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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May 12. 2024

9위 - 샤라쿠

한국에선 금기어인 후쿠시마의 최고의 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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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칼럼이 책으로 출판되게 되었습니다. 

이에 최근 칼럼의 방향이 좀 두서없고 기존 흐름과는 조금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사케 브랜드위주로 써오다가 입문서적용으로도 충분하도록 사케의 전반적 상식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칼럼을 현재 시점에 맞추고 논조를 통일시켜서 재발행하는 경우도 있사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쿠보타, 닷사이의 소개는 물론 그들을 상회하는 사케노와 기준 TOP10도 아울러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소 글이 혼란스럽더라도 전체적으로 통일시키는 과정이오니 많은 양해와 또 격려 및 응원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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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의 사케는 방사능 이슈로 인해서 정말 소개하기가 어렵고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으면 소개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기에 항상 사족이 길어지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도쿄를 오실 정도의 각오라면 아무런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먼저 전해드립니다. 


사실 한국의 사케 수입자들 사이에서도 후쿠시마의 사케는 수입하지 말자는 암묵적인 불문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잘못 와전되고 이슈가 되어버리면 사케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염려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너무나도 명주가 많습니다. 47개 도도부현 중 9년 연속 전국신주감평회에서 금상 수상 양조장을 최다 배출한 현으로 기록을 세웠을 정도입니다. 

그럼 그 후쿠시마에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샤라쿠를 소개해드립니다. 





샤라쿠  (冩楽, 写楽、しゃらく)


 -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츠시 (福島県 会津若松市)

 - 쥬욘다이 (十四代)의 모티브가 된 니혼슈

 -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금상을 배출하는 후쿠시마현에서도 당당히 1위

 - 코텐샤라쿠 -> 쥬욘다이 -> 히로키 -> 샤라쿠로 이어지는 운명적인 스토리



샤라쿠를 설명하기에 앞서 후쿠시마현의 사케와 지리를 먼저 가볍게 소개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사케마니아라면 아실만한 브랜드 중 사실은 후쿠시마 사케가 의외로 상당히 많습니다. 다른 사케를 함께 구입해 주는 조건으로만 판매하는 히로키, 마사무네가 붙는 사케 중 최고라 일컬어지는 각키마사무네, 클래식 주조의 최고봉인 다이시치, 그 외에도 로만, 텐메이, 히로토가와, 나라만, 콕켄, 스에히로 등 무수한 명주들이 즐비한 곳이 이곳 후쿠시마입니다. 


지리적으로는 후쿠시마는 생각보다 상당히 큰 현으로 일본에서 홋카이도, 이와테 다음으로 세 번째입니다. 메이지유신 때의 폐번치현으로 이와키, 이와시로가 합해진 현으로 전라남도보다는 크고 강원도보다는 작은 사이즈입니다.

후쿠시마현은 대부분 산지인데, 마을이 생성된 지역으로는 가장 오른쪽의 남북으로 이어진 하마도오리(浜通り), 가운데를 남북으로 이어진 나카도오리(中通り), 가장 서쪽의 아이즈(会津) 지역으로 나뉩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은 하마도오리에 해당되고 후쿠시마의 대부분의 양조장이 아이즈 지역에 몰려있기 때문에 도쿄에 오실 정도의 각오가 계시다면 원전사고의 이미지는 잠시 제쳐두고 사케에 집중해도 좋다는 말씀을 먼저 전해드립니다.




2022년 전국신주감평회(全国新酒鑑評会)에서 또다시 가장 많은 금상을 배출한 현으로 1위에 후쿠시마현이 차지했습니다.

쿠보타의 니가타, 닷사이의 야마구치, 아라마사의 아키타, 쥬욘다이의 야마가타를 이해한다면 9년 연속으로 일본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실력이자 쾌거입니다. 



그 후쿠시마현에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사케가 바로 오늘 샤라쿠입니다. 

샤라쿠는 검색을 할 때 상당히 번잡합니다. 

라벨에는 冩楽라고 적혀 있는데 일본 내의 여러 사이트에서도 혼선이 많습니다. 여기서의 冩는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写의 옛글자입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갓머리 부수인 집 면(宀), 과 비슷한 민갓머리 부수인 덮을 멱(冖)은 거의 서로 치환될 정도로 같이 쓰이고 있습니다.

참고로 후지산 할 때의 후지도 富士、冨士 모두 혼용되고 있습니다.


寫楽、冩楽、写楽는 모두 같은 브랜드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검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덜 유명해지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베낄 사 - 네이버 사전 참조


샤라쿠를 양조하는 곳은 미야이즈미 메이죠(宮泉銘醸)라는 곳으로 1955년에 창업한 회사로 주요 브랜드는 니혼슈(사케) 아이즈 미야이즈미(會津宮泉), 샤라쿠(冩), 그리고 소주 브랜드인 겐부(玄武)가 있습니다.


아이즈 미야이즈미(會津宮泉)가 기존에 있던 브랜드이고 샤라쿠(冩)는 같은 아이즈 와카마츠시(会津若松) 시내에 있던 히가시야마 주조(東山酒造)가 폐업되면서 인수하게 되었는데 이때 양조장과 함께 인수한 브랜드입니다.



미야이즈미 메이죠(宮泉銘醸)는 초기에는 일반 사케인 후츠슈(普通酒) 위주로 술을 계속 만들어왔는데 사회 전반적으로 사케에 대한 인기가 수그러들면서 점점 경영상태가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이를 지금의 샤라쿠를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현사장인 4대째 미야모리 요시히로(宮森義弘)입니다. 


26세에 본가로 돌아오면서 처음에는 사장으로서 경영만을 담당할 생각이었지만 양조장으로 복귀하기 전에 마셨던 히로키의 맛의 충격을 잊지 못해 후쿠시마현 청주(清酒) 아카데미에서 3년간 공부한 후 2007년 신브랜드 '샤라쿠'의 양조를 직접 시작했습니다. 



타 양조장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동안 양조는 양조책임자인 토지(杜氏)에게 맡겨왔는데 2012년에 전격적으로 아이즈 미야이즈미(会津宮泉)를 포함해서 모든 양조를 직접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출시되는 모든 술이 일류 브랜드로서 손색없는 술로 거듭 태어나며 애주가들의 화제를 모으게 되었습니다.


전국신주감평회(全国新酒鑑評会) 금상 수상에 이어 일반 시판주(市販酒) 실력을 겨루는 'SAKE COMPETITION'에서 2014년 '샤라쿠'는 쥰마이슈(純米酒)와 쥰마이긴죠슈(純米吟醸酒) 두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더욱 각광받았습니다.


2018년에는 아이즈 미야이즈미(會津宮泉)가 쥰마이슈(純米酒) 부문 1위를 차지했고 벨기에 브뤼셀 국제콩쿠르 'SAKE 셀렉션 2018'에서 아이즈 미야이즈미 준마이슈가 최고상 트로피를 수상하는 등 이제는 세계가 인정하는 일본 대표 명주가 되었습니다.


샤라쿠(写楽)와 아이즈 미야이즈미(会津宮泉)


여기서 잠시 각 브랜드의 브랜드의 네이밍의 유래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미야이즈미의 브랜드는 그 유래는 다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에도시대 때 가장 술 만들기에 적합하다고 알려진 고베의 나다(灘)의 물, 미야미즈(宮水)와 이곳에서 솟아나는 샘물의 수질이 너무나 비슷해서 미야이즈미(宮泉)라고 지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중국의 '구성궁 예천명(九成宮 醴泉銘)'이라는 시에서 따왔다는 것입니다.

구성궁은 당나라 황제의 별궁의 이름인데 당의 대종황제가 여기에 피서를 왔다가 황후와 함께 산책을 하던 중 궁 안의 한 켠에 물이 조금 고여있는 것을 보고는 이상하게 여겨 지팡이를 짚었더니 청주(清酒)와 같은 아름다운 샘이 솟아났다는 고사(古事)에서 따와서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샤라쿠(冩)의 네이밍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인수하기 전에 있었던 히가시야마 주조의 코텐샤라쿠(古典写楽)의 얘기입니다.


토슈사이 샤라쿠(東洲斎 写楽)라는 에도시대의 아주 유명한 우키요에(浮世絵) 화가가

있었는데 에도시대에 우키요에 계에 화려하게 등장해 144종의 작품을 남기고 불과 10개월 만에 사라진 전설의 인물인데 그의 이름을 따서 네이밍을 했던 것입니다. 그 사람의 작품을 라벨로 판매하면서 현지 아이즈 와카마츠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日本酒 半可通日記 인용


지금의 샤라쿠는 4대째 사장인 미야모리 요시히로와 학교 동창인 야마구치 타케히사가  주조하고 있고 남동생인 미야모리 야마토와 그 동창인 이치다 모토키가 아이즈 미야이즈미를 주조하면서 두 형제 모두 동창생 파트너와 찰떡같은 궁합을 맞추고 있습니다.


샤라쿠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계기는 2013년에 인기 많은 미식가 잡지 '단츄(dancyu)'에서 주목받는 사케로 특집 된 이후부터입니다.


아이즈 미야이즈미(會津宮泉)'와 샤라쿠(冩)의 차이는 간략하게 말하면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가장 큰 차이는 판매지역입니다.

샤라쿠는 판매지역이 전국이지만 아이즈 미야이즈미(會津宮泉)는 양조장이 있는 현지 로컬에서만 판매를 합니다.

그래서 지명도만 본다면 샤라쿠(冩)가 훨씬 더 유명한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즈 미야이즈미(會津宮泉)가 현지에서만 판매되는데도 이렇게까지 유명해진 것은 그 맛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맛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는데 아이즈 미야이즈미의 맛은 드라이한 카라구치고 감칠맛을 중시한 깔끔한 맛이 특징인데 반해 샤라쿠는 그렇게 강하지 않은 스위트한 아마구치에 산미가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아이즈 와카마츠 성 (会津若松城)


샤라쿠(冩)를 언급함에 있어서 상당히 재미난 사실이 있습니다.


코텐샤라쿠를 만들던 히가시야마 주조는 미야이즈미 메이죠와 마찬가지로 하나하루 주조로부터 분가했던 곳인데 2007년 경영기반이 약해져서 문을 닫게 되었고 지금의 미야이즈미 메이죠가 그 브랜드를 인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본 및 전 세계적으로 지금의 사케 붐을 일으킨 전설적인 브랜드가 쥬욘다이(十四代)인데 그 쥬욘다이에 모티브가 된 사케가 바로 히가시야마 주조가 만들었던 코텐샤라쿠(古典冩)입니다.


다시 이 쥬욘다이(十四代)에 충격 및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사케가 히로키(飛露喜)이고 그 히로키에 충격받아 만들어진 니혼슈가 바로 지금의 미야이즈미 메이죠(宮泉銘醸)의 샤라쿠()입니다.


즉, 코텐샤라쿠(古典冩) -> 쥬욘다이(十四代) -> 히로키(飛露喜) -> 샤라쿠(冩)로 이어지는 재미난 연결고리가 흥미롭고도 신기한 스토리로 이어져 더욱 사케 맛을 배가 시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샤라쿠도 대표적인 개별 라인업보다는 브랜드 자체를 보고 선택할 수 있는 사케인데 간단한 라인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샤라쿠 쥰마이다이긴죠 고쿠죠 니와리

 정미비율 20%

 효고현 특A지구 야마다니시키

 샤라쿠의 최고봉








* 샤라쿠 다이긴죠 시즈쿠토리

 정미비율 40%

 효고현 특A지구 야마다니시키

 열처리 1회








* 샤라쿠 쥰마이긴죠

 정미비율 50%

 열처리 1회










미야이즈미 메이죠(宮泉銘醸)는 1955년에 창업해서 그 자체로는 역사가 짧아 보일 수 있지만 하나하루 주조(花春酒造)로부터 분가해서 창업을 한 것이라 술을 만든 역사 자체는 300년 가까이에 이릅니다.


샤라쿠(冩)는 연간 생산량  150석밖에 되지 않아 그 생산량이 적어서 더욱 귀한 술이 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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