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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韓잔 사케日잔-169: 카와나카지마 (川中島)

한국무역협회 투고 : 백 예순아홉 번째 이야기

by 재미사마 jemisama

카와나카지마 (川中島, かわなかじま)

- 슈센쿠라노, 나가노현 나가노시

- 1540년에 창업한 나가노에서 첫 번째, 전국에서 일곱 번째로 오래된 양조장

- 우에스기 켄신과 타케다 신겐이 전국시대 때 12년에 걸친 5차례 싸운 전설의 무대가 브랜드

- 카츠라마사무네, 카와나카지마, 카와나카지마 겐부의 3대 축으로 양조



역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일본의 전국시대를 빼놓을 수가 없고 전국시대를 얘기한다면 타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켄신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야마나시 지역을 거점으로 했던 타케다 신겐과 니가타 지역을 거점으로 했던 우에스기 켄신이 중간의 나가노 지역을 두고 맹렬히 전쟁을 이어나갔는데 그 중심에 있었던 지역이 나가노시이며 그중에서도 카와나카지마라는 곳이 가장 유명한 전쟁터였습니다.


카와나카지마 전투는 1553년부터 1564년까지 12여 년에 걸쳐 5차례 전쟁을 벌인 전국시대의 아주 유명한 전투 중 하나입니다. 야마나시 지역은 구 국명이 '카이'이며 니가타는 '에치고'였습니다. 이에 타케다 신겐을 야마나시의 호랑이라는 뜻으로 '카이노토라'라 불렀으며 우에스기 켄신을 니가타의 용이라는 뜻으로 '에치고노류'라 불렀습니다.

카와나카지마.png 우에스기 켄신이 지배했던 니가타와 타케다 신겐이 지배했던 야마나시와 나가노 - note인용 편집

현대에 들어서도 니가타 하면 쌀과 사케의 최대의 고장이라 할 수 있고 와인에 있어서 가장 중심이 되는 지역이 바로 야마나시입니다. 다시 그 가운데의 나가노가 최근 사케 업계에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킬 정도로 바람이 거셉니다. 신슈키레이, 다이신슈, 마스미 등 엄청난 사케들이 이곳 나가노에서 나오고 있는데 오늘은 바로 이 나가노의 명주, 그것도 이름이 카와나카지마로 명명된 바로 그 사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카와나카지마를 생산하는 곳은 슈센쿠라노(酒千蔵野)로 이름도 상당히 독특합니다. 나가노에서는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며 일본 전국에서도 7번째로 오래된 양조장이라고 합니다. 모든 업종을 통틀어서도 22번째로 오래된 곳이라 합니다. 창업은 무려 1540년으로 전국시대가 한창이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양조책임자인 토지가 '치노 마리코'라는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도쿄 농대에서 미생물학을 배운 그녀는 양조장의 외동딸이기도 합니다.

슈센쿠라노의 2대 라인업인 카츠라마사무네와 카와나카지마 - 홈페이지 인용

양조장이 위치한 곳의 지리적인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일본은 긴 열도로 되어 있고 섬나라이며 산이 많아 강이 길지는 않지만 그 영향으로 맑고 미네랄이 많으며 풍부한 수량으로 품질 좋은 쌀과 좋은 사케를 만들기에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나가노는 평균 해발고도가 일본에서 가장 높으며 3000미터가 넘는 산들이 수두룩하여 일본의 알프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가장 긴 강이 367킬로의 시나노가와라고 하는데 나가노에서 니가타로 흘러갑니다. 우리나라보다 면적이 4배나 큰 일본이지만 가장 긴 강의 길이가 낙동강의 510킬로보다도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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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부지방 나가노현 나가노시

시나노가와는 재미난 것이 이름이 두 가지입니다. 나가노에서 니가타로 흘러가는데 나가노에서는 치쿠마가와로 불리고 니가타에서는 시나노가와로 불립니다. 참고로 시나노는 나가노의 옛 이름입니다.


카와나카지마를 생산하는 슈센쿠라노는 이 치쿠마가와와 나가노를 흐르는 사이가와(犀川)의 풍부한 수원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카와나카지마(川中島)를 직역하면 강 한가운데 섬이라는 의미이며, 비옥한 땅과 풍부한 물은 사케를 만들기에 최적의 환경입니다. '카와나카지마'라는 사케는 창업했을 때부터 계속 솟아나고 있는 이 지하수를 양조장 내에서 채취하여 사케를 빚습니다. 쌀도 대부분 이 험준한 나가노의 지형에 맞게 개량되고 개발된 주조호적미 '미야마니시키'를 사용합니다.


전국시대 때 타케다 신겐이 카와나카지마 전투에서 전쟁 중에 마신 사케가 바로 이 카와나카지마라 더욱 일본인에게는 유명합니다.

Kawanakajima_Takeda_Shingen_vs_Uesugi_Kenshin_statue.jpg 우에스기 켄신과 타케다 신겐이 직접 맞붙은 장면 - 위키피디아 인용

슈센쿠라노 대대로 여성이 양조장을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화양양주(和醸良酒, 와죠료슈)라 해서 일본의 기본 정신인 와(和)를 가지고 사케를 빚고, 다시 이 사케를 통해서 와의 정신이 유지된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관습에는 여인금제(女人禁制, 뇨닌킨세이)라는 문화도 있었는데 절, 신사 등 신을 모시는 곳에는 여인의 출입을 삼가는 것이었습니다. 사케가 신에게 바치는 공물이라는 의미에서 여인의 출입을 금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문화 속에서 슈센쿠라노의 여인들이 양조의 일선에서 가업을 이어왔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닙니다. 1992년부터 양조장 일가가 기존 문화를 뒤집고 직접 양조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슈센쿠라노의 라인업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전통적인 브랜드인 카츠라마사무네이고, 또 하나는 카와나카지마입니다. 모두 나가노에서 키운 쌀을 사용하여 나가노의 자자케입니다.

0caffe2636b1273553514517aadcc4f3.png 슈센쿠라노의 기존 브랜드인 카츠라마사무네

카츠라마사무네가 다소 클래식한 맛이라면 카와나카지마는 모던한 사케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토지가 된 치노 마리코 씨가 도쿄를 포함한 대도시를 타겟으로 출하하고 있는 사케가 바로 '카와나카지마 겐부'(川中島 幻舞)입니다. 쉽게 말해 '카와나카지마 겐부'는 일반 카와나카지마의 상위 브랜드 정도로 인식하면 됩니다.


겐부의 브랜드의 유래는 조금 특이합니다. 치노 마리코 씨가 처음에 자신이 직접 설계해서 야심 차게 내놓은 사케를 겐부스이(幻舞翠)로 정했습니다. 당시 한자 세 글자가 트렌드였기에 겐부스이는 푸르고 투명감 있는 환상의 사케, 마시면 춤을 추고 싶어지는 사케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하지만 양조장의 정체성이기도 하며 지명도가 높은 카와나카지마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것과 도합 여섯 글자가 되면 너무 길어진다는 판단에 투명함을 강조하고 싶었던 '스이'를 빼고 최종 다섯 글자로 정했다고 합니다.

201111191730467ef.jpg 현 슈센쿠라노의 토지인 치노 마리코 씨 - FC2인용

겐부는 특히 엉성하게 걸러서 탁한 색이 그대로 남는 니고리자케가 메인이며 일반적인 니고리자케의 개념을 넘어선 한 차원 다른 사케로 유명합니다. 니고리자케 만으로 양조장의 전체 출하량의 30%가 넘어갑니다. 나가노현산 미야마니시키를 정미비율 65%로 도정해 쥰마이로 완성시킨 일품으로 크리미하고 새콤달콤하며 감칠맛까지 있으며 니혼슈서비스연구회(SSI)가 주최한 콘테스트에서 니고리자케 부문 1위에 올라있습니다.


카와나카지마는 그 유명세에 비해 적은 단지 4명의 인원으로 경영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와나카지마 겐부는 온라인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특약점을 통해서만 구입이 가능합니다. 발품을 팔아야만 구할 수 있는 아주 귀한 사케인 것입니다.


카와나카지마의 간단한 수상경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1년 칸토신에츠 국세국 주류감평회 금상

2002년 칸토신에츠 국세국 주류감평회 금상, 전국신주감평회 금상

2003년 전국신주감평회 금상

2004년 전국신주감평회 은상, 나가노현 청주품평회 도지사상

2006년 칸토신에츠 국세국 주류감평회 금상, 나가노현 청주품평회 도지사상


JR오바스테 역에서 보이는 젠코지다이라 - 앤드트립 인용

양조장이 위치하고 있는 나가노시의 평야, 젠코지다이라(善光寺平)는 인근 JR오바스테 역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일본 3대 차창(車窓)으로 선정되어 있으며, 일본 야경유산으로도 선정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오바스테는 한국의 고려장처럼 식량난을 벗어나기 위해 노인을 산에 버렸다는 전설에 유래하는 지명입니다.


역사적으로도 풍경적으로도 사케의 인기적으로도 슈센쿠라노를 기회가 되면 한 번은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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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거주 18년, 사케 소믈리에, 니혼슈검정, 도쿄시티가이드, 여행지리검정, 관광특산사 보유하고, 2400여 개의 사케를 마시며, 일본전국 제패한 경험으로 일본 문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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