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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May 15. 2024

공항 면세점에서 사케 고르는 법

열다섯 번째 악기


> 일본에 왔으니 사케는 한 병 사가야지..


최근 일본의 엔저 영향으로 일본으로의 여행을 많이 다녀가시고 위스키와 더불어 사케가 한참 인기입니다.

솔직히 위스키보다는 가성비도 좋고, 일본적이라 딱 선물로 좋은데 도대체 어떤 사케를 사야 할지 어떤 면에서는 막막합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공항 면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케 위주로 간단히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일본에 여러 국제공항이 있습니다만, 필자의 동선상 일본의 가장 큰 관문인 나리타 공항의 자료밖에 없어서 나리타 공항 기준으로 설명을 드리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금번 공항면세점의 사케를 소개함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 일본의 사케 랭킹 사이트입니다.

판매자들이 자기들의 판매를 올리는 사이트가 아닌 순수하게 소비자 및 전문가가 객관적 자료를 가지고 냉정하게 체크하는 사이트가 크게 사케노와와 사케타임의 2군데가 있는데 저는 자료가 보기 쉽고 알기 쉽게 정리된 사케노와 기준으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이트를 참고하면 공항면세점 사케는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님을 아시게 됩니다. 가능하면 시내에서 유명한 사케 전문 주판점에 들리셔서 좋은 사케를 구매해 가시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공항 면세점은 어디까지나 시내에서 사케를 구입을 못했거나, 갑작스럽게 공항에서 사케가 생각나서 사야 하는 급박한 경우에만 이용해 주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자료를 보니 맛나고 좋은 사케를 엄선했다기보다 재고가 언제든지 확보되고 자금력이 풍부하고 마케팅능력이 뛰어난 대형양조장들이 대부분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국내공항 포함해서 어딜 가도 있는 대형 두 사케 브랜드는 먼저 닷사이(獺祭)와 쿠보타(久保田)입니다.

이 두 가지 사케가 잘 팔리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워낙 유명해서 설명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따로 구체적으로 브랜드 별로 설명을 드릴 것이기에 가볍게 언급하겠습니다.


그러면 먼저 닷사이부터 소개드립니다.

닷사이는 사케노와 기준으로 현재 전국랭킹 12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닷사이를 설명하기 전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쥰마이다이긴죠(純米大吟醸)를 먼저 아셔야 합니다.

쥰마이(純米)는 양조알코올을 섞지 않은 순수한 사케를 말하고 다이긴죠는 깎고 남은 정미비율이 50% 이하인 사케를 말합니다.

보통주가 아닌 특정명칭주 중에서도 가장 최고급이 바로 쥰마이다이긴죠 등급입니다.


그런데 닷사이는 모든 라인업이 쥰마이다이긴죠만 생산하고 있습니다. 즉 최고급만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 위에는 따로 구별하는 기준이 없어서 닷사이는 정미비율별로 라인업을 구별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중심축이 되는 라인업은 크게 45, 39, 23, 23 소노사키에 입니다.

저 숫자는 모두 정미비율을 말하는 것이며 표현을 숫자로 하지 않고 한자로 표현합니다.

즉 45는 욘와리고부(四割五分), 39는 산와리큐부(三割九分), 23은 니와리산부(二割三分)입니다. '소노사키에'라는 뜻은 '그다음으로 또는 그 너머'라는 뜻입니다.


야마구치현(山口県)에 아사히후지(旭富士)라는 양조장에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는 뉴욕과 파리, 긴자(銀座)에도 전문 샵이 있을 정도로 지금은 너무 커져서 일본 내 소비자들에게는 손수 정성 들여 만드는 수작업이 아니라 기계로 찍어내는 양산형 사케라는 이미지가 생기고 말았고 일본 국내에는 다소 인기가 수그러들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쿠보타를 소개해드립니다.


쿠보타는 사케노와 기준 전국랭킹 37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사케를 모르는 사람도 쿠보타(久保田)는 들어봤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지금의 사케 붐이 일기 전부터 특히, 쿠보타 만쥬(久保田 萬寿)는 하나의 브랜드처럼 엄청 유명했습니다.


쿠보타는 니가타현(新潟県) 나가오카시(長岡市)에서 1830년 창업한 아사히주조(朝日酒造)에서 양조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닷사이(獺祭)를 만드는 아사히주조(旭酒造)와는 발음만 같을 뿐, 전혀 다른 회사이며, 아사히 맥주를 만드는 아사히비루(アサヒビール)와도 전혀 관계없는 회사입니다. 아사히는 떠오르는 태양의 뜻으로 일본에서 아주 흔한 네이밍의 하나입니다. 한국의 흔한 브랜드인 고려, 동아, 동진 등의 단어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쿠보타의 라인업별 맛을 정리한 지도 - 쿠보타 홈페이지 인용 편집

쿠보타는 라인업이 상당히 많아서 일일이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사케를 만드는 양조업계에서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습니다. 너무 상업화되어 버린 탓입니다.

최고의 사케라 자부하면서 전국 37위이자 니가타 내에서도 4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한때 그냥 막 사케를 찍어내던 대량생산 시대에 차별화해서 특정명칭주 중심으로 정성 들여 만든 것이 주효해서 지금의 명성이 생겼습니다만 그 이후로 쿠보타 역시 타성과 상업화에 젖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가장 유명한 라인업은 쿠보타만쥬(久保田万寿)며 일본에선 주판점에서의 가격이 대략 4000엔 조금 넘는데 한국의 이자카야에선 20만 원 전후로 팔리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센쥬(千寿), 햐쿠쥬(百寿), 코쥬(紅寿), 헤키쥬(碧寿) 등이 있습니다만 딱 잘라 말씀드려서 선물로 사가실 목적이시면 만쥬가 아니면 굳이 쿠보타를 사시지 말 것을 권해드립니다. 설명도 어렵고 맛도 평균정도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그 외의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사케들은 디자인이 좋아서 장식하기 좋거나 임팩트가 엄청나게 강해서 꼭 사야 할 이유가 있거나 하지 않은 이상은 간략히 하기와 같이 소개드립니다.



* 코시노칸바이 (越乃寒梅) : 한 때는 니가타의 삼바이라고해서 셋츄바이, 미네노하쿠바이와 함께 아주 유명했으나, 지금은 쿠보타처럼 옛 명성에 의존하는 노력하지 않는 사케 중 하나입니다. '코시노'는 '니가타의'라는 뜻이고  칸바이는 겨울의 매화를 말합니다. 전국 200위에 니가타현 내에서도 19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 키쿠스이 (菊水) : 역시 니가타의 명주로서 상당한 대형 양조장입니다. 국화의 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니가타의 대형양조장 치고는 노력도 많이 하고 일단 맛이 뛰어납니다. 전국 117위에 니가타 내에선 13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 스이신 (酔心) : 히로시마의 술로서 취한 마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대형양조장이며 전국랭킹은 아예 정보가 없고, 히로시마 내에서도 12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선택받아 사랑받는 사케가 아닌 자금력으로 진열대에 올려놓은 대형 양조장의 한 곳입니다.


* 코시노핫포 (越の八豊) / 코시노호마레 (越の誉) / 카가노이 (加賀の井)  : 솔직히 이런 사케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모두 니가타의 술인데 랭킹사이트는 물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케입니다. 의외로 맛있을지 모릅니다만 굳이 면세점에서 사야 할 이유는 없을 듯합니다.



* 하쿠시카 (白鹿) : 슈퍼에서도 편의점에서도 더군다나 공항면세점에서는 더욱 피해야 하는 사케라고 생각하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그나마 공항 면세점에서는 고급 버전을 진열하고 있습니다만, 슈퍼에서는 종이팩 사케를 막 뿌리듯 판매하는 브랜드입니다. 전국순위뿐만 아니라, 효고현 내에서도 랭킹이 없습니다.


이런 사케를 몇 가지 알려드리면 종이팩 사케를 만드는 대형양조장들이 대부분인데 이름만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절대 초보자가 만나서는 안될 사케이며 사케의 첫인상을 나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사와노츠루(沢の鶴), 하쿠츠루(白鶴), 오제키(大関), 키자쿠라(黄桜), 니혼사카리(日本盛), 쇼치쿠바이(松竹梅)가 대표적이며 그나마 그중에서 조금 나은 곳이 겟케이칸(月桂冠), 사쿠라마사무네(桜正宗) 정도인데 추천하기는 어려운 사케입니다.


가능하면 피했으면 하는 종이팩 사케들, 이 양조장들이 고급스럽게 마케팅해서 공항에서 판매함 - 이에노미스타일 인용




이번에는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 못 하지만, 전시하는 의미가 있고 포장이라도 예뻐서 선물로도 무난한 사케를 소개드립니다.



* 후지니시키 (富士錦) : 후지산이 있는 시즈오카현의 사케로서 좋다고는 말 못 하나 옛날 술통인 타루자케의 미니어처로서 판매되고 있어서 장식용으로 훌륭합니다. 전국랭킹은 없고 시즈오카 내 13위에 랭크되어 있는 수준입니다만 이름과 배경에 후지산이 들어가는 것도 어필 포인트입니다.


* 키쿠히메 (菊姫) : 이 술은 여러 생각이 많이 듭니다. 술의 랭킹과 역사는 상당한데 반해서 요즘 트렌드와 전혀 맞지 않은 사케이기 때문입니다. 전국랭킹 59위에 이시카와 내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클래식 사케의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사케이며 차갑게 마시기보다는 아츠칸으로 마실 때 그 제대로 된 맛이 구현됩니다.


* 마스이즈미 (満寿泉) : 토야마현의 술로서 상당히 역사와 전통이 있었으나 최근의 트렌드에 맞지 않는 클래식 사케입니다. 거듭 태어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는 브랜드로서 그 노력을 칭찬해주고 싶은 사케입니다. 전국랭킹 89위이며 토야마 내 3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금번 마스이즈미가 시바스리갈과 컬래버레이션으로 시바스리갈의 오크통 숙성 사케를 출시했습니다. 새로운 시도의 엄청난 노력일 수도 있고 술의 맛의 향상보다 그저 유명한 브랜드에 묻어가려는 안이한 태도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닷사이, 쿠보타 급은 아니지만 나름 역사와 전통과 맛이 있어서 추천가능한 사케를 하기와 같이 소개드립니다.



* 핫카이산 (八海山) : 쿠보타를 양조하는 아사히주조 인근에 위치하는 양조장이며, 1922년에 창업해서 1997년에 3대째 사장이 현재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짧은 역사에 비해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스테디셀러 브랜드가 될 정도의 유명세를 구축한 것은 상당한 노력과 운영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장 어필할 부분은 핫카이산은 모든 라인업이 긴죠 이상입니다. 즉 정미비율 60% 이하만 양조하기에 실패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 브랜드는 편의점에서도 구입해도 되는 사케로 개인적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전국랭킹은 34위로 쿠보타를 앞서며 니가타 내에서도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시메하리츠루 (〆張鶴) : 이 브랜드도 니가타의 대형 양조장이면서 상당히 브랜드와 맛의 관리를 잘 구축한 사케로 볼 수 있습니다. 니가타 사케의 강점인 깔끔하고 담려한 맛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시메하리츠루의 뜻은 신성한 학에 금줄을 친다는 의미로 학의 아름다운 자태를 떠올리게 하며 주질도 그에 상응하는 기품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국랭킹은 49위이고 니가타 내에서는 6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면세점에 조금씩 사케가 진열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종합해서 말씀드리면 가능하면 면세점에서는 구매를 하지 말 것을 추천드리며 굳이 선물용으로 사셔야 한다면 그냥 닷사이 23 또는 39나 쿠보타 만쥬를 추천드립니다.



나머지 사케들은 비겁할 정도로 시내나 이자카야에서 맛으로 승부를 걸지 않고,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에게 멋진 포장과 마케팅으로 공항에서 적당히 매출이나 올리려는 상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케를 미워한다기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큰데, 그 이유는 이런 사케들이 사케의 이미지 자체를 나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예가 좀 그렇습니다만 한국에서 내국인에게는 팔리지 않는 이상한 제품들을 화려하게 포장해서 면세점에서 외국인에게 덤터기 씌우는 느낌 같습니다.


아무쪼록 시내 유명 주판점에는 어마어마하게 화려하고 매력적인 사케들이 즐비하고 게다가 저렴한 가격에 두 번 놀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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