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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Nov 01. 2024

소주韓잔 사케日잔-99 히타카미 (日高見)

한국무역협회 투고 : 아흔아홉 번째 이야기

히타카미 (日高見, ひたかみ) 

 - 히라코 주조,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 세계 3대 어장의 하나인 북태평양 서안의 이시노마키시의 명주

 - 풍부한 해산물이 어획되는 곳의 사케인 만큼 해산물과의 극강의 궁합

 -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의 궤멸적 피해를 딛고 일어선 의지의 양조장



사케의 페어링을 자주 질문받곤 하는데 대부분 다른 술에 비해서 알코올이 약한 편인 데다 쌀이 주원료인 만큼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일식요리와 같은 생선요리나 해산물 요리를 많이 추천합니다. 요리가 술자리의 주인공이 되고 주로 조연으로 등장하는 한국의 소주와 달리 사케의 섬세함을 요리가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사케를 위한 작은 배려이기도 합니다. 


이자카야 해산물 요리

굳이 사케를 와인으로 비교하자면 화이트 와인으로 많이 비교됩니다. 색깔도 그러하지만 담백하고 청아한 그 주질과 차게 해서 마시는 최근 사케 트렌드가 화이트 와인과 비슷한 듯합니다. 


그중에서 아예 대놓고 해산물과 함께 마시는 술의 콘셉트로 만들어진 사케가 있으며 실제로 정말 잘 어울리는 사케가 있어 금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에서 이자카야에 가서 이 사케가 메뉴에 있으면 무조건 해산물과 함께 주문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라벨에도 아예 해산물을 그려 넣고 마리아주(?)를 강요하는 듯한 아주 강한 콘셉트인데, 해산물과 정말 잘 조화롭도록 만들어진 히타카미라는 사케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히타카미 쥰마이긴죠 우스니고리


히타카미는 이와테현의 키쿠노츠카사 주조에서 분가해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에서 1861년 창업해서 지금까지 양조를 이어오고 있는 히라코 주조의 사케입니다. 

오랫동안 신제키(新関)라는 브랜드로 사랑을 받아오다 5대째 히라이 타카히로 사장이 긴죠 계열의 고급사케로 방향을 선회하게 됩니다. 


히라이 타카히로 사장이 취임할 당시에는 경영악화로 폐업위기를 겪는 상태로, 뭐라도 해야 하는 아주 절망적인 상황이었기에 해산물과 어울리는 사케로의 특화 및 새로운 히타카미라는 브랜드의 론칭 등 대대적인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신제키 신문광고 - 아메바 인용

양조장이 있는 이시노마키시를 먼저 이해하면 왜 히타카미가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지를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미야기현에서는 센다이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후쿠시마 인근의 산리쿠 해역이 상당히 네거티브한 이미지로 바뀌었습니다만, 잠시 그 네거티브한 부분은 내려놓고 일반적인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해산물이 풍부한 전 세계 3대 어장이 있는데,  노르웨이 근해와 북미 동안, 그리고 일본이 포함된 북태평양 서안입니다. 

북태평양 서안 어장 중 일본 영해에 해당하는 곳은 산리쿠 해역이 가장 어류자원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13곳의 중요한 어항 중 4개 항(하치노헤・케센누마・이시노마키・시오가마)이 여기 산리쿠 해역에 집중해 있으며 꽁치나 가다랑어 등의 주요 어장입니다. 


세계 3대 어장 중 하나인 산리쿠 지방 - 세이신 88 인용

또 이곳은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해 있는데, 숲에서 유입되는 영양분을 함유한 물이 바다로 흘러들게 되면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식물 플랑크톤의 발생지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에는 갓 잡은 신선한 어패류로 요리하는 음식점도 아주 많고. 미역, 굴, 가리비, 멍게 등의 양식도 활발합니다.  


이런 지역이다 보니, 이 어패류 및 해산물과 마리아주가 맞는 사케를 찾을 수밖에 없었고 이시노마키에 위치한 히타카미는 그 부분에 착안해 양조방향을 진행되어 온 것입니다.  


토호쿠지방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이시노마키시는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궤멸적인 피해를 입습니다. 도시의 무려 46%가 침수 피해를 당했고 흔들림에 의한 피해도 막대했습니다. 

지금도 시내 곳곳에는 쓰나미가 도착한 지점의 표시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참고로 히타카미는 양조장이 분가되기 전에 있었던 지역의 옛 지명 이름이고, 양조장 인근에 흐르고 있는 키타카미가와(北上川)라는 강의 옛 이름이 히타카미가와(日高見川)여서 명명된 것입니다. 


특히 사케의 맛은 누가 뭐라 해도 역시 물이 가장 중요한데, 양조장이 이시노마키시 중에서도 시미즈쵸(清水町)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시미즈쵸라는 마을 이름의 뜻은 '맑은 물이 나오는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나오는 물의 성분이 일본에서 사케 만들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고베의 미야미즈와 거의 성분이 비슷합니다. 


애니메이션 관련 작품이 테마인 이시노마키 역 


이시노마키시는 또 '찾고 싶은 일본 애니메이션 성지 88'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로 인근 마을에서 태어난 '이시노모리 쇼타로'라는 만화가의 영향으로 2001년에 이시노마키시에 '이시노모리 만화관'이라는 애니메이션 뮤지엄이 개관되었습니다.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바로 가면라이더입니다. 시내 곳곳에는 가면라이더를 위시한 여타 작품의 캐릭터 작품이 오브제 및 간판 등으로 눈에 띕니다. 


그리고 인근에는 1845년에 창업한 또 하나의 지역 명주이며 미야기현 사케 부흥프로젝트인 다테세븐의 한 축이기도 한 스미노에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시노모리 만화관 - 홈페이지 인용




그러면 간단한 히타카미의 라인업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히타카미 나카토리 쥰마이다이긴죠 쿠로노효탄

일단 임팩트 강한 검은 표주박의 병 모양이 가장 큰 특징으로 선물로 아주 적합한 사케

주조호적미 : 효고현산 특 A지구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 40%

온화한 과일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며 풍부한 감칠맛과 아주 드라이한 맛이 인상적으로 히나카미의 상징과 같은 사케


히타카미 쿠로노효탄 - 홈페이지 인용


* 히타카미 쥰마이 아키아가리

봄에 완성된 사케를 열처리해서 여름내 숙성시켜 가을에 출시하는 아키아가리 버전

주조호적미 : 효고현산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 60%

라벨에 사케 제조공정을 그린 독특한 라벨 

희미하게 느껴지는 쌀의 달콤한 향기와 깨끗한 드라이한 맛과 부드럽고 감칠맛이 있는 고품질의 맛의사케로 여운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 


히타카미 쥰마이 아키아가리 - 홈페이지 인용


히타카미 쥰마이다이긴죠 스케로쿠 하츠자쿠라

벚꽃이 피는 봄에 한정판으로 내어놓는 쥰마이다이긴죠로 열처리 하지 않은 나마자케

주조호적미 : 효고현산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 45%

야마다니시키의 포근한 감칠맛과 나마자케의 신선한 맛을 갖춘 절묘한 밸런스의 카라구치 사케

라벨에 스케로쿠라는 카부키 공연과 관계있는 요소를 넣은 것이 특징


히타카미 쥰마이다이긴죠 스케로쿠 하츠자쿠라 - 홈페이지 인용


* 히타카미 토쿠베츠 쥰마이슈 사카나 라벨

해산물이 라벨에 그려져 있는 고급스러운 풍성한 맛이 느껴지는 히타카미의 가장 오리지널 라인업

주조호적미 : 야마다니시키 / 긴노이로하

정미비율 : 60%

2023년에 리뉴얼된 라인업으로 향기는 매우 차분하고, 은은하게 상큼한 과일의 분위기 인상적

생선요리와 스시 등의 궁합은 최강




전반적으로 히타카미는 라인업은 다양하나 품절이 많고 현지에서 인기가 많아서 유통량이 적습니다. 각 라인업의 디테일한 스펙보다 브랜드 자체에 상당한 힘이 있으니, 이자카야에서 보이면 바로 해산물 요리와 함께 드셔보시길 강력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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