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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현우 Mar 18. 2023

본고장의 맛을 찾아서

친구들과 도쿄 여행을 계획하던중에 본토의 스시를 한번 경험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날로 예약을 하려고 온갖 수단을 찾다보니 이게 웬걸.. 도쿄의 유명한 스시야들은 어지간해서

한두달전에 예약을 해도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포기하려던 찰나에 운 좋게 예약취소가 발생한 곳을 발견해서 부푼 기대를 안은채 발걸음을 옮겼다


첫번째로 내주신건 맑은 다시마 장국에 흰살생선을 계란과 함께 쪄낸 것 이였다 (생선이름이 기억안남..)

적당한 간무르지 않은 생선살의 식감에 감싸진 계란이 맛있었다

처음부터 먹어본적이 없는 음식이라 당황한건 덤


두번째는 방어회에 살구와 레몬으로 만든 소스를 얹어 주셨다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지만 방어의 기름진 풍미가 덜했고, 소스의 산미가 조금 강했다


네번째는 백옥돔을 살짝 아부리하고 쪄낸 후 걸쭉한 소스와 김을 곁들였다

담백한 생선에 달달한 소스와 김이 더해지니 맛이 참 좋았다


다섯번째는 얇게 뜬 갯장어에 숭어알젓을 넣고 말아서 튀겨낸 음식이였다

한입 먹자마자 녹아내리는 식감에 숭어알젓으로 잡아낸 간과 감칠맛에 더해 갯장어를 튀겨낸 고소함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나머지 두조각을 애지중지하며 아껴먹었던 기억이 날만큼 이날 스시가 나오기 전 요리중에 가장 맛있었다


일곱번째는 새끼 참치인 메지마구로의 겉 껍질을 바삭하게 구워서 내어주셨다

아직 작아도 참치인만큼 맛있었고 특히나 바삭하게 익혀낸 껍질과 훈연향이 좋았다


여덟번째는 쪄낸 금태에 소스를 부어 내어주셨다

소스 자체는 간장 베이스의 무언가였던것 같은데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다

그냥 맛있다는 말밖엔..; 다른 요리보다 특히 더 부드러운 식감이 강조됐었다

먹자마자 그냥 사라져버렸다


요리가 마무리되고 오늘 나올 스시의 네타를 보여주셨다

나중에 보니 여기에 몇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첫번째 스시는 흑금태(쿠로무츠)

흑금태라는 생선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먹자마자 금태의 부드러운 식감과 밥알이 다 풀어져서 녹아내리는 느낌이 참 신기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어떻게 그런게 되는건지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를밖에


두번째 스시는 오징어

겉에 유자 껍데기를 뿌려서 산뜻함이 더해졌고 쫀득쫀득한 식감이 인상깊었다

오징어를 먹을때 보통 '쫄깃쫄깃하다'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쫀득쫀득하다' 는 처음이여서 신기했다


세번째 스시는 백새우(시로에비)

한국에서 가끔 접해봤던 단새우 초밥과 비슷하게 생겨서 같은 새우인줄 알았는데 아니라니;

신선한 새우에서 나오는 단맛에 오독오독한 식감이 기분 좋았다


세번째 스시는 참치 적신(아카미)

여태 먹어봤던 아카미(얼마 못먹어봄;)는 산미가 심하거나 어떤 경우는 비린맛이 과할때가 있었는데

이건 산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감칠맛이 너무 좋았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하는게 가능할지 신기해하며 먹었다


네번째 스시는 참치 대뱃살(오도로)

오도로의 한쪽 면을 레어로 익혀서 나온만큼 온기가 느껴져서 아주 좋았다

적절하게 따뜻한 초밥에 농밀한 지방의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인상적이였다


다섯번째 스시는 북방대합(호키가이)

쫄깃쫄깃한 식감에 감칠맛까지 훌륭하면서 조개 초밥은 비릴것 같다는 선입견을 없애줬다

역시 맛있었다


여섯번째 스시는 전어

전어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비린맛과 신선한 바다향 중간의 무언가에 당황스러웠다

아직 내가 맛을 잘 몰라서 그런건지 전어를 먹으면서는 다른 초밥에 비해 인상깊지 않았다


일곱번째 스시는 정어리

흔하디 흔한 생선인 정어리가 맛있어봐야 정어리지 싶었지만 오판이였다

살짝 익힌 겉면에 간장이 잘배어들어서 맛의 조화가 아주 좋았다


여덟번째 스시는 대합(하마구리)

이전에 나왔던 북방대합과는 다른 종류였고 이번 초밥은 단맛이 간장이 가미됐다

북방대합을 먹었을때도 사실 조개로 만든 초밥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걸 먹고나서 그런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조개의 감칠맛에 쫄깃쫄깃한 식감 여기에 달달한 간장까지 더해지니 더할나위가 없었달까

개인적으로 오늘 나온 스시중에 세손가락 안에 꼽을만큼 맛있었다


스시가 끝나고 나온 네기토로 김밥

예전에 결혼식이나 뷔페에서 한번쯤 먹어봤던 기억을 더듬으면서 먹어보고

그전의 기억을 잊게 됐다

김밥 자체도 어떤 김을 쓰는지 어떤 쌀로 만들었는지 식초는 뭘썼는지 궁금할만큼 맛있었지만

소위 뼈에서 긁어낸 자투리로 만들어진거라고는 생각할수가 없을만큼 너무 맛있었다

입에 넣는 순간 눈녹듯이 사라져 없어졌다


다음은 계란말이가 나왔다

계란으로 어떻게 이런 맛을 낼수가 있을까?? 라는 생각만 거듭한채 감탄하다보니 어느새 없어져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간뾰마끼

박꼬지절임으로 만든 김밥일뿐인데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걸까 하며 감탄했다

유부도 수분감이 적고 더 바삭해서 맛이 조금 더 농축되어 있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이렇게 식사가 마무리!



후식으로 나온 절인 자두

새콤하면서 달달한것이 자두로 이런걸 만들수 있구나 하며 감탄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장국

뭔가 이게 왜 마지막에 나온걸까 하며 의문이 생기긴 했지만 깔끔하고 산뜻하게 마무리했다


아마도 살면서 이런걸 다시 접해볼 기회가 거의 없겠다 싶을만큼 부담스러운 가격에 예약마저도 어려웠지만

단순히 음식을 먹는것뿐만 아니라 경험의 저변을 넓힐수 있는 기회가 되어 만족스러웠다


위치: https://goo.gl/maps/qrQdWuUWrwUVvk219

예약: https://omakase.in/ja/r/vv559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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