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짱고아빠 Mar 27. 2024

여름이 첫 건강검진(feat. 양수검사)



처음이라고 말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병원에 갈 때마다 머리 길이를 재고 다리길이를 재고하며 여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걸 확인받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양수검사, 양수를 통해 아이가 장애인지 혹 염색체의 이상은 없는지 확인한다는 검사를 앞두고 괜히 싱숭생숭해졌다.

의사에게 물었다.


"혹시 검사 이후에 아이가 잘못되면 어떻게 되나요?"

"잘못되었다는 걸 그냥 알고 계셔야지요.(싱긋)"


??!!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검사를 통해 아이가 잘못되었더라도 낙태를 하거나 하는 법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모양이다.

검사를 통해 아이가 장애진단을 받았다면 우리는 장애로 태어난 아이와 평생 함께해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밖에 할 수 없다는 거다. 아니 이럴 거면 검사를 왜 해.


나도 사회복지사이고, 엄마도 장애인 복지관에 일하는 복지사이기에 우리는 누구보다 우리나라의 제도 아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얼마나 어렵게 성장하는지 잘 알고 있다. 정서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는 국회의원도, 유명 웹툰 작가도 어려운 일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마주한단 말인가.

오만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복잡해졌다. 돌아오는 길에 만약 장애 아이라고 하면 어쩌지?라는 질문에 아내는 쿨하게 대답했다.


"이민 갈 준비해야지 뭐"


그래. 미국이나 캐나다 가면 되네.

생각보다 쉬운 결론에 이 사람과 한 팀이라는 게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몇 주 뒤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도 우리 우려와는 다르게 모든 염색체 정상, 머리 크기 정상, 팔다리 예쁘게 잘 크고 있고 심지어 엄빠한테 잘 보이겠다고 사진 찍는 찰나에 예쁘게 돌아누워주시기까지 했단다.

뱃속의 여름이에게 괜히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했다.


앞으로 큰일이 없는 이상은 이대로만 자라주면 된단다.

아내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내게 말했다.


여름이보다 8월부터 여름이 안고 다녀야 할테니 여름이 아빠 건강이나 지금부터 챙기시라고.

러닝화 끈을 매다 생각했다. 하긴 이게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썸머이즈커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