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awrithink May 08. 2023

나의 인생철학

내 세상을 걷다 보니 드러난 나의 철학

최근 업무와 관련되어 각 기업들의 철학과 사명을 조사해 볼 기회가 있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철학은 그들의 영향력답게 굉장히 원대한 문장들이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Google

가능한 많은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Meta

커뮤니티를 이루어 모두가 가까워지는 세상을 만든다


Amazon

지구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고용주,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곳.


Microsoft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과 조직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능력을 주는 것


OpenAI
인공지능 기술의 혜택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며, 인공지능 기술이 지닌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


아마도 위에 열거한 기업의 철학들은 곧 창업자의 철학일 가능성이 높다. (혹은 창업자들의 생각을 끄집어내어 브랜드 전문가나 마케터들이 창작한 문장일 수도 있지만..) 에디슨이든, 스티브 잡스이든, 샘 알트만이든 인류의 현재를 바꾸어 놓은 사람들은 그들만의 명확한 꿈과 비전이 존재한다.

서양권 기업이 많아서인지, '지구상의'라는 표현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사용하는 것도 내 관점에선 신기했다. 모두가 가까워지는 세상을 꿈꾸는 Meta의 문장을 보니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얼마 전 극장에서 본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현재 일본인의 하루하루를 굉장히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가령, 그들은 모두 LINE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LINE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고 있으며 사업적 관점에서 LINE이 어느 나라 기업이냐를 두고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이러한 이슈들을 뒤로하고 LINE을 처음 개발한 한국인 대표의 눈에는 자신이 만든 결과로 인해 가까워진 타국의 세상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지점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떠한 기분일지 상상하기도 어려웠지만, 분명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그들은 인류에 길이길이 남을 이름이 될 것이다.

그들은 정말 우리와 다른 특별한 종인 것일까? 뇌 구조가 다른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몇몇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처음부터 그들의 비전이 명확했던 것이 아니라, 당면한 일들을 해내다 보니 비전이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다 사장'이 되었다는 사람들의 후일담도 적지 않다. 따라서 우리 인생에서 처음부터 명확한 무언가를 생각해내려 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최선을 다해 임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우리 인생의 철학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사뭇 거나하게 느껴지는, '철학'이라는 단어. 이 말이 가진 사전적 의미는 사실 아래와 같다.

[철학]
자기 자신의 경험 등에서 얻어진 기본적인 생각

말이 지닌 무게에 비해 그 뜻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어떠한 경험이라도 있는 인간이라면, 초등학교 1학년도 자신의 인생철학을 정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말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나의 인생철학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렴풋한 이미지로는 존재하지만 그것을 명문화해서 정리한 일은 없다. 이번 글을 기회로, 현재의 나에 알맞은 몇 가지 기준을 적어보기로 했다. 이것을 곧장 철학이라고 포장해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으나 나의 삶에 작은 신념들이라고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 문장들은 내 인생의 전반을 가늠하는 마음속 말뚝과 같은 기준이 될 수도 있고, 현재의 나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지금 적어놓은 내 인생철학은 앞으로도 충분히 변화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세계적인 CRM 기업인 세일즈포스닷컴의 창업자는 기업 철학을 6개월에 한 번씩 점검하고, 현 상황에 맞게 문구를 수정하는 작업을 꾸준히 지켜왔다고 한다.


브랜드 언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몇 가지 방식들이 있는데, 이것을 주로 Brand Platform이라 부른다. 이 방식을 차용하여 나의 철학을 세울 간단한 구조를 만들어보았다.

생각의 순서는 이렇다. 나의 가장 중심이 되는 신념을 골똘히 생각해 본다. 멋진 말이 아니어도 괜찮다. 내가 어제, 지난주에 경험한 일 들 중 '왜?'라는 질문을 만들어 낸 근원이 무엇이었는지 파헤쳐본다. 나에게 왜? 를 불러온 상황들을 몇가지 생각해보니 최근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A. 드라마 '카지노'를 보고 '차무식'이 승승장구하게 되는 과정. 검은돈이 아무렇지 않게 부를 축적해 주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났다.

돈이라는 '결과'를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면 그 과정 속 개인의 행동은 점점 결과에 의해 합리화되는 것 같다.


B. 일론 머스크가 제멋대로 트위터의 로고를 '도지코인 시바견'으로 바꾼 사건. 왜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마음속 온천이 부글부글 끓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라고 해서 됨됨이가 제대로 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는 위험한 최고이다. 본인의 능력으로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 같다. 물론 트위터 측의 노이즈 마케팅일 수도 있지만, 그의 최근 행동들을 보면 사실상 직원들에 대한 존중은 없다. 나는 더 이상 그를 기업인으로서도, 인간적으로도 존경하지 않게 되었다.


C. 블라인드 세계에서 누구인지 추측이 가능할 정도로 특정 인물을 비난하는 모습.

권위가 있는 인물이라고 해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상황이든, 다수가 소수를 위협하고 괴롭히는 행위는 비겁하다. 나는 대학교 재학 시절,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익명게시판의 쓰디쓴 고통을 여러 번 맛보았다. 내가 아픈 말이면 상대방도 아프다. 그것은 올바른 행위가 아니다.


(위의 상황들은 물론 나의 가치관에 따른 생각들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는 당연히 온도가 다를 수 있다.) 나는 각각 다른 상황들 속에서 내 마음이 왜 동요했는지 온 신경을 집중해 보았다. 어떠한 공통점이 있었을까? 나의 'Why'를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아래는 그 느낌에 따라 정리해 본 한 문장이다.

나의 중심이 되는 신념 :
올바른 행동과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


이 한 문장은 그림 속 노란색 '약속/방식'을 정하는 것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나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식이나 행위들을 생각하여 아래와 같이 6가지를 정해보았다.



1. 즐거운 일을 한다.

나의 행동과 마음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려면, 기본적으로 내가 하는 일에 가치와 책임을 느껴야 하고 결과를 떠올렸을 때 즐거운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직업적인 차원에서의 일이든, 나에게 주어진 일이든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무모하게 시작하지 않는다.


2. 마음 쓸 곳과 머리 쓸 곳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나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감정에 의한 판단은 특별히 조심해야 하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 후, 여러 가지 환경적/인간적 요인을 곁들여 최선의 결정을 만들 것.


3.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누군가 보고 있어서 하는 일은 진심이 아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라고 믿어야 한다. 권모술수나 권모술수에 능한 자는 철저히 경계한다.


4. 지속적으로 배우고, 새로운 방식에 열린 마음을 갖는다.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는 나의 현 상황에 대한 만족에서부터 시작된다.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작은 것들로부터 배우고 습득하고 새로운 방식을 체득하려 노력하면 나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영감을 주는 사람, 환경, 요소들에 관심을 갖고 곁에 두도록 노력한다.


5. 가족들과 마음을 나누고 행복을 공유한다.

나의 가족은 삶을 함께 걷고 같은 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선택한 동반자이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 서로 솔직한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행복 = 상대방의 행복이 되어야 한다.


6. 나 자신을 믿는다.

내가 나를 믿어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온전히 대하지 못한다. 겸손과 폄하는 다르다. 언제나 나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작은 감정들을 절대 외면하지 않는다. 왜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지, 왜 그런 기분인지 파고들어 이유를 찾고 정의하는 습관을 들인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 한 쪽이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나의 생각과 판단이 올바를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던 것을 글로 명확하게 적어내리니, 어딘지 아쉬운 부분도 있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지점도 있지만 일단은 이대로 두기로 한다. 앞으로 머리와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이 글을 보고, 또 시간이 지난 후 조금씩 다듬어보기로 한다.


나만의 철학이나, 세상을 바꾼다는 말들. 언뜻 생각하면 너무 거창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아주 작은 일들이 누군가의 세상을 바꾸곤 한다. 인스타그램 속의 네 컷 만화가 어떤 이의 마음을 크게 위로해 줄 수도 있고, 누군가 쓴 글을 읽고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내가 만든 음식이 다수의 사람의 입맛을 일깨워줄 수도 있고 내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 상대방의 하루가 더 나아질 수도 있다. 이렇듯 우리의 세상에 영향을 주는 것들은 결국 사람이 해내는 작은 일들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가 하기로 선택한 일과 그에 따른 경험들이 결국 우리의 앞 길을 드러나게 한다. 그 길이 백옥처럼 빛나기 위해선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한 철학이 분명히 서있어야 한다고, 이 작업을 진행하며 느꼈다.

얼마 전 작고하신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러한 말씀을 남기셨다.


난 늘 나에게 세 가지를 묻는다.
"이게 내가 좋아하는 것인가?" / "다른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일까?"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물으며 하나하나 헤쳐가야 한다. 독창성은 자기 안에 있는 것이다.


또, 얼마 전 읽은 Zero to One이라는 책의 어느 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확실한 것은 미래의 뿌리는 현재의 세상일 거라는 것이다.


나 스스로에게 묻는 것부터 시작해, 나만의 기준을 만들고 크던 작던 그 신념을 녹인 것들을 세상에 표현해 내는 노력을 하다 보면 우리는 조금 더 명확한 미래를 향해 걷고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겁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뭐든지 좋다. 나의 고유한 생각은 타인에게 나를 이해하는 데에 좋은 단서가 되고,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내는 영향의 씨앗이 되고, 나의 미래를 만드는 뿌리가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스포츠처럼 일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