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와 스승의 차이
My Old Diary는
글쓴이가 오래전 끄적여둔 일기와 메모를 브런치에 옮겨 기록하는 작은 프로젝트입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해마다 바뀌는 생각 속에 변하지 않는 나 자신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상사 上司 Supervisor
한문에서 알 수 있듯이 [윗자리를 맡은 사람]을 일컫는 말. 직장에서 나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을 칭할 때 쓰는, 밋밋하고 건조한 단어이다. 군대에서도 쓴다.
스승 Teacher
스승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 이란다. 영어로는 Teacher(선생)이다. 상사나 스승이나 본인보다 윗사람을 말할 때 쓰는 단어인데, 하물며 시옷과 시옷 두 개의 음절이 붙은 모양조차 같은데 모두를 상사라 부를 수 있어도 그중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거나 없기도 하다.
단어 하나로 우리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느끼고 있다.
1. 그는 내 상사였어.
2. 그는 내 스승이었어.
이 두 가지 문장으로 모든 것이 말끔하게 설명될 만큼.
그럼 어떤 사람을 스승이라 부를 수 있을까?
소크라테스는 그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생각을 부정하는것에 대해 절대로 두려워 말라
이 가르침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와 그 제자들에게 속속들이 이어졌고, 그리하여 배출해 낸 제자들이 우리가 잘 아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그를 비롯해 그의 제자들까지 철학의 대가가 된 것을 보면 스승의 가르침이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생각에 반하는 내용의 서적을 집필하였고, 그것은 훗날 현대과학에도 쟁점을 제시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스승이 되기 위해서, 진심으로 아랫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존중(尊重)이다. 존중의 가장 어려운 관문은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내었을 때 방어적이 되거나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말로 하면 쉽지만 사실 행동으로 보이기에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내 의견에 동조해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관문을 넘기 위해서 해야할 일은 자주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의 장점과 부족함에 대해 솔직해지고, 그것에 대해 서로 쉽게 말해줄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좋은 방향이 무엇인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니 함께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며 최선의 결과를 만들자는 자세. 쉽게 말해, 스승에게 요구되는 것은 공감의 능력이다. 공감의 능력이 없는 사람은 외딴섬에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이나 다를 바 없다.
나는 스승의 존재를 언제나 갈구해 왔다. 삶에서 스승이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는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따르고 존중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며 느낀 것은, 스승이라 받아들였던 사람이 한순간에 상사가 되어버리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훗날 내가 누군가의 스승이 되길 원한다면 끝없는 정신 수양과 스스로에 대한 반문을 놓지 말아야겠다고. 사람은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그 부족함을 인정하고, 부족함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나는 상사가 되고 싶지 않다.
누군가의 스승이 되고 싶다.
어느 스승의 날,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셨던 아버지에게 20년 전 제자 분이 안부를 묻는 전화를 걸었다. 통화 후 들어보니 아버지가 특별하게 대해주었거나, 기억에 남을만한 무언가를 해준 학생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제자에게 아버지는 20년의 생에서 계속 기억되어 왔던 '은사'였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기억되는 아버지가 멋지고 자랑스러웠다. 아버지도 누군가의 스승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을까, 아니면 본인의 신념대로 앞으로 나아갔을 뿐인데 그런 사람으로 기억된 것이었을까.
전자인지 후자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언제나 직업정신과 천직이라는 단어를 부모님으로부터 많이 느껴왔고 지금 성인이 된 누군가의 기억에 남을만한 스승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스승의 날 마흔이 훌쩍 넘은 제자들에게 전화를 받는 모습만 봐도 분명하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