례'였습니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데, 자신과 같은 사례를 남길 경우 가뜩이나 초선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에서 소신있는 의견을 누가 말할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이해찬 대표는 당의 경고가 가벼운 수준이라고 했지만, 금 전 의원이 오히려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반박의 기회를 제공했을뿐입니다. 당내 Mr. 쓴소리로 불리는 김해영 최고위원도 이날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를 "헌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점은 한마디로 '긁어 부스럼'입니다. 금 전 의원은 이미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며 원외인사가 됐습니다. 당원들의 징계요구건이 접수됐다하더라도 굳이 이를 열어서 경고라는 징계를 준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당이 그의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안다면 당헌당규에 따라 곧이곧대로 징계절차를 밟지 않았어도 됐을 일입니다. 결국 당내 의원들도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가 과하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고, 통합당에서 논평을 낼 정도로 사안은 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습니다.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는 비판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2. 이해찬 "상임위 다음주 구성한다"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을 향해 고강도 압박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당초 통합당에서는 민주당이 협상을 하지 않고 단독개원하거나, 상임위원장 18석을 전부 가져갈 것이라는 발언을 그저 '기선제압용'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개원은 현실화됐고 통합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하루에 '일하는 국회'라는 단어를 몇번이나 언급하는지 잘살펴보면 그안에 답이 있습니다. 과하게 말한다면 "일하는 국회가 되지 못한다면 협치가 무슨 소용이냐"는게 민주당 기류입니다. 즉 이말은 원 구성 협상에서도 상임위원장 18석을 전부 가져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단순한 협박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강도 압박용 발언이 지속되면 거대 여당의 이미지가 21대 국회 시작부터 '오만함'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통합당이 향후 민주당에 대해 가장 비판할 수 있는 프레임은 바로 이 오만함입니다. 177석의 힘을 일방적으로 사용할 경우 오만함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습니다.
이미 개원을 통합당 없이 한 마당에 원 구성 협상까지 밀어붙인다면 '오만함 리스크'가 커질 수 있습니다. 우선 원내대표단의 대야 협상력 자체가 사라집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단은 21대 국회 초기부터 야당을 배제한채 일방독주하고 있다는 보수언론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민주당의 것으로 만든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물론 정부여당 입장에서 이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향후 경제정책 등에서 실책이 나올 경우 이는 통합당에 곧 반격의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킨 추경안이 추후에 효과를 내지 못하면 "선심성 예산" "국가재정건정성 악화 우려"라는 빌미의 공격을 제공한다면,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추경안의 경우 "예산 독재" "야당패싱의 참혹한 결과"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비판, 비난이라도 그 강도가 다른 셈입니다.
1번과 2번 내용의 낙서장을 합친다면 한 마디로 '손해보는 장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