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겐 (宗玄, そうげん)
- 소겐 주조, 이시카와현 스즈시
- 터널 저장고로 유명하며 6병 단위로 구입해서 저장이 가능
- 노토 지역의 숨은 명주로 클래식한 사케의 대명사
- 폐선된 역과 노선을 살려 트롤리 열차를 운행하며 부활의지를 다지는 양조장
본 칼럼에서 자주 반복되어 언급되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케의 방사능 이야기, 교토와 고베 그리고 히로시마의 3대 사케 마을 이야기, 그리고 노토토지의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금번 소개할 사케는 또 노토토지의 이야기가 되는데 이 노토토지가 지배하는 지역은 호쿠리쿠 3현이라고 하는 후쿠이, 이시카와, 토야마가 대표적입니다. 양조 철학에 있어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 지역이면서 최근의 트렌드와는 동떨어져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지역내에서도 코쿠류, 하네야, 테도리가와 등은 지역성을 버리고 아주 모던한 사케를 양조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 클래식한 맛과 양조방식을 고집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모던한 최근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다고는 해도 그 클래식한 맛과 양조방식을 열렬히 맹종하는 팬 또한 적지 않기에 안정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국 순위로 보면 30위 안에는 클래식한 사케는 없지만 100위 안에는 상당한 수의 사케 브랜드가 안정적인 랭크를 차지하곤 합니다.
이시카와현 노토지방의 군함도라 불리는 미츠케지마 - 스즈비치호텔 인용키쿠히메, 요로코비가이진, 텐구마이, 노구치나오히코 켄큐죠, 죠키겐, 카가토비 등이 대표적입니다만 금번 소개할 사케 역시 이러한 장르의 사케가 되겠습니다. 그 주인공은 소겐이라는 사케인데 이시카와현의 5위에 랭크되어 있고 전국 108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거나 엄청나게 주목받는 사케는 아니지만 최근 이자카야에 자주 눈에 띄고 자주 추천을 받아서 제대로 공부하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금번 소개할 사케로 정했습니다.
소겐 주조 - 노토스타일 인용소겐을 생산하는 곳은 소겐 주조로 1768년에 창업한 노포입니다. 양조장이 위치한 곳은 이시카와현의 노토반도의 맨끝에 위치하고 있는 말 그대로 아주 외딴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소겐은 브랜드도 양조장의 사명도 그리고 양조장이 있는 지명도 소겐이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당연하듯 창업가의 성씨도 소겐입니다. 1768년에 창업 당시의 창업가는 소겐 츄고로 씨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전국시대때 우에스기 켄신으로부터 도망쳐 온 하타케야마 씨가 개명한 가문으로 전해집니다. 현지에서 250년이 넘도록 절대적 사랑을 받아온 지자케이며 일본의 4대 토지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노토토지의 뿌리가 되는 양조장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양조장 바로 뒤에는 '노토철도'가 부설되어 있었는데 시대 흐름에 따라 폐선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 철도가 지나던 터널을 저장고로 활용하면서 소겐 주조는 터널 양조장이라는 의미의 즈이도구라(隧道蔵)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터널 양조장은 전국적으로도 아주 드문 경우이고 고베에 또 하나의 터널 저장 사케가 있을 뿐입니다. 터널은 4계절 내내 온도변화가 적고 시원해서 사케의 저장고로 최적이라 천연 냉장고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 숙성되는 사케는 오너 제도가 도입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약 200명 이상의 손님이 세계 각국에서 오너가 되어 있으며 손님들의 사케가 별도로 저장되고 있습니다. 그 목적도 다양해서 매년 결혼기념일에 한병씩 자신의 사케를 받는다던지, 손자의 성인식때 기념으로 내어준다든지, 양조장이 있는 이 오쿠노토 지역 여행의 계기로 삼기도 합니다.
지금은 폐선된 코이지역 - 호쿠리쿠레일 인용전국신주감평회에서도 단골로 수상하고 있는데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992년 전국신주감평회 첫 출품 - 금상 수상
1993년, 1996년, 2001년~2006년 전국신주감평회 - 금상 수상
2009년~2013년, 2016년~2019년 전국신주감평회 - 금상 수상
2020년 전국신주감평회 - 입상
2022년 전국신주감평회 - 금상 수상
2023년 전국신주감평회 - 입상
그리고 2012년부터 2년간 ANA 국제선 퍼스트 클래스 승객용 사케로도 채용되었습니다.
폐선된 터널 구간을 매입해서 저장고로 활용 - 홈페이지 인용소겐 주조는 대대로 츄고로 라는 습명을 쓰고 있는데 4대째 츄고로가 향과 주질이 떨어지고 단지 취하기 위해마시는 이른바 막걸리와 같은 도부로쿠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사케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1844년에 사케의 발상지 중 하나인 이타미로 가서 수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우연히 알게된 유명 양조가인 마츠야 요헤에가타(松屋与兵衛方)를 만나게 되었으며 혼신의 노력과 끊임없는 열정으로 비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1847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켄잔(剣山)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폐선된 터널 구간을 매입해서 저장고로 활용 - 홈페이지 인용지방에서 이런 청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금새 소문이 났고 고향을 떠나 고생했던 일화마저 더해져 상당한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운을 이용하면서 바다건너편의 토야마현에서 특히 상당히 유명했다고 합니다.
현재의 토지는 사카구치 유키오 씨로 노토토지의 4대 천왕중 한명인 하세 쇼키치 씨의 제자로 수행을 하였습니다. 15세에 주조업에 뛰어들었고 1997년에 소겐의 토지가 되었으며 60년 이상을 양조에 몸담고 있습니다.
사카구치 유키오 토지 - 토도쿠 인용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소겐 주조는 노토 철도의 폐선 구간에 있던 터널의 약 130 미터를 매입해서 지진때 발생하는 츠나미에도 대비하고 숙성도 시킬 수 있는 터널 저장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소겐의 사케를 6병 이상 구입해서 일정의 관리비만 내면 일반 소비자도 여기에 저장할 수가 있습니다. 2018년에는 지금의 나루히토 일왕이 취임하기 전에 이 터널 저장고를 다녀가며 유명해지기도 하였습니다.
이 폐선 구간에 있던 역 이름은 코이지 역(恋路駅)인데 그 이름은 사랑의 길이라는 뜻입니다. 그 이름이 로맨틱해서 폐선 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찾던 곳이었습니다. 소겐 주조는 이 역과 양조장을 잇는 300미터의 선로를 재부설해서 2013년부터 관광용으로 트롤리 열차로 운행되는 '오쿠노토 토롯코 철도'(애칭 : 노토로)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폐선된 구간을 재부설한 관광용 열차 '노토로' - 홈페이지 인용소겐은 대부분의 사케를 효고현산 특A지구의 야마다니시키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이시카와몬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소겐은 소량의 양조, 저온발효, 연수 사용, 품질개량된 쌀의 사용 등이 특징입니다. 실제 알려진 인지도보다는 주질도 좋고 스토리도 좋아서 상당히 매력적인 브랜드임에 많이 놀라게 됩니다.
소겐 주조의 사장은 야기 타카오 씨로 창업으로부터 12대째 사장입니다. 2023년 취임하였으나 취임하자마자 2024년 1월 1일에 양조장이 있는 이 곳 노토에 대지진이 발생합니다. 그로 인해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재기의 의지를 강하게 다지고 있습니다.
2024년 1월 발생한 노토 지진의 피해를 입은 소겐 주조 - 홈페이지 인용이 곳 노토 지역에는 소겐 주조 이외에 영세 양조장도 여러 곳 있었는데 이 지진으로 궤멸되어 타 대형 양조장의 도움을 받아 부활을 꿈꾸는 곳이 많습니다.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오모리현에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우리 인생도 그러하지만 지진과 같은 힘든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기보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때 재기하고 서로 돕고 그 감사함을 잊지 않음이 더 중요한 듯 합니다. 폐선된 열차를 살리고 지진 피해를 이겨내듯 소겐을 통해서 우리 역시 많은 영감을 받아내기를 소박하게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