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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Nov 07. 2024

소주韓잔 사케日잔-100: 무라유(村裕)

한국무역협회 투고 : 백 번째 이야기

*****

드디어 2년 만에 거의 한 주도 빠짐없이 꾸준히 써온 본 칼럼에서 100번째 사케를 소개드립니다.

주위의 좋은 분들, 좋은 사케, 좋은 이자카야, 좋은 환경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다소 늦었지만 12월에 한국에서 사케 관련 서적이 출판됩니다.

늘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신 감사한 독자분들이 많이 계신데 그중에서 '구독과 좋아요'님께서 희망해 주신 무라유를 금번 다루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만나지도 못한 사케지만 그 몇 번의 경험에서도 충분히 어마어마한 주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주위의 감사한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며 쉬지 않고 달려온 제 자신에게도 고생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싶은 깊은 밤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며, 이 100번째 사케 소개 칼럼을 계기로 블로그나 SNS 등으로도 확산해 나가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



무라유 (村裕, むらゆう)

 - 무라유 주조, 니가타현 니가타시

 - 환상의 사케 10선에 당당히 들어가는 최고급 명주

 - 기존 니가타 사케의 특징인 담려한 카라구치와 배치되는 와삼봉 같은 아마구치

 - 1948년에 창업 후 하나코시지가 메인 브랜드, 2002년에 3대째 사장이 론칭한 무라유



제가 좋은 사케를 추천할 때, 일반 원컵으로 된 후츠슈(보통주)를 잠시 맛보게 한 후 추천하는 사케를 마시게 하곤 합니다. 바로 비교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 방법으로 추천하던 중 원컵이 추천하던 사케보다 맛있었던 경험을 한 경우가 있습니다. '어, 이 사케는 뭐지? 원컵이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고 청아할 수가 있지?'라며 감탄을 하며 절대 잊지 않고 있는 사케가 바로 금번 소개할 무라유입니다.


원컵의 이미지를 바꿔버린 무라유

쿠보타, 코시노칸바이 등 기존의 니가타의 사케가 예전만 못하다 할지라도 그래도 일본 최고의 쌀의 고장이자 사케의 고장인 니가타는 역시 니가타인 듯합니다.


1948년에 니가타현 니가타시에서 창업한 무라유주조는 기존 니가타 사케의 담려한 카라구치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고급스러운 향긋한 단맛이 아주 큰 특징이며, 연간 생산량이 불과 200고쿠(石) 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의 양조장입니다.

1고쿠가 1.8리터 잇쇼빙 100개이니 불과 2만 병만 생산하는 셈입니다.

그중에서도 무라유는 단 40석만 생산한다고 합니다.


츄부지방 니가타현 니가타시


고베의 일본 최대 사케 제조사인 하쿠츠루는 하루에 28만 병을 양조하니 얼마나 만나기가 어려운 사케인지 감이 오실 것입니다. 단 한병이라도 꼼꼼히 관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절대 대량 생산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라유의 주질 콘셉트는 와삼봉(和三盆)처럼 극도로 섬세하고 투명한 단맛입니다.

와삼봉은 시코쿠의 카가와현 또는 토쿠시마현에서 주로 생산되는 일본 전통 고급설탕을 말합니다. 산업화되기 전의 일본에서 주로 유통되었고 교토의 화과자(和菓子)에 많이 사용되며 아름답고 화려한 색깔과 섬세한 입자, 깔끔하게 입안에서 녹는 감촉, 뒤끝이 개운한 상쾌한 달콤함이 특색입니다.


와삼봉 - 탄토쿠 홈페이지 인용


즉 억지스럽고 인위적인 단맛이 아니라 이 와삼봉처럼 이보다 더 좋은 단 맛은 있을 수 없을 정도의 레벨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양조장이 있는 곳은 니가타시의 코스도라는 곳인데, 2005년에 전국에 걸쳐 시행된 지방행정구역 대통합 때 니가타시로 합병이 되었습니다.

이 마을의 슬로건이 '꽃과 녹음이 우거진 코스도' 였을 정도로 이 지역의 꽃이 상당히 유명합니다.



무라유는 3대째 사장인 무라야마 켄스케 씨가 설계해 2002년부터 발매가 시작된 신 브랜드이며 기존의 브랜드는 하나코시지(花越路)였습니다.

하나가 꽃이고, 코시지는 니가타의 길을 의미하므로 코스도라는 마을에 아주 잘 어울리는 네이밍의 브랜드입니다.


원료의 질과 제조법별로 랭크를 나누고 있는 독일 와인에서 착안해 사케에서도 이러한 분류를 시도해 보자고 한 것이 무라유 설계의 기본 콘셉트라고 합니다.


무라야마 켄스케 씨는 도쿄농대를 졸업한 후, 1년간은 타 양조장에서 일을 배우고 친정으로 복귀하였습니다. 마침 그때는 양조책임자인 토지(杜氏)가 병으로 은퇴를 한 뒤라 2년간 개점휴업상태였다고 합니다.


무라유 주조의 3대째 사장 무라야마 켄스케 씨 - 니가타사케 인용

복귀하 갖은 고생을 겪은 뒤 자기만의 방식으로 22세에 처음 빚어낸 사케가 전국신주감평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이후로도 계속 입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2002년부터는 자신이 만든 사케가 평가받아야 할 곳은 감평회가 아니라 손님이 마시는 시장이라는 생각으로 출품을 그만두게 됩니다. 그때부터 만들기 시작한 것이 바로 무라유입니다.

무라유는 토지를 따로 두지 않고 무라야마 켄스케 사장이 실질적으로 혼자서 양조에 임하고 있습니다.


마시는 사람이 맛이 있다 없다를 결정한다는 생각때문에 세부적인 스펙은 기본적으로 비공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아무 선입견을 가지지 말고 순수하게 사케를 있는 그대로 마셔달라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법적 의무기재사항인 최소한의 알코올 도수와 특정 명칭주 정도의 정보만 제공되고 정미율, 니혼슈도, 쌀품종, 산도 등의 정보는 모든 것이 비공개니다.



일본에서도 환상의 사케라는 리스트가 존재합니다. 환상의 사케라 함은 생산량이 적고, 현지에서만 유통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출하되면 금방 완판 되고, 각종 품평회에서 수상한 브랜드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부 브랜드가 다소 상황이 바뀌었지만 일반적으로 환상의 사케로 분류되는 10가지 브랜드가 있는데 아라마사, 쥬욘다이, 이비, 하나아비, 히로키, 레이큐, 덴슈, 지콘, 닷사이 하야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무라유가 포함됩니다.



그럼 무라유의 기본 라인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무라유는 라인업은 간단히 토쿠베츠 쥰마이인 빨간 라벨의 아카네(茜), 쥰마이긴죠인 파란 라벨의 콘루리(紺瑠璃), 쥰마이다이긴죠인 녹색 라벨의 토키와(常盤)의 3종류가 기본이며, 모두 11종류의 라인업이 있습니다.


* 무라유 아카네

알코올 17%

발매시기 : 9월

토쿠베츠 쥰마이 등급

아마구치

* 무라유 콘루리

알코올 16%

발매시기 : 1년 내내

쥰마이긴죠 등급

온화한 아마구치에 와삼봉처럼 달콤한 가운데 여운이 없는 고급스러운 단맛

 * 무라유 토키와

알코올 15%

발매시기 : 1년 내내

쥰마이다이긴죠 등급

산미의 밸런스가 절묘하고 수량이 한정적이라 보이면 구매해야 함

* 하나코시지 다이긴죠

알코올 15%

발매시기 : 1년 내내

니가타 현지에서 유통되는 하나코시지의 최고등급

무라유보다는 단맛이 절제되어 있으며 깔끔한 투명감이 특징




생산량이 적어서 정보가 제한적인데다  양조장에서도 정보를 비공개로 하고 있어 더욱 다루기가 어려웠던 무라유입니다.

독자님의 추천으로 접하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 보이면 무조건 구매하고 주문해야 하는 사케로 분류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든 독자님들께서 연락 주시면 바로바로 공감하고 교감하면서 함께하는 칼럼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합니다.


참고로 카톡 아이디는 gabalopp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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