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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투 트랙이다.

by 골드래빗


투 트랙(Two track)은 어떤 사안에 접근할 때 두 가지 접근 방식을 동시에 취한다는 의미입니다. 외교나 군사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공식, 비공식적인 루트를 동시에 취할 때 투트랙 전법을 쓴다고 말하죠.




일으켜 세워서 꾸준히 채찍질해야 하는 나와
놀고 싶고, 쉬고 싶은 나를
동시에 데려가야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생도 투트랙 전법을 써야 한다 생각합니다. 때로는 스스로에게 가혹할 정도로 몰아붙이지만 때론 관대해야 하는 것도 스스로 조정해야 한답니다. 스스로를 관대하게 놓아주고 안아주지 못하면 세상 제일 불쌍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겠죠.






잠깐 제 인생의 투트랙 전법을 말씀드릴게요. 저는 하드 트랙과 소프트 트랙을 잘 운영하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하드에 가까울 정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여죠. 사실 그래서 몸도 많이 상했고, 마음에 상처도 많은 사람이죠. 그래서 소프트 트랙을 지금이라도 가동 중입니다. 그중 하나가 지금 하고 있는 여행이죠.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안아주는 연습을 하고 있답니다.

<마카오 미술관 앞에서>

20대에는 완전한 독립을 꿈꿨고, 30대에는 안정된 삶의 기반을 목적으로 했습니다. 40대에는 그 기반의 폭을 넓혀가고, 60대부터는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더불어 사는 게 제 계획입니다. 바로 인생의 하드 트랙인 부분을 이렇게 연령대별로 나눠놨었죠.


# 20대의 나

20대에는 제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았던 것 같습니다. 어렵게 학비와 생활비를 주시는 부모님께 더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휴학 한 번 없이 4년을 내리 달렸습니다. 세 자매 중 유일하게 사립대를 나온 게 죄라면 죄였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죠. 그것도 IMF 직후에 서울로 올라왔었고. 그 후로도 취직을 준비하기 위해, 취업을 하고 나서는 상사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내 마음과 생각은 거의 숨기며 살아왔었습니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생각해본다는 건 사치였죠. 그냥 전공 살려 취업하는 게 지상 최대의 목표였으니.


19년 동안 하라는 공부만 정해진 장소에서 하다가 막상 서울에 올라와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게 맞고 어따ᅠ간 게 틀린 건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웠었습니다. 제가 중심이 없다 보니 남들에게 많이 휘둘렸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상처가 쌓였던 채로 보냈던 시기였네요.


#30대의 나

30대에는 경제적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했던 시기입니다. 회사에서는 안정적으로 급여를 받을 수 있었고, 육아와 맞벌이를 병행하느라 힘들었지만, 업무 능력도 인정받아 일도 재밌게 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모할 정도로 체력을 고갈시켰었네요. 제 몸 안에 있던 에너지의 140% 정도를 끌어다 써버렸으니까요. 아이는 아토피로 많이 아팠고, 매일 밤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해외 출장이 많은 업무 아니면 신규 사업팀에 들어가 새로 시스템을 안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어야 했었습니다.


다행인 건 서른에 아이를 낳으면서 돈과 경제에 대한 개념을 확립하여 검소하게 살며 자산을 불려 나간 게 남았네요. 누군가가 강의 평가에 주식 얘기만 하다 갔다 쓰셨는데 '땡'입니다. 자산 관리도 투트랙입니다. 예적금과 주식, 펀드로 종잣돈을 불려 나갔고, 레버리지를 활용한 부동산 갈아타기로 지금의 재산을 만들어냈죠. 다시 말하면 종잣돈 규모를 키운 건 주식이지만 두 배로 불린 건 부동산이었습니다.


이 공식은 너무나 쉬운데 많은 분들이 실행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많습니다. 저한테 오시면 한 달 안에 정신 차리게 해 드릴 수 있는데. 왜 한 달이냐고요? S그룹에서 지도선배 할 때 한 달 합숙만에 신입사원들이 완전히 파란피로 개조돼 나가는 시스템을 교육해봐서이죠.


#40대의 나

이제 겨우 마흔. 초입에 들어섰습니다. 40대부터 50대까지는 여태 이뤄낸 자산의 폭을 넓혀 가는 문어다리 전략을 세팅 중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배당금, 이자, 시세차익, 지적재산권, 임대수익 등등이죠.


<오사카성 아래서 올려다 본 모습>





이제 마흔이 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니까 소프트 트랙에 관심이 많아집니다. 저는 어리석었습니다. 2-30대에 너무 하드 트랙으로만 달렸거든요. 저처럼 하드 트랙 위주로 사는 걸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스스로를 안아주는 소프트 트랙 발동 없이는 힘든 게 인생이었습니다.


2- 30대분들,

일으키기 힘든 몸 끌어올려 공부하시고, 일하시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하드 트랙은 꾸준히 달려주세요. 하드 트랙 없이 무르고 느슨하기만 한 인생은 미래의 본인에게 죄를 짓는 일입니다. 그 나이 때 키울 수 있는 태도와 근력을 충분히 탑재하지 못한 채 맞는 40대는 끔찍하거든요.


But!

여행도 자주 다니고 좋아하는 가수 공연도 자주 보세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식사도 많이 하시고 일출도 보세요.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 보기도 하시고, 경주 내려가셔서 석가탑 돌며 소원도 빌어보세요. 자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질문도 하시고 답도 주세요. 너무 힘들면 잠시 내려놓고 쉬세요. 땅바닥 뒹구면서 울지 마세요. 너무 힘드니까 땅바닥을 기어 다니며 울게 되더라고요.


소프트 트랙 , 그 뭐시라꼬. 거창하게 돈 많이 들지 않아도 충분히 지혜롭게 해내실 수 있을 거예요.



인생은 결국 투 트랙입니다.
당신을 지키는 일.
하드 트랙과 소프트 트랙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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