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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rithink Nov 23. 2023

My Old Diary #1

움직이는 것에 대한 반증

My Old Diary는
글쓴이가 오래전 끄적여둔 일기와 메모를 브런치에 옮겨 기록하는 작은 프로젝트입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해마다 바뀌는 생각 속에 변하지 않는 나 자신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2017.06.16


오늘로 여행이 일주일째 접어들었다.

그간 사람들을 만나거나 돌아다니는 터에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더구나 글을 쓰는 것은 더 오랜만인 것 같다.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아서 조심스럽지만, 지금까지는 순항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샌프란시스코를 향하고 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오래전부터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환상을 가졌었다. 

그래서인지 혼자가 되더라도 꼭 가고 싶은 의지가 있었나 보다. 


여행 중에 계속 꿈을 꾼다. 

나는 여행 중에도 무언가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우려와 걱정은 어김없이 꿈에 반영된다. 

새로운 회사에서 적응을 어려워하거나, 시간이 늦어서 비행기를 놓치는 등의 꿈을 꾼다. 

가끔은 이런 내가 싫다.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둘 줄 아는 미학도 필요하다. 

하지만 천성인걸 아는지라 어찌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회사를 정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5년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큰 영향은 없다.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소재는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주는 이야기이다. 

그랜드 캐년 투어 때에도, 호스텔 친구에게 나를 소개할 때도 첫마디는 "I Quit the Job"이었고 그에 대한 리액션은 언제나 "Nice"였다. 


세상에 많은 변화가 있는데 나 혼자만 한 가지 둥지에 자리를 트고 평생 앉아있을 수 없다.

내 둥지의 크기가 어떤지, 소재는 괜찮았는지, 주변 환경이 어땠는지, 함께 지내던 이웃은 좋았는지 알기 위해선 다른 둥지를 보아야 한다. 그런데 아직 다른 둥지에 안착하는 것은 역시나 조금 겁이 난다. 잘할 거라 믿는 수밖에 없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는 나 자신이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라는 것은 참 기묘하고 우습다. 

정말 소중할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중요도가 낮아진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은 진리이다. 그렇기에 정말 내가 원하고 소중하다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관계란 화분을 기르는 것 같이 까다롭고 신경 쓸 일이 많은 것이다. 그리고 잘 길렀을 때 나에게 어떠한 꽃을 피워 보답해 줄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관계란 그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물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주어진 황금 같은 2주 동안 쉬기도 짧은데 굳이 왜 여행을, 그리고 또 모험을 해야 하는 미국이라는 땅을 택했는지. 

사실 답은 없었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약간씩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자문도 여러 번 했다.
"난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움직이는 것에 대한 반증을 찾고 싶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크고, 해야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는 사실. 나는 도태되는 것이 싫다. 나를 움직이는 큰 요소는 열등감이기 때문에 그런 감정이 들지 않는 나는 자아도취에 빠진 개구리일 뿐이다.


나는 선천적으로 잘나지 않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이 내 삶의 몫이다. 그리고 사실 나는 도전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두근거림과 약간의 불안함이 있을 뿐. 도전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약간의 불안함을 뛰어넘은 성취감은 말로 이룰 수 없다.


나는 계속 움직일 것이다.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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