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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Apr 25. 2024

사케의 간단한 제조공정

열두 번째 악기

> 사케는 어떻게 만들어져?



술을 크게 3가지로 나누면 양조주, 증류주, 혼성주가 있습니다.


맥주 와인 사케 등 과일이나 곡물류를 발효시켜서 나온 술을 양조주라 하고, 그 발효주를 다시 증류시켜서 만든 술을 증류주라 하며, 양조주와 증류주를 혼합하거나 증류주에 향료나 과즙 등을 섞은 술을 혼성주라고 합니다. 


즉 사케는 쌀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기에 양조주에 해당되는데 다른 양조주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제법 상의 술의 분류 양조주, 증류주, 혼성주- YOIYO NOTE인용


알코올은 효모가 당분을 분해하면서 생성됩니다. 그런데 와인의 경우는 이미 원료인 포도자체가 당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효모에 의한 발효만으로 바로 알코올이 생성되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단발효(単発行)라고 합니다. 


그리고 맥주의 경우는 당화와 알코올발효가 별도로 진행이 됩니다. 이것을 단행 복발효(単行複発酵)라고 합니다. 뚜렷이 두 개의 작업이 분리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케의 경우는 당화와 알코올발효가 동시에 한 탱크에서 이루어집니다. 당분이 없는 쌀을 누룩균을 써서 당화를 시키고 그렇게 생긴 당분을 효모가 다시 알코올발효를 합니다. 이 작업이 한 탱크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기에 이를 병행 복발효(平行複発酵)라고 합니다. 


단발효, 단행 복발효, 병행 복발효 - - YOIYO NOTE인용




상기의 사실을 주지한 후 제조공정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상당히 빨라지기에 모두 설명이 다소 길었습니다. 


기온이 낮으면 세균이 번식하지 않고 깨끗한 환경에서 선명하고 깨끗한 주조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술은 기본적으로 쌀 수확 후 농한기에 해당하는 추운 겨울에 만듭니다. 


사케의 제조공정의 흐름은 간단히 얘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정미 2. 세미 3. 침지 4. 증미 5. 제국(製麹, 누룩 만들기) 6. 주모 만들기 7. 술덧 만들기 8. 짜내기 9. 찌꺼기 분리 10. 여과 11. 열처리 12. 저장 13 숙성 14 병입


사케의 제조 공정 - 日本酒造組合中央会 인용


▲ 정미(精米) : 

다른 표현으로 도정이라고도 합니다. 식용쌀도 현미는 영양가는 있다고 하지만 밥맛이 없고 먹기가 불편해 정미를 합니다. 쌀의 겉 부분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지방, 미네랄, 단백질 등의 영양분이 사케 기준에서는 맛과 향을 나쁘게 만듭니다. 


그래서 현미를 깎게 됩니다만 일반적인 식용쌀은 대략 90% 정도라고 합니다. 술을 만들기 위한 술쌀(酒米, 주조적합미)은 쌀 한가운데 심백이라는 하얀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만 남을수록 잡미는 사라지고 아무런 향료를 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긴죠향이라는 순수한 향이 올라옵니다. 정미하고 남은 숫자를 표기하므로 숫자가 낮을수록 정미를 많이 한 것이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에 당연히 가격은 비싸집니다. 


일반적인 후츠슈(普通酒)는 80%대의 정미비율을 가지고 있고 70% 이하부터 특정명칭주라 하여 고급버전의 사케가 됩니다. 70% 이하는 혼죠조, 60% 이하는 긴죠, 50% 이하는 다이긴죠가 되며 그 이하는 별도의 호칭이 없어서 숫자로 표기합니다. 


야마다니시키 현미 / 코시히카리 현미 /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35% 


▲ 세미(洗米), 침지(浸漬), 증미(蒸米) : 

정미한 쌀을 이제는 세척하는 작업을 합니다. 몇 번의 세미를 통해 쌀겨를 깨끗이 제거하고 말립니다. 


다시 10-15도 정도의 물에 담가 쌀의 중심부까지 물이 스며들게 합니다. 이를 침지 또는 (침미-沈米)라고 합니다. 침지는 당화작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줍니다. 쌀 중량의 30% 정도를 흡수한 시점에서 물에서 끌어올립니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명주 중에는 이 침지작업을 초 단위로 1초도 오차 없이 매뉴얼대로 처리하기도 합니다. 


물에서 빼낸 후 약 1시간가량을 쪄서 찐 쌀을 만드는 증미(蒸米) 작업을 합니다. 식용쌀은 삶아서 밥을 하는데 반해 사케용 쌀은 쪄서 밥을 합니다. 찐 쌀은 삶은 쌀에 비해 수분량이 적고 찰기가 적어 사케 제조에 적합합니다.


세미, 침지, 증미 - 후쿠킨혼텐 인용


▲제국(製麹, 누룩 만들기) : 

포도 과즙에는 당과 효모가 같이 존재하여 자발적으로 발효가 되지만, 쌀로 만드는 사케는 먼저 효소를 이용해 쌀의 전분을 분해하여 당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당분을 효모가 알코올로 발효시키는 순서를 거쳐야 합니다. 


찐 쌀에 누룩균의 포자를 살포해서 쌀누룩을 만드는데, 쌀누룩에는 당화시키는 효소와 알코올로 만드는 효모가 다 들어있습니다. 전체 찐 쌀 중 약 20% 전후의 쌀로 쌀누룩을 만듭니다.  


누룩 만들기 - 미하라 주조 인용


▲주모(酒母) 만들기 :

주모는 말 그대로 술의 어머니입니다. 즉 술을 만드는 가장 근원적인 공정상의 토대를 말하며 알코올 발효를 촉진시키는 효모를 배양시킨 것을 말합니다.  


모토(酛)라고도 불리기도 하는데, 모토라는 말이 근원 또는 기원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사케를 빚어냄에 있어서 초기과정에 해당됩니다. 주모는 우량한 효모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야 하고 또 산성을 띄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산성인 경우 발효 시 사케를 부패시키는 세균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최근엔 90% 이상이 양조 유산균을 첨가시키는 소쿠죠모토(速醸酛) 방식으로 주모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제조 방식으로는 자연의 유산균의 힘으로 잡균을 없애고 효모가 활동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방식을 키모토(生酛)와 야마하이모토(山廃酛) 방식이 있습니다. 


둘의 차이는 다 똑같은데 공정 중 야마오로시라는 계속 으깨어 저어주는 중노동 작업을 하면 키모토, 그 작업을 생략하면 야마하이입니다.  

소쿠죠모토 방식이 약 2주일 걸리는데 비해서 키모토와 야마하이모토는 약 한 달간 걸립니다. 


주모 만들기 - 닛칸니가타 인용


▲술덧 만들기 : 

술덧은 일본어로 모로미 라고합니다. 주모를 탱크 바닥에 붓고 4일간에 걸쳐서 누룩과 물과 찐 쌀을 넣는 것을 술덧 만들기라고 합니다. 이는 3번에 걸쳐 나눠서 넣기 때문에 산단지코미(三段仕込み)라고도 합니다. 

총 4일에 걸쳐 담그는데, 먼저 1일째에 주모에다가 전량의 약 1/6의 찐 쌀과 누룩을 담급니다. 2일째는 새로이 담그지 않고 효모의 증식을 촉진시킵니다. 3일째에 전량의 약 2/6의 찐 쌀과 누룩을 담그고, 4일째에 나머지 약 3/6의 찐 쌀과 누룩을 담급니다. 


즉, 산단지코미의 세 번의 담금에는 이름이 있는데, 첫 담금을 하츠조에(初添)라고 하고, 두 번째 담금을 나카조에(仲添)라고 하며 마지막 담금을 토메조에(留添)라고 합니다. 


이렇게 나누어 담그는 이유는 한 번에 담그면 효모가 너무 적어져서 알코올 발효가 순조롭게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세균이 번식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발효가 멈추고 부패하기 때문입니다.


술덧 만들기 - 남부비진 인용


▲짜내기 :

발효가 끝난 후 술덧에서 사케를 짜내는 것을 말합니다. 압착 또는 사케시보리라고도 합니다. 

술덧에서 짜내는 방식으로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술자루에 술을 넣고 위에서 압력을 가하는 후네시보리(槽搾り)가 있습니다. 

또 두 번째로는 최신 압착기계에 의한 압착방식이 있는데, 이 기계의 제조회사 이름을 따서 야부타식(ヤブタ式)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후쿠로츠리( 袋吊り)라고 해서 술자루에 술을 넣고 아무런 압력을 가하지 않은 채 거기서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술을 담아내는 방식입니다.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고 맛도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이를 다른 말로 시즈쿠사케, 후쿠로시보리 등이 표현도 있습니다. 


짜내기  (야부타식 짜내기) - 사케스트리트 인용


▲찌꺼기 분리와 여과 : 

압착 초기에는 아무래도 약간의 탁한 성분이 함유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청정하고 맑게 만들기 위해 여과를 실시합니다. 일단 한 번 맑아졌더라도 저장 중에 투명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사케 속에 용해되어 있는 단백질이 변화되어 버려 용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활성탄 등을 이용해서 여과작업을 거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사케의 신선함을 그대로 맛보게 하기 위한 여과하지 않은 무로카 버전도 인기가 많습니다.  


여과 작업 - 아마부키주조 인용


▲열처리 : 

대부분의 일반 사케는 찌꺼기 분리와 여과 후에 ‘히이레’라는 열처리 작업을 합니다. 살균이라고 해서 펄펄 끓는 물이 아닌 60~65℃ 정도의 저온살균을 실시합니다. 열처리의 목적은 살균과 동시에 효소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데 있습니다. 


효소가 계속 활동하면 당화가 계속 진행되기에 점점 단맛이 강해지고 향의 변화 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중단시키는 작업입니다. 대부분의 사케는 짜내자마자 한번, 다시 저장 후 병입할 때에 두 번째의 저온살균을 합니다. 


이 열처리를 두 번 다 하지 않는 사케를 나마자케(生酒)라고 하고, 처음 한 번만 하고 두 번째 열처리를 하지 않으면 나마츠메(生詰め)가 되며, 두 번째만 열처리를 하면 나마초조(生貯蔵)가 됩니다. 


쟈칸(蛇管)을 이용한 열처리 방식<좌>, 빙칸(瓶燗) 열처리 방식<우> - 하테노차완 인용


 ▲저장과 숙성 : 

저온살균한 직후의 사케는 가열로 인해 향이 변화하여 맛이 거칠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숙성기간을 거칩니다. 대부분의 사케는 쌀 수확 후 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제조되고, 다음 해 봄에서 여름에 걸쳐 숙성한 후 가을부터 출하됩니다. 이를 히야오로시라고 부르며 비슷한 표현으로는 아키아가리라고 합니다. 

물론 라인업 구성에 있어서 몇 년 동안이나 숙성시키는 고주(古酒)도 있습니다. 


사케의 저장과 숙성 - 아마부키 주조 인용


▲조정과 병입 : 

탱크에서 숙성된 사케는 알코올 17~20%의 상대적으로 높은 알코올 도수입니다. 대부분 여기에 와리미즈라고 해서 물을 타서 조정을 합니다. 대개 15% 정도로 맞추는데 이를 조정(調整)이라고 하며 조정을 하지 않은 사케를 원주(原酒)라고 합니다. 


병에다가 술을 넣는 병입 작업도 이루어지는데 이 병입 된 날짜가 사케를 양조한 기준이 됩니다. 즉 BY(Brewed Year)라고 하는 양조날짜는 이 병입 한 날이 기준이 되는 겁니다. 


가수 작업과 병입작업 - 사케타임즈 / 아사히주조 인용


사케를 양조함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은 약 3개월에서 4개월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서 여러 도전들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케에다가 인공 향료를 써서 주세법상 청주가 아닌 분류로 만들어 내는가 하면 기존 공정방식에서 벗어난 무로카 나마 겐슈(無濾過生原酒) 등을 요즘 핫합니다. 


아마 이 모든 것들은 그동안의 사케 업계의 타성에 젖은 안일했던 모습에 대한 자기반성과 냉장배송과 보관 시설 등의 발전이 이루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공정을 이해하면 술의 맛을 예상하고 더 즐길 수 있는 만큼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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